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정치, 잘 사는 나라! 열린우리당의 캐치프레이즈였다.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정당, 지역구도를 극복하는 국민통합 정당, 백년정당의 꿈은 이제 막을 내린다. 내일의 마지막 전당대회를 끝으로 열린우리당은 민주신당에 흡수합병된다.
수만의 자발적 참여자를 보유한 정당이 왜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일까? 당의 뿌리인 정강정책이 매우 훌륭하고, 돈내고 시간을 보태던 당원들이 전국에 널려 있는데 왜 깃발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그 해답은 간단하다. 정치인들이 창당정신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구도가 허물어진 불안한 자리, 자기들끼리 만들고 나누던 기득권을 당원들에게 침해당한다는 피해의식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그러한 형태의 정당을 원하지 않았다. 다만 집권당의 의원으로서 누릴 것을 기대하였을 뿐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치인들의 자영업에 열린우리당의 구조는 매우 불편한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과거의 든든한 지역구도와 지분나누기 정치로 돌아가기 위해서 노력한 결과가 대통합이다. 당의 주인이었던 기간당원들의 손에 당을 남겨놓고 정치인들이 탈당했어야 한다. 그러나 남겨두면 화근이 될 것이기에 뿌리를 뽑아버렸어야 했다. 그렇게 정치인들은 철저히 대의를 버리고 이익을 쫓아 대세를 형성하였다. 이제 열린우리당은 역사의 화석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현 지도부에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부탁하고 싶다. 기왕 당의 뿌리를 뽑기로 했고, 그것이 대세라면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훌륭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그나마 문을 닫는 절차라도 정중히 수행해 주기를 바란다. 과거 엉터리 정당들의 전당대회처럼 동의여부를 묻고 그냥 의안의 통과를 선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통합안을 상정하고, 찬반토론을 간략하게나마 치뤄야한다. 그렇게 찬반의견을 피력한 후 정식으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실시해야한다. 물론 당연히 통합안이 통과될 것이다. 이미 당원들의 반대할 권리를 지난 2.13전당대회를 통해서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연하게 결과를 발표하고 서로 위로하며 갈길을 가자.
여전히 흡수통합에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여전히 대세보다 대의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여전히 잡탕정당으로의 통합을 반대하는 주장이 있다. 그것도 열린우리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뜻이다. 마지막으로 반칙없이 서로 절차를 존중하여 결론을 내려주길 바란다. 그것이 열린우리당 마지막 지도부의 중요한 임무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마지막이라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하여 문을 닫아야 한다. 찬반토론과 표결은 반드시 거쳐야할 일이다. 구태정당의 동원당원들이 하는 전당대회를 답습하지 않아야한다. 그것이 한국의 정치사에 마지막으로 기여하는 길이다. 만일 그렇게 절차를 준수하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구태정치인들의 행태로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부디 마지막 지도부의 마지막 노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미 탈당한 처지이나 정말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진정으로 잘되길 바라던 열린우리당의 마지막 길에 치미는 분노와 슬픔을 가눌 길이 없다. 슬프다. 한없이 야속하고 슬프다. 부디 유종의 미라도 거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