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유시민인가는 논할 필요가 없다. 유시민이 실제로 니미럴 알바의 주장대로 프로파갠더의 귀재에 새빨간 거짓말쟁이일 수도 있고, 아니면 이 땅의 정치인 중에 그나마 제일 나은 희귀한 정치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전적으로 각자가 내려야 할 결론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행적이나 언행을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논란을 거듭하다 보면 보다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조금은 높아진다. 그게 필요하다면 유시민을 놓고 논란을 거듭하는 것도 좋긴 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나간 실패를 경험삼아, 유시민 가지고 뭘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어 보는 것은 여러가지 효과가 있다. 더우기, 좀더 심각하게 개입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훌륭한 대리경험을 줄 수 있다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시민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우리당은 흡수되었고, 통합신당이 남아 있다. 이 당에는 정동영 손학규등이 먼저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당에 끝까지 남아있던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등이 합류했다.
우리당을 탈당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던 당원들은 자동으로 이 당의 당원으로 승계되어 버렸고, 그래서 나도 현재 이 당의 당원이다. 하지만, 그 당에는 구 민주당 소속의원들도 있고, 민주당보다 더 민주당 스러운 우리당 소속이었던 의원들도 있다. 쉽게 얘기해서 이 당의 의사결정 과정은 철저하게 의원중심적이고, 지역주의적인 그 무엇이라는 얘기다.
여기서 유시민은 컷오프를 통과해야 하고, 그 후에 본선을 치루어야 대선 후보가 될 수가 있다. 대선 후보가 된 다음의 얘기는 지금 미리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시민에게 주어진 가능성의 폭은 작다. 심지어 유시민 본인도 보다 가능성 있는 다른 후보에게 자신의 지지자들을 넘겨주어도 된다는 약속을 지지자들 상대로 받아놓은 상태이다. 신기한 일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 상황에서 유시민이 컷오프를 통과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이 핵심이다. 차라리 본선 나가면 좀 낫다.
유시민은 배제투표를 당하고 침몰할 것이다. 그 순간 유시민은 지지자들에게 아마도 십중팔구 이해찬이겠지만 다른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를 하고 물러나게 될 것이다.
유시민 지지자들은 이 상황을 노무현이 광주경선에서 보여줬던 극적이고 짜릿한 역전승 같은 것을 이루어서 돌파하자고 생각을 하는건지 믿고 있는건지 그러고 있다.
이 대목에서 과거로 돌아가 우리당이 침몰하는 과정을 상기해 보고자 한다.
외부에서 봐서 알 수 있는 상황들 말고라도, 우리당 내부에서 벌어졌던 수도없이 많은 추잡한 사건들의 메카니즘을 확인해 보자.
기본적으로 우리당의 권력구조는 전통적인 정당구조에 깃든 권력들과 신흥 세력의 권력이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개혁당과 노사모로 대표되는 신흥 유입세력들은 사실상 노무현의 권위에 힘입어 단숨에 우리당 상층부에 진입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애시당초 제왕적 권위에 물든 정당구조는 그렇게 난리를 떨며 만들어진 당헌당규를 지키는 것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사실상 우리당의 최고 권위있는 의결기구는 전당대회를 제외하고는 중앙위원회였다. 이것은 당헌에 명시되어 있는 일이었고, 그렇기에 더욱 더 기대를 가지고 출범한 기구였지만, 다수의 사보타지 앞에서 신흥세력의 추진력은 얼어붙어 버렸다.
실질적으로 신흥세력은 의사결정 권력에서 최고 30% 정도까지 확보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엔 그 30%도 매우 위력적이었으며, 이를 기피하는 기존 세력들은 거의 사보타지만으로 대응하곤 했었다. 회의 자체를 무산시키고 출석률을 떨구고, 정족수를 못 채우게 하고, 무의미한 반론을 제기하고 하는 식으로 회의 진행을 막았던 것이다.
양측 중에 어느쪽이 더 조직적이었는가에 대한 판단도 있다. 양측 모두 전혀 조직적이지 않았다. 신흥세력은 나름대로 자신의 잇속을 차리고자 하는 동기에 의한 분열이 가장 큰 적이었고, 기존 세력은 아무런 조직도 연계도 없지만, 암묵적인 동의하에 신흥세력을 무력화 시켜왔다. 이거야 말로 진짜 보이지 않는 위협이었던 것이다.
한 초선의원의 경우를 보자. 이 의원은 전적으로 노사모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이 된 사람이었는데, 당선 초기 모든 보좌관을 노사모 출신으로 채우고 정력적인 지역활동 및 의정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건교위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소속의원들에게 관례적으로 제공되던 각종 공사의 물질적 혜택도 공식적으로 거절하는 등 그 동네에서 나름대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육개월쯤 후에 만난 그는 기존의 민주당 의원과 다른 점을 전혀 발견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사무실 운영비가 없어서 자판기 놓고 그 수익으로 월세내던 구질구질한 사무실에서 벗어나, 삐까번쩍한 곳으로 옮겼고 보좌관들은 모두 호남향우회 사람으로 교체되었다. 건교위에서 거수기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으며, 주어지는 혜택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나도 재선을 해야 되기 때문에~ 라고 당당하게 설명하고 있는 그를 보며, 이미 실패를 예견할 수 있었다.
거시적으로는 여러가지 이유를 확인 할 수 있다. 정동영이 공천권을 독점하여 남발하는 과정에서, 상임중앙위원들의 묵계하에 중앙위원회가 무력화되가는 과정에서, 한나라당과의 충돌을 회피하고 그들에게 국회 생활의 노하우를 전수받는 과정에서 우리당의 실패를 점칠 수 있었지만 사실상 그렇게 되어가는 메카니즘은 미시적인 곳에서 훨씬 더 이전부터 작동하고 있던 것이다.
기존세력은 아무런 변화없이 거기 서 있었을 뿐이다. 그들은 철저한 영업정신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생존만이 최고의 가치라는 점에서 아무런 변화없이 해오던 일을 했을 뿐이다. 이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신흥세력은 인간의 본성, 이기주의적 본성을 자극하는 기존세력들의 행보에 스스로 물들어가며, 분열을 거듭하고 내부의 불화만을 양산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아주 쉽게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정당구조의 개혁이라는 것은 바로 의원들 개개인의 이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정당을 운영하는 주체인 의원들에게 그런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고, 그들은 그것을 어떤 방식을 동원해서라도 무력화시키기 마련이다. 중보고 자기 머리 깍으라는 것은 가혹한 처사이다.
이 가혹한 메카니즘이 작동되려면 외부로부터의 강력한 압력이 필수적이었지만, 현재 이 땅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 글에서 신흥세력으로 칭해지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우리당 출범이후 전혀 상황에 대한 관심도 없고, 돌아가는 메카니즘에 대한 이해를 얻고자 하는 노력도 없었다.
결국, 신흥세력의 현실을 뜯어고치고자 하는 노력은 현실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이다.
그러면 이 현실 앞에서 유시민을 가지고 뭘 어떻게 할 것인가를 얘기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전화를 한통 받았다. 자동으로 승계되어 신당의 당원이 된 나에게 선거인단으로 등록할 것이냐는 질문을 하는 전화였다.
이미 50만을 모았다는 정동영과 40만을 모았다는 손학규가 버티고 있는 신당에서, 9월 1일날 마감되는 선거인단 등록기간을 통해, 유시민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어떻게 할 생각인지 궁금하다.
그들과 동일한 방법으로, 그들과 동일한 협잡을 하면서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궁금하다. 이미 유시민은 노무현이 사용했던 방법을 쓰기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 짧은 시간동안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방법을 만들어 내어서 유시민이 다만 컷오프라도 통과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다.
아무리 유시민이 훌륭해도, 아무리 그 지지자들이 열성적이어도 그들이 이미 다 짜놓은 판에 들어가서 무슨 승리를 일구겠다고 하는 것인지, 측은하기까지 하다.
설마, 누군가에게 얼핏 들은 유시민이 지면 이해찬에게 지지자를 몽땅 몰아주게 되니까, 그들이 유시민 배제투표를 안하고 이해찬 유시민 둘다 본선에 올려서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작전으로 나올 것을 노리고 있다~ 따위의 허황되고 자기기만적인 전술에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을 요청에 의해 편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