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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교전과 NLL 논란에 관한 2가지 진실
홍익표(통일부 정책보좌관)
미국의 인기 TV드라마인 [X-파일]은 국내에서도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FBI 수사관들의 사건의 실체와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들은 매번 ‘보이지 않는 힘’(외계인 또는 은폐된 권력기관 등)에 의해 좌절되곤 한다.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사건결과를 보면서 주인공은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The truth is out there)고 표현하였다.
최근 서해교전과 서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이하 NLL)에 대한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표현에 대해 일부 언론 및 사회단체들이 연일 ‘친북’이니 ‘망언’이니 하면서 공격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기사나 칼럼·사설들도 통일부 장관 발언의 진의나 NLL이 안고 있는 실체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사상논쟁이나 국민적 감정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진실1: 서해교전의 반성과 교훈
우선 서해교전에 대해 이재정 장관은 국회답변 과정에서 “방법론상 반성할 점이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의 사설과 칼럼들은 마치 이재정 장관이 서해교전 당시 한국군의 대응조치를 비판하고 희생 장병들을 모독한 것처럼 왜곡해서 보도하였다.(8월18일자 문화일보 홍관희 칼럼, 8월 18일자 조선·동아의 사설 등)
당시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서해상의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시스템을 남북한 당국이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서해교전 이후에도 이러한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채 남북간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북한은 매년 5~6월경에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음)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당시 답변을 듣던 국회의원 중 어느 누구도 그 자리에서 내용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NLL 문제와 이재정 장관의 국회답변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서 보도하거나 해석함으로써 통일부 장관은 물론 참여정부까지 ‘친북’으로 비난하고 있다. 이는 사회여론을 이끄는 언론과 전문가로서의 책임과 도덕성을 망각한 것이다.
근거 없는 비판과 ‘견강부회(牽强附會)’식의 억지 논리는 서해상의 무력충돌 방지와 평화조성이라는 당면한 과제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진지한 고민과 논의를 가로막는 것이다. 서해상의 무력충돌과 젊은 장병들의 희생이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난 서해교전의 중요한 교훈이다. 교훈은 과거에 대한 깊은 성찰과 반성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진실2: NLL에 관한 남북합의와 국가안보
사실 지난 2차례의 서해교전은 물론 이번 이재정 장관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는 서해지역의 북방한계선(NLL)이 그 중심에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1953년 7월 27일에 체결된 휴전협정에서는 육상지역의 군사분계선만 합의하고 해상경계선은 확정하지 못하였다. 당시 유엔군 사령부는 해상경계선의 부재에 따른 군사적 충돌과 우리 어민들의 안전 등을 우려해서 1953년 8월에 북측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NLL을 설정하였다. 이후 북한은 서해상의 NLL을 부정하면서 이에 대한 공세수위를 높여왔지만, 한국 정부는 NLL이 실질적인 군사분계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여 왔다.
NLL에 대한 이러한 법적 논란과 함께 남북한 군사력의 대치 상황 등으로 인해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상존해왔다. 여기서 분명히 확인해야 할 것은 이미 NLL의 법적 한계를 인정하고 남북간 협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 한나라당의 전신이 민자당이 정권을 잡고 있던 1992년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NLL에 대한 논란과 남북 간 협의의 필요성이 마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제기된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남북은 이미 지난 1992년 노태우 정부 당시 남북기본합의서와 불가침 부속합의서 등을 통해 새로운 해상경계선을 협의해나가기로 북측과 합의하였다. 합의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하였다. 이는 정전협정 당시 합의되지 않은 채 설정된 NLL의 법적 한계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부속합의서에서 더욱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영토와 영공을 규정한 부속합의서 9조와 11조에서는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상에 관한 규정인 10조에서는 “남과 북의 해상 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구역은 해상불가침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합의하였다. 이는 해상경계선 설정을 위해 남북한 당국이 협의해야 한다는 점에 방점이 있는 것이다. 현재의 관할 해상구역은 경계선 확정까지 잠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관계를 한 단계 제고시키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남북간의 기존 합의사항을 존중하고 준수해나가야 한다. 따라서 NLL에 대한 우리 내부의 논의나 남북 간의 협의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NLL에 대한 협의 자체를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인 양보로 몰아붙이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기본합의서의 합의에 따라 NLL에 대한 남북 간 협의를 시작한다고 해서 북한에게 해상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NLL이 남북한간의 해상군사분계선으로 기능해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NLL이 갖고 있는 안보적 성격과 기능 그리고 서해지역 어민들의 경제적 실익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NLL이 조금이라도 변경될 경우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역사적 사례에서도 잘 볼 수 있듯이 합의되지 않은 경계선은 수많은 분쟁의 원인으로 작용해왔다. 남북간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남북간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존재하는 현실을 외면한 채, NLL의 무조건적인 고수가 한반도 안보와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NLL의 존재가 서해상의 안보와 충돌방지에 도움이 되었다면 지난 1999년과 2002년 2차례에 걸쳐 서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의 원인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쌍방이 합의한 경계선은 분쟁억지와 평화체제에 실제 도움이 되는 반면, 합의하지 않은 경계선은 도리어 분쟁의 원인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최근 북측이 수정 제시한 해상경계선이 기존의 NLL과 상당히 근접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지난 1999년에 제시한 해상경계선은 연평도와 백령도는 물론 연평어장 일대까지 북측 영역으로 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북한이 해상경계선 설정에 있어 상당한 유연성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 간 협의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현재 남측 어민들이 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어로한계선은 남측의 합참통제구역보다 훨씬 남쪽에 설정되어 있으며, 군사안보상의 이유로 어로활동에도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게다가 남북이 NLL을 둘러싸고 대치하는 가운데 중국어선들의 불법 어업활동으로 인한 우리 어민들의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다. 따라서 남북간의 해상경계선에 대한 새로운 합의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서해상의 평화적 이용 확대는 이 지역 어민들의 경제적 실익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를 위해
최근 동북아 정세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에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서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21세기 한반도의 운명과 우리 민족의 미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10월 초에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참으로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불필요한 사상논쟁이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우리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거나 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특히 냉전적 사고에 빠진 채 변화를 거부하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제 더 이상 근거 없는 주장이나 사실왜곡으로 남북간 불신을 조장하거나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을 위한 국민의 열정과 노력이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데 있어 “진실은 저 너머가 아닌 우리에게 있다.”
서해바다를 평화와 민족공동번영의 터전으로
김기웅(통일부 평화체제구축팀장)
최근 국내에서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하여, 서해 북방한계선(Northern Limit Line)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반도 평화정착, 특히 관련 업무의 담당자로서 서해 북방한계선의 연원과 성격, 이에 대한 북측의 입장과 그동안 남북간 협의경과에 대해 보다 정확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어 이 글을 쓴다. 나아가 우리 모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북방한계선의 연원과 법적 성격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사령관 Clark 대장은 1952년 9월 27일 북한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무기 및 물자 보급 등을 전면 차단하기 위해 일종의 대북해상봉쇄선인 Clark Line을 발표한다. 이후 1953년 전쟁이 끝나고 정전협정을 체결하였으나, 해상경계선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한 채 육상경계선만 규정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은 해상에서의 우발적 무력충돌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정전협정 체결에 따라 철폐되는 Clark Line을 대신하여 53년 8월 30일 동해 및 서해에 새롭게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북방한계선을 설정하였다. 동해는 지상의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서해는 서해 5개도서와 북측 지역과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한강하구로부터 서북쪽으로 12개 좌표를 연결하여 설정하였다. 이 선은 실제로 한국전쟁시 Clark Line을 그대로 계승한 후신이라 할 수 있다.
그 이후 서해에서 북방한계선은 해상에서의 남북간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경계선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으나, 이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는 전문가 및 법학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우선 영토의 개념(영해 포함)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그동안 우리 측이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고, 북측도 이를 묵인해 왔기 때문에 ‘응고의 원칙’에 입각, 사실상 우리의 영해로 확정되었다고 하고 있다.
반면에 이를 비판하는 분들은 과연 북한의 묵인이 있었다고 할 수 있는지, 남북관계가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닌데 영토나 영해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 남북관계는 정전상황으로 평시국제법이 적용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한 분들은 NLL이 정전상태를 관리하는 군사관리체계의 일부분으로서, ‘전쟁수역 내지 군사·안보차원의 경계선’으로 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명쾌히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 것은 남북관계의 이중성 내지 특수성에 기인하고 있다고 보인다.
NLL에 대한 북측의 입장과 남북 간 협의 경과
정전협정 협상과정에서 합의하지 못했던 사안인 만큼,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NLL에 대한 북측의 태도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동해에 비해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의 NLL은 애초부터 남북간에 큰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북측은 1955년 자신들 나름의 영해를 선포하는가 하면, 이후 간헐적으로 NLL을 침범하였다. 또한 1973년 개최된 군사정전위원회에서는 “황해도와 경기도의 도계선 이북 수역을 연해”라고 주장하면서 NLL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이처럼 NLL을 둘러싸고 남북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1990년대 들어 개최된 남북고위급회담에서도 NLL문제는 남북 간의 주요 쟁점이 되었다. 남북은 이 문제에 대해 오랜 협의를 거듭한 끝에 결국 남북간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계속 협의해 나가며, 새로운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는 현재 쌍방이 관할하고 있는 수역을 인정하자는 내용으로 절충하였다.
그 결과 불가침부속합의서 제10조에서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 때까지 쌍방이 지금까지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게 된 것이다. 역사에서 가정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만일 이후에도 남북대화가 계속 진행되고,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 내용을 협의, 이행해 나갔다면, 남북관계는 크게 진전되었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이 문제도 평화롭게 해결점을 찾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북핵문제가 대두되면서 '94년 이후 남북관계는 단절되었고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부속합의서는 이행되지 못하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북측은 NLL을 지속적으로 침범하였으며, 결국 1999년에는 남북간의 무력충돌로 이어져 연평해전이 발생하였다. 또한 그해 북측은 ‘조선 서해해상 군사분계선’을 선포하여 해상 군사경계수역의 범위를 제시하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쟁점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는 대결과 적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일대 전환을 하게 되었지만, 서해에서는 여전히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었으며 2002년에는 서해교전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기까지 이르렀다.
남북은 장성급회담을 개최하여 서해에서의 평화정착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고 국제상선공통망 운영 등 서해상 우발적 충돌방지조치에 합의하는 등 일부 진전도 있으나, 아직은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NLL문제의 해결방법에 대한 쌍방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북측은 남북기본합의서 등에서 합의한 대로 국제해양법협약 등 국제법규에 따라 새로운 불가침경계선을 획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 측은 NLL을 존중한다는 전제하에 남북기본합의서 및 불가침 부속합의서 내용의 주요 내용과 함께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지금 세계정세, 동북아 안보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검토, 일본의 보통국가화, 중국의 급격한 경제대국화, 러시아의 국력회복 등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더욱이 6자회담에서 2·13 합의를 도출하고, 그 내용 중에는 직접 관련당사국이 한반도 평화포럼을 구성하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러한 정세변화 속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다시 한번 역사의 주변으로 밀려나는 우를 범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는 보다 현명하게 그리고 적극적인 자세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남북관계의 발전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럼 점에서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있는 서해 평화정착문제도 더 이상 그 해결을 미루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또 다시 서해교전과 같은 불행한 일이 되풀이 되어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욱이 남북의 함정이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치하고 있고, 우리의 어민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그 틈새에 제3국의 어선들이 들어와 우리의 소중한 어족자원을 싹쓸이해 가는 것을 지켜만 보아야 하는 것이 서해 바다의 오늘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그 성격상 우리의 안보 등 고려해야 할 요소도 많고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 문제를 이념논쟁의 소재로 제기하여 우리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혹은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이데올로기의 문제도 아니며, 우리 내부의 정파간 이해를 위해 이용되어서는 더더욱 안되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극단적 주장을 되풀이하기 보다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검토하고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본다.
이런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하는 데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측면들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무엇보다 먼저 안보차원에서 빈틈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군은 지금도 강화된 경비태세를 갖추고 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여 서해5도와 인근 수역, 아울러 수도권 방위에 필요한 대책 등을 꾸준히 보완되고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안보에 있어서는 조금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만, 서해 불가침경계선에 대한 논의만으로도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생기는 것으로 과장한다면 영원히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찾을 수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평화를 지키는 노력과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가는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서해에서의 무력충돌을 방지하고 평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북은 이미 기술한 것처럼 '92년에 기본합의서 등에서 서해에서의 불가침 경계선 획정문제를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이 합의는 다른 남북간 합의들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남북이 한반도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고 공동번영을 모색해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서해 불가침 경계선문제는 그 성격상 남북이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그리 쉽게 해결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서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있기 때문에 그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그 이전이라도 이 지역에서의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보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그리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혹여 이러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조차 마치 우리 측이 북측에 일방적으로 큰 양보나 하는 것처럼 매도한다면 이 는 참으로 어리석고 불행한 일이라고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북이 함께 실리를 구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속된 말로 남 좋은 일만 시킬 것이 아니라, 우리의 어민들이 실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본다. 나아가 서해에서 남북이 협력하고 이를 통해 민족의 공동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도 적극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서해바다가 남북 간 갈등과 대립의 장소였다면 이제 평화와 민족공동번영의 터전으로 탈바꿈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 21세기 우리 민족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이 어려운 난제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민족번영의 큰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야 할 때이다.
<국정브리핑 2007. 8. 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