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즈음해서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저의 정치적 견해도 밝힐 필요가 있을 듯싶군요.
오늘 조기숙 교수가 '사과한다.'라는 표현이 나왔습니다만, 그러한 표현이 소위 핵심(후보든, 이론 제공가든, 실세든)의 입에서 이제야 나왔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문제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았다는 것의 반증입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대수롭지 않은 상황을 진행되고 있다 라는 것이 그 내면이라고 보면 맞습니다.
사과를 하고 안 하고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인식이 저변에 있었느냐 라는 부분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골수 지지층의 반응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소위 핵심, 그리고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님들이 간과했다는 것에 문제가 있습니다.
정치력이 무엇입니까. 흩어진 생각들을 하나로 모으고 세력화시키는 과정,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결집하는 과정, 그것이 바로 정치이며, 정치인의 역량을 그것을 일구어내는 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열렬한 지지층에 대하여 그러한 노력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였거나(그렇다면, 정치력이 부족한 것입니다.) 아니면 무시했거나(그렇다면, 오만한 겁니다.) 둘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왜, 강운태, 김원웅, 김혁규 세 분과 충분히 논의를 하고, 충분히 설득해서 하나로 만들지 못했을까 역시 그분들의 정치적 역량이요, 왜 열린우리당 지지층 당원들에게 마음에서 공감할 수 있는 설명과 설득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은 '그 정도도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을 설득하려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가슴이 막막해 집니다.
이러한 안타까움이 저에게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에 대한 답변은 '이제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가서 돕자!'라고 생각하시는 많은 지지자분이 대변해야 할 성격이 아니라,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님들께서 감당하셔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지지를 이끌어내어야 할 후보 당사자이시고, 지지자들은 그러한 과정을 보며 지지를 결정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치의 수준을 매우 높여놨습니다.
정치인들이 그 수준에 이르기 위해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도 수준이 높아졌고 많이 성장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이 간과하고 있거나 별것 아닌 걸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호적 비판세력은 당장은 쓰지만 반드시 약이 됩니다.
가봐야 어디를 가겠습니까. 엎어지면 코닿은 데 있고, 그 나와바리가 별수 있겠습니까. 돌아서면 동지요, 내딛으면 옷깃이 스치는 곳에 있는 분들인데.
필요할 때, 정말 필요할 때 큰 힘으로 뭉치게 될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사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컷오프에서 1인2표제가 시행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걱정이 적지 않습니다. 열린우리당 당의장 경선에서의 배제투표를 기억하실 겁니다.
1인2표제 투표에서 배제투표를 했다고 비난을 많이 했지만, 그것을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1인 2표제는 배제투표를 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룰'이라고 보시는 것이 정확할 것입니다. 그 제도만큼 취지와 현상이 180도 다르게 나타나는 룰도 없습니다.
1인2표제의 근본 취지는 '메이저 한 사람에 대한 쏠림으로 나머지 사람에 대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다고 합니다만, 나타나는 현상은 '나의 대장을 먼저 찍고, 가장 우려되는 경쟁자를 피해 만만한 사람을 찍는' 행태로 항상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특정 몇몇 세력이 '담합'을 하게 된다면, 특정인을 표적으로 하여 떨어뜨리는 것이 가능해 집니다. 즉, 제일 형편없는 한 사람을 집중 지지하여, 경쟁자보다 더 많은 표를 받게 하여 유력 경쟁자를 도태시키는 방법입니다.
이것의 효과는 매우 치명적입니다. 도태된 사람은 정치적으로 사망하게 되지만, 유력인의 도태로 이득을 본 사람 역시 쫄다구로 전락시키는 효과가 있게 합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이미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조금 전 제 핸드폰으로 컷오프에 관해 묻는 여론조사 전화가 왔었습니다만 9월 초에 통합신당 컷오프가 있다고 하는데 그때, 그러한 불행한 일이 발생한다 해도 누구를 원망치 못할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이 충분히 예측이 됨에도 불구하고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은 분들의 자업자득이니 말입니다. 부디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제도적으로 그런 상황이 오도록 만들어 놓고) 서로 비난하게 되고, 정체성 혼란에, 당론도 정하지 못하는 정당에 결국은 "어떤 방법을 쓰든 대통령 만들어내는 일 하나만 성공하면 그 위세로 국회의원 공천 나눠 먹고 그 이후엔 각자의 길로 흩어지기 위해 만든 임시 정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될까 두려운 것입니다.
부디 잘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전사들이 그곳에서 정말 잘 싸워서 모두가 이기고, 그분들 중에서 대통령이 나셔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의 아픈 마음들이 완전히 가셔지게 되는 겁니다.
그때까지 아파한다고 해서 '왜 아프니'하고 나무라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프니까요.
서프라이즈 대문편집 균형감 있게 펼쳐나가겠습니다.
이슈가 뜨거울 때는 논점. 쟁점 글을 많이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몇 일간 마음이 불편하신 분들께는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독고탁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