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은, 실제로 정치인이 해야 하는 일과 국민들이 요구하는 일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국민들을 위해서 중요한 일인데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는 것이죠. 굉장히 난감하고 아쉬운 일입니다.
토론해야 할 진짜 중요한 문제들이 있지 않습니까? 해방 후에 우리가 매 시기 맞았던 큼직큼직란 과제들 말입니다. 통합된 민족국가를 세우는 것, 일제 잔재들을 청산해 나가고, 민주주의 국가를 세우는 것, 그런 것이 그 시기에 가장 중요했는데 정치인들이 그걸 가지고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기를 놓치고 넘어왔던 것이죠. 그 이후에 개발의 와중에 민주주의와 인간적 가치가 다 훼손되고, 그래서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사회적 낭비가 일어났는데, 이런 본질적인 문제에 국민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는 저신뢰 사회라는 것 아닙니까,...... 사회의 물질적 생산이 중요하긴 하지만 서로 믿으면서 살아가는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건 사실 정치하는 사람들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거든요. 이런 문제들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게 정말 답답합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5년 내내 한 일보다 정권 교체 그 자체가 몰고 혼 사회의 변화가 더 큽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 사회 무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노무현이 당선된다는 사실 하나가 이미 당선하고 나서 할 많은 일보다 더 크다... 노무현이 살아온 삶과 정치의 방식, 그런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그 순간, 그 자체가 정치인들, 정치지망생들, 정치평론가와 국민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것이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현할 수 없는 허황된 공약이나 비전이 아닙니다..그런 것을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이만한 수준에 왔는데도 여전히 학벌, 연고, 정실, 부조리, 온갖 불합리한 뒷거래...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런 장애를 뛰어넘어야 하는데, 제 삶과 정치는 그런 맥락에서 뚜렷한 상징적 가치를 가집니다. 그래서 제가 집착하는 겁니다.... 반칙의 문화, 가방 들고 이 당 저 당 기웃거리고, 오로지 배지만을 향해서 뛸 게 아니라 정치적 이상을 추구 해야지요... 오늘날 30대 젊은 정치 지망생들이 이 당 저 당에 공천 신청서를 동시에 제출하는 웃지 못할 희극이 벌어집니다. 이건 비극이에요... 이런 걸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오늘의 비극입니다.
뭔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 정의로운 사회, 이것이 뭉뜽그려서 "합리적인 사회"라고 하는 겁니다. 기본적인 룰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TV의 패널들이 좀 집요하게, 질문을 또 바꾸고 또 바꾸어서 해야 합니다. 정치인은 그 삶의 궤적을 쫒아가면 그가 무엇을 추구해 왔는지,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뭘 할지, 환하게 다 볼 수 있습니다. 삶을 추적해 보면 다 드러나는데,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 2002년 2월15일, 당시 민주당 경선에 나선 노무현 후보가 시사평론가 유시민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던 내용중 일부입니다.
말미에 말씀하신
"정치인은 그 삶의 궤적을 쫒아가면 그가 무엇을 추구해 왔는지,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뭘 할지, 환하게 다 볼 수 있습니다. 삶을 추적해 보면 다 드러나는데,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이 부분이 이번 대선 후보들 검증의 출발이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 경선과정에 약간의 비아냥적으로, 냉소적으로, 술안주감으로... 그들의 잔치?를 관전했다면... 앞으로는 그런 자세로 나서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자격 검증의 출발은.....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주창한 저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게임은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