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작전통제권의 회수에 대하여 연일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그리 논란을 빚을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방을 주고받는 모습이 처량하기 그지없습니다. 전시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맡겨두어야 할 필요성은 뭘까요? 우리가 원한다면 미국이 계속 맡아 줄까요? 미국이 계속 맡아주면 우리의 안보에 도움이 될까요? 왜 회수하면 안된다는 것일까요?
전시 작전통제권을 다른 나라에 맡겨야 할 필요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해방후 미국에게 의존하여 국가안보를 지켜왔습니다. 6.25를 겪은 후에는 휴전의 당사자로서의 유엔(실제로는 미국)이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휴전의 당사자가 아니었고 스스로 국토를 방위할 능력도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북한에 비하여 소득도 낮아서 안보에 투자할 여력도 없었던 형편입니다. 미군의 우산아래서 경제발전을 추구할 수 있었던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분단상황에서 미군의 우산은 우리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준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성장을 거듭하였고, 북한은 점점 쇠락을 거듭하였습니다.
이제 북한은 경제적으로 우리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합니다. 경제력은 곧 국방능력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여전히 미국이 우리의 우산이 되어 주기만 한다면 우리는 경제적 이득을 꾀할 수 있어서 나쁠 것이 없을지 모릅니다.
문제는 그렇게 의존하는 동안 우리는 방위비 분담을 점점 늘려가야 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것들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필요에 의한 주둔이 아니라 우리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는 더욱 많은 것을 그들에게 양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국의 희생을 감수하고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생각은 국제관계의 본질을 모르는 무식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전시작전 통제권은 자주국방으로 가는 시작점입니다. 스스로 작전을 전개할 수도 없는 국군이 무슨 소용있겠습니까? 군비를 많이 투입한다고 자주국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군대가 스스로 우리의 안보를 책임지려고 하는 태도에서 시작할 일입니다.
이제 경제적으로 이렇게 성장한 한국의 방위를 미국이 일방적으로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국방은 미국에게 맡기고, 우리는 경제성장을 추구하면 된다는 식으로는 영원히 작통권을 가지는 자주군대를 가질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이 맡아 둘 생각이 없으면 회수를 피할 수는 없다.
미국은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군사전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자국의 군대를 유지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전력은 극대화하되 비용은 절감하는 구조조정을 이미 실시하고 있다.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개념이나 신속기동군으로의 재편등은 그들의 세계전략에서 나오는 개념인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 싼 미군의 경우도 주한미군을 슬림화하고 전력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한국이 스스로의 국방을 주도적으로 책임지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 조약에 따라서 유사시 전쟁에 자동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전쟁의 수행은 한국군이 주도하고 미군은 지원하는 것으로 역할도 조정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정책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측면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시작전 통제권을 우리가 원한다 하더라도 미국이 더 맡아서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더욱 많은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한국에 넘기려는 것을 우리가 무슨 명분으로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계속 맡아서 미국이 자존심을 살릴 일도 아니며, 이익이 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미국이 원하면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이 작전통제권을 가지면 우리의 국방에 득이 되지 않는다.
미국이 설혹 우리의 간곡한 요청에 응하여 작전통제권을 계속 보유하게 된다면 우리의 국가안보에 도움이 될까요? 아마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엄청난 국방예산을 투입하고도 자주적 군대를 가질 수 없습니다.
작전통제권이 없는 군대는 자국의 방위를 스스로 지킬 능력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미국이 지켜줄 것인데 스스로 능력을 배양할 동기도 생기지 않습니다. 현대식 무기체계를 모두 갖추어도 작전통제권이 없다면 유사시 즉각적인 대응이 불가능합니다. 한미연합사가 미국의 이익을 고려하여 응전을 막는다면 스스로 교전도 할 수가 없어집니다.
장기적으로 우리 스스로의 국토방위를 스스로의 힘으로 감당해 나간다면 우리군의 미래는 밝아질 것입니다. 우리의 실정에 맞는 무기의 체제를 개발하고 전략적 연구도 우리가 스스로 수행해 나가야 전시에 제역할을 하는 군대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군의 미래를 위해 전시작전 통제권은 회수하는 것이 옳습니다.
작통권 회수를 반대하는 논거는 무엇인가?
첫째는 작통권을 회수하면 미국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입니다. 미국이 과연 그럴까요? 자국의 이익이 한반도를 지키는 것이더라도 자존심이 상해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할까요? 절대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킬 가치가 있고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한 미국은 한반도를 지킬 것입니다.
반대로 작통권을 스스로 미국에게 맡아달라고 사정하면 자존심이 상하지 않아서 우리를 지켜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한반도를 지키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일이라면 미국은 아무리 자존심을 살려 줘도 지키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를 지키는 것이 미국에게도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작전 통제권의 유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경제적 이유입니다. 작통권을 회수하면 자주국방으로 한발 더 다가가야 합니다. 거기에는 엄청난 규모의 국방예산이 투입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주장은 어이없는 것입니다. 작통권이 미국에 있으면 우리는 자주국방을 추진하지 말자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작통권의 회수가 아니라도 우리는 자주국방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언제까지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지 확신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이제 우리의 경제력에 걸맞는 수준에서 우리의 안보를 스스로 책임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작통권 회수가 아니라도 반드시 그러한 노력은 해야하고 최대한 자주국방을 위하여 노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을 지키는 것이 자국의 이익일 경우에만 우리는 지켜줄 뿐입니다.
셋째, 진정한 이유는 아마도 작통권의 회수가 아니라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이 현정부라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죠. 현정권이 추진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작통권의 행사는 2009년 이후가 될 것입니다. 다음 정권에서도 얼마든지 시기의 조정이 가능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략적으로 접근할 일이 아닙니다. 현정권의 치적이 될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면 상처낼 기회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작통권의 회수와 상관없이 미군은 슬림화되고 전력은 강화되며 우리의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질 성격이 아닙니다. 미국이 넘겨줄 필요가 없는 것을 우리가 요구한다고 넘겨줄 나라입니까? 그들이 필요해서 넘겨주는 것을 어떻게 받지 않고 버틸 것인지 답을 해야 합니다. 반대론자들과 시기상조론자들이 답할 차례입니다.
어떻게 미국을 설득할 것입니까? 좀 더 맡아 달라고 설득할 논리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설득한 들 미국이 들을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스스로 살길을 찾지 않는 백성은 언젠가 식민지가 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