2007년 대선이 불과 4개월 앞으로 바짝 다가오고있다. 대선에서 2번을 연속해서 패배한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일방독주를 하고있다. 반면 여권은 사분오열에 지지멸렬한 모습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질질 끌려가고 있다. 지금 쯤에는 이미 선명하게 양자대결구도가 짜여지고도 남았을 시점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여권의 안일한 포만감과 한나라당의 절치부심의 결과이다.
1. 범여권의 5년
범여권의 5년은 한 마디로 포만감에 젖은 나태한 시간이었다. 단적인 예가 한나라당에 대한 불임정당 운운하는 일부 정신나간 인사들의 태도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정치구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빠진 소리였다. 냉정하게 살펴보자면 지금의 대선구도는 그러한 엉터리 부채도사들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구도를 가르는 핵심은 여전히 지역구도이다. 범여권이 대선에서 이기려면 호남표를 싹쓸이하고, 충청에서 압승하여야한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적어도 5%이상은 승리해야하고, 영남에서 최소한 25%이상을 득표해야 이긴다. 이러한 네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선거구도를 만드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범여권이 대선을 이기기 위해서 해야할 일은 명확하다. 지역구도를 허무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러나 지역구도를 허물기 위한 노력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아볼 수가 없다. 대통령의 경우 그것을 추구한 흔적도 보이지만 여당은 전혀 그러한 노력을 한 일이 없다. 최소한 선거제도를 고치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여당은 창당후 탄핵역풍에 힘입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추진할 힘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총선이 끝난 후 곧장 법사위원장을 야당에 넘겨주고 끌려다니느라 고생한 것이 전부이다. 단 한번도 개혁입법을 위해 과감하게 나선 일이 없었다. 점점 지지층의 이탈이 발생하고 그것에 겁먹은 당의 지도부는 민주당과의 통합론을 주장하기에 바빴다. 오히려 자신들의 경쟁정당을 살려주었을 뿐 아무런 이익이 없는 헛일에 에너지를 소모한 것이다.
보통의 정당들은 당원들의 구전홍보와 여론확산 노력으로 지지율을 높여간다. 그러나 정치해먹기 불편해서인지 당원과 지지자들을 연일 공격하고 쫓아내기에 바빴다. 물론 차기 대선구도와 연결지은 계파싸움의 일환이었을 테지만 여론이 점점 악화된 원인이 되었다. 당원들이 오히려 당을 욕하고 다니는 판국에 여론이 좋게 형성될 리가 없었다. 자신들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심지어 당원들에게까지 배척의 대상이 되버린 정당이 여론에서 우위를 점할 방법은 없다.
정부와의 당정협의도 항상 계파의 이익을 관점으로 바라보니 갈등이 노출되고 되는 일이 없었다. 결국 아무것도 못하는 무능한 정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누구도 작정하고 편들어줄 사람이 없는 정당은 결국 모두에게 버림받을 수 밖에 없다. 여론의 균형추를 잡아 나갈 지지세력을 비난하는 정당과 정치인들이 설자리가 있겠는가? 스스로의 창당명분에 침을 밷고 짖밟는 짓을 서슴치않은 것에 대하여 여전히 반성이 없다.
개혁입법의 실패, 기간당원 비난, 계파간의 주도권 싸움, 지역구도로의 회귀노력, 여당정치인이면서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 선거구제의 개편을 논의조차 해보지 못한 무능, 항상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딛혀서 아무것도 못하는 무기력증등이 종합하여 여권이 초라한 모습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코 이길 가능성이 높지 않은 정치구도를 아전인수 격으로 유리하게 해석한 배부르고 나태한 모습이 지금의 난국을 자초한 것이다. 포만감으로 나태해진 5년이 아닐 수 없다.
2. 한나라당의 5년.
대선을 두번이나 연속 패배한 한나라당의 5년은 절치부심의 시간들이다. 정치구도상 도저히 질 수 없는 게임을 연속해서 패배한 것에 대하여 자성하고 철저히 준비한 5년이었다. 다시는 그러한 패배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해 왔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은 아직까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첫째, 보수와 수구를 가릴 것 없이 단결된 대오를 정비하였다. 수구언론인 모씨의 '우익은 죽었는가?'라는 구호속에 그들의 단결에 대한 필요성이 담겨있다. 야당과 수구언론의 단결, 과거 관변단체들의 단결, 심지어 친미로 뭉치고, 반북으로 뭉치고, 탄핵을 고리로 호남기반의 민주당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대선이 끝나자 곧장 재개표를 주장하고,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들을 널리 퍼뜨렸다. 모든 과정이 보수대연합을 연상하게 만들 정도이다.
둘째, 수구언론들의 주술이다. 홍준표 의원이 말했다는 '경제파탄이 야당에게 유리하다.'는 주장처럼 실질적 행동을 하였다. 카드대란과 부동산 통제수단의 상실을 물려받은 현정권을 경제흔들기로 몰아부친 것이다. 연일 경제파탄론과 위기론이 보도되었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위기설을 퍼뜨리면 정말 경제는 어려워진다. 심지어 지표상 매우 건전하게 나오는 부분까지 전혀 인정하지 않고 파탄론이 국민에게 각인되어 버렸다. 심지어 '무능보다 차라리 부패가 낫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까지 국민에게 먹혀들고 있다.
셋째, 구전홍보단이 조직적인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초기에 건배하며 '노시개'라고 외치는 것을 유행시켰다. 좌파빨갱이론이 널리 퍼졌다. '좌측 깜박이를 껴고 우측으로 간다'고 매도하는 말들이 유행처럼 번졌다. 국정파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택시기사들의 주장을 들으면 현정권을 비판하는 논리가 거의 흡사하다. 주장을 펴나가는 방법도 거의 유사하다. 논쟁이 길어지면 결국에는 '말을 경박하게 하는 것은 사실아니냐?'고 주장한다. 5년내내 조직적으로 구전홍보단을 운영한 것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넷째, 행정수도 이전을 헌법소원으로 좌절시켰다. 서울시의 공조직들까지 나서서 관제데모를 벌이며 여론을 조성하고, 논리적 근거가 전무한 엉터리 헌재판결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충청권의 주민들은 헌재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정권의 의지가 부족하여 안되는 것처럼 인식하는 사람이 적지않다. 정부여당의 지지층을 철저히 갈라놓는데 성공하였다.
다섯째, 지방자치단체장의 자리를 이용하여 지지층을 확대하였다. 예를 들면 서울시의 경우 이명박 전시장이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여 버스기사들의 처우를 엄청나게 개선하였다. 청계천을 개발하며 또 많은 상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뉴타운개발로 이익을 본 사람들도 결코 적지않은 숫자다. 그들이 모두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홍보하는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모든 잘못된 것은 중앙정부의 탓이 되고, 잘된 것은 다 지방자치단체장의 덕으로 돌아가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하였다.
여섯째, 정당의 운영에 있어서 혁신적인 변화를 보여준 점이 있다. 중앙당에서 가지던 공천권을 분산시키고, 외부의 인사들을 공천심사에 참여시키기도 하였다. 부정과 비리정치인에게 실질적으로 일벌백계의 본보기를 보여준 일도 종종 있었다. 대선후보 경선에도 국민을 대폭 참여시켜서 과거의 한나라당과는 달라졌다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매우 근소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패자는 깨끗히 승복하는 모습은 금상첨화가 되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절치부심하고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노력한 5년의 과정이다. 심지어 호남에서 당행사를 하는 등 과거의 한나라당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하며 노력한 것이다. 그중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과 구전홍보의 효과가 아닌가 여겨진다. 범여권의 지지자들이 당운영에 불만을 품고 비판하는 동안에 그들은 오히려 꾸준한 구전홍보의 효과를 보고 있었다.
3. 대선구도의 변화가능성.
현재의 상황으로 놓고 볼 때 한나라당의 집권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범여권은 대통합 민주신당을 만들었지만 국민이 지지할 명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은 50%를 훨씬 넘는다. 여권후보들의 지지율은 하나같이 한자리수에 머물러 있다. 쉽게 판도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않아 보인다. 한번 상실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범여권은 선명한 대치전선을 만들어야한다. 한나라당이 실정을 주장하며 정권교체론을 설파하면 범여권은 실정론을 반박하고 정권재창출을 주장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혹세무민하는 감세론을 주장한다면 증세론과 복지확대를 주장해야한다. 대북강경론을 주장하면 더더욱 대북 온건론과 평화공영의 길로 나아가야한다. 토목공사에 기반한 경제성장론을 주장하면,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를 주장해야한다. 그렇게 대치의 전선을 우선 만들어야 지지율 회복이 시작될 것이다.
깨끗한 정치가 결코 무능한 정치가 아님을 증명해 보여야한다. 인기없는 정부와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는 결코 이길 수가 없다. 여전히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여권의 정당지지도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정부비판으로 얻은 인기는 결코 대선에서의 지지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 결국 정권교체냐 연장이냐를 판단하는 간단한 기준이 이미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책에 있어서 차별성을 보여야한다. 지금처럼 한나라당의 공약을 배끼는 방식으로 그들을 이길 수는 없다. 공약을 구체성있게 제시하여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한다. 거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으로는 국민이 공감하기 어렵다. 추상적인 공약을 제시해서는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을 것이다.
경선과정을 차별화해야한다. 조직적인 동원선거를 통해서 후보를 선출하면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가 없다. 객관적으로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경선룰을 만들고 모집단을 대폭 늘려서 조직동원 선거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래야 국민이 다시 지지할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또 다시 종이선거인단 동원과 대리접수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반전은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대선구도가 급격히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국민들의 뇌리에는 이미 깨끗한 정치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치는 유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다. 네거티브로 판세를 바꾸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5년간의 나태함이 범여권의 현주소를 만들었다. 지난 5년간의 절치부심이 한나라당의 오늘을 만들었다.
지금이라도 술수를 부리지말고 정도로 국민의 마음에 다가서는 노력이 있어야 범여권이 대선에서 대참패를 피하는 길이다. 대선의 참패는 곧 이어 있을 총선에서도 비참한 참패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을 진심으로 대하라. 헛된 쑈에 집착해선 비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