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보셨나요? 전 봤습니다. 내켜서 본 것은 아니었지만 봉준호 감독에 대해서는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회되면 한번 봐야지라고 생각도 했고, 코미디라고 하길래 그냥 편하게 웃으면서 보자 뭐 그런 심사였던 것이지요.
사실 영화보는 내내 엄청 웃은 것도 사실이고, 하하. 근데 영화 끝나고 친구가 묻더군요. 재밌었어? 저의 대답. 응. 친구: 그게 다야? 나: 웃겼어. 친구: 웃기기만 했어? 나: 말하면 피곤하고 길어지는데.. 그리곤 생각하는게 귀찮아서 그냥 코미디라고 재밌는 코미디라고 넘기고팠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야기를 짧게 할까 합니다.
단적으로 말하면 피곤하리 만큼 정치적인 영화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피곤함은 점점 탈정치성을 향해 가고있는 우리들의 속내를 마냥 불편하게 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 2000년 2월 9일 맥팔랜드 사건. 미8군 용산 주한미군 부대에서 한강에 포름알데히드를 방류한 사건입니다. 그리고 지금 용산기지 반환의 시점에서 국방부와 환경부의 다툼을 신문기사로 연일 목도 중입니다.
기지의 대지오염을 치료 할 비용은 정부 계산으로만 1천억원 (환경단체는 이보다 5배를 말합니다. 그러니 그 중간쯤이 될거라 봅니다만).. 이 돈은.. 우리의 세금으로 대체될 확률이 큽니다. 이것은 현재 어이없게도 꽤 많은 사람들이 전시 작적권 환수에 정서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정치적으로는 좀 더 미국의 바짓자락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아직은 다수여서인지 그다지 중요한 이슈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반환된 땅이 많으니 평택으로 그정도 부지는 나쁘지 않은 딜이라고 여기는 암묵적인 다수의 동의도 있습니다.
소위 전후 세대들이 전쟁따위는 일어나지 않아요 라고 단호하게 말할때 내전을 체험한 세대나 보수적인 사람들은 우리땅에 미군이 없으면 당장 전쟁이 일어날꺼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전쟁에 대한 공포감, 정서적인 반발은 의외로 파급 효과가 큽니다. 이 영화 괴물에서 바이러스를 추정하는 뉴스가 나가자 국민들이 보이는 반응은 거의 패닉에 가까우니까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가족중 한명이 괴물에 잡혀갔고, 그 소녀를 구하려는 휴머니즘 내지는 가족애, 그런걸로 므흣해 하거나 감동을 받는 것이 가능할까요? 이 가족들은 이 사회의 소시민들입니다. 한강둔치에서 매점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딸애의 핸드폰을 새것으로 바꿔주기 위해서 동전을 모으고, 전재산을 털어서 엉터리 지도와 총기들을 구입하고, 운동권에 4년제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을 못하고 늘 술에 취해있고.. 관객만 알고 있는 진실은 그 소녀가 살아있다. 하지만 아무런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갖기 못한 소시민가족에게 이 사회는 가혹하고 잔인합니다.
이 영화속에서 경찰이나, 의사, 학자들, 구청직원들, 군인들, 정부들은 살아있는 소녀를 찾으려 목숨까지 담보한 이 가족들에게는 "방해물" 그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 사회의 시스템속에서 이들은 전적으로 소외당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실험실의 도구로서 끊임없이 유린당합니다. 하지만 이 소시민 가족은 그 어느 한사람 제대로 대항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괴물과 싸우는게 이들에게는 더 쉬운 것처럼 보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어느 인터뷰를 보니 그런 말이 있더군요. 대구지하철 참사때“(중략) 이 사람들은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되고, 도움은커녕 방해만 받지만 아무도 시스템 탓 안 하고 자기들끼리 보듬으며 재앙을 개인화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렇지 않나? 예를 들자면 대구 지하철 참사도 구조적 모순을 탓하기보다 내가 돈 잘 벌었으면, 대학입학했을 때 차 사줬으면, 안 당했을 변을 당했다, 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이런 게 한국적이고 사실적이다. 재앙은 훨씬 더 구조적인 것에서 온 건데, <괴물>의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그 사회적, 정치적 구조물, 민중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시스템이 얼마나 자기 한계에 갇혀있는지, 그 모든 현재의 오류에 대해서 냉소적인 웃음을 날리는 영화더군요. 아마도 정치인들이나 이 사회 시스템의 한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는 느낌은 씁쓸할 것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씁쓸한 사람들은 괴물에 먹히는 그 먹이사슬의 가장 아랫부분에 있는 소시민, "민중"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