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대통합신당의 흡수합당에 대해 지지자들의 의견이 갈리고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물론 다수는 침묵하고 있고 대세라는 상황에 몸을 맡기고 있는 형국이다.
아무리 대세라고 하더라도, DJ가 대통합의 정당성을 내세워 도로열린우리당이 아니라고 말한다하더라도 마음이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노무현과 참여정부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하나로 인식하고 있는 지지자들에게는 찜찜한 정도를 지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일 것이다. 합당 선언이 있은 직후 부터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를 통해 표출되고 있는 지지자들의 갈등이 이러한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필자 역시 많은 고민에 쌓여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속에 담은 말을 다 쏟아내자니 참으로 얼굴 부딪히는 사람들이 많다. 솔직히 그래서 글쓰기가 더 힘들다. 제일 먼저 노짱이 부딪히고 친노라고 불리는 대선주자들이 부딪히고 그들과 함께 일했던 나와 일면식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딪힌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 먹었다. 비록 그들에게 비난을 받는다해도 냉정한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를 개혁하고자 숱한 글을 쓰고 몸으로 뛰었던 글쟁이이자 정치개혁을 지지하는 한 사람인 내가 입을 닫는다면 '죽은 시민의 사회' '죽은 네티즌의 사회'를 방조하는 꼴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글을 써야 한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일단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는 뜨거운 감정은 눌러 놓아야겠다. 정작 해야 할 말을 못할 것 같아서다. 최대한 논리적으로 이 상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선 합당찬성 논리를 정리하면 이렇다.
- 합당반대는 이상이고 합당찬성은 현실이다.
- 대통합만이 정권재창출의 유일한 길이다.
- 흡수합당이라도 해서 정권재창출에 동참해야 한다.
- 합당이 대세인데 반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 정치개혁, 정당개혁은 우리 후보가 경선에서 이기면 가능하다.
- 경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대통합민주신당의 당원이 되어야 한다.
- 정치인은 대세를 반대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
이같은 논리 이외에도 많지만 핵심적인 것만 추려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과연 이러한 논리가 맞는지, 아니 이것이 진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이유인지 하나씩 짚어보자.
대통합만이 정권재창출의 유일한 길이다?
올해 1월 참평포럼 월례강연회에서 노무현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대통합만이 유일하다는 것은 외통수의 길이다. 후보단일화라는 다른 길도 있다.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그것도 고려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7개월동안 외통수 이외의 대안에 대해 우리는 단 한번도 고민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 야박하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세력도 없는데 떠들어봐야 득 될게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노무현대통령의 말에 응답한 쪽은 그를 탄핵했던 민주당이었다. 독자노선을 선언한 것이다. 반한나라당 세력간에 후보단일화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이 DJ 말을 거역하고 노무현 말을 들었다고 비유하기에는 심한 비약일지 몰라도 현상적으로는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대통합민주신당은 열린우리당과의 합당을 서두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열린우리당과의 합당마저 성사시키지 못하면 대통합하자고 1년 넘게 80명이 넘는 국회의원이 탈당과 입당을 번갈아가며 종횡무진 활약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고 DJ의 정치적 입지마저 흔들리면 그야말로 앞이 안보이는 상황에 직면하고마는 것이다.
급기야 형식적으로는 당대당, 내용적으로는 흡수합당이라는 눈속임 합당선언에 이어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주장에 맞서라는 DJ의 다급한 상황수습안이 나올 정도로 매우 다급한 지경에 직면하고 말았다.
반면 노무현대통령은 말이 없고,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과 지지자들은 합당찬반을 놓고 격하게 대립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개혁네티즌은 동의할 수 없다며 '저는 안갑니다'라는 주장까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혼란의 원인이고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냉정한 시각으로 다시 돌아보자.
주된 원인은 대선승리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혼란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통합으로 범여권이 하나가 되어야 대선승리 한다는 관점과 그렇지 않다는 관점이 충돌하는 있는 것이고 대통합이 맞다는 정치인들의 머리숫자가 많고 반대 입장을 가진 정치인은 매우 적다는데서 비롯된 매우 수준 낮은 정치현상에 기인한다.
8월10일 합당선언이 있은 직후 주요포탈사이트 메인화면에 탑뉴스로 나온 합당관련뉴스의 댓글을 보면 정치인들끼리의 관점이 얼마나 국민들과 괴리되어 있는지 여실히 증명해주고 있다.
첫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에 달린 수천개가 넘는 댓글의 99%가 조롱과 비난 그리고 안타까움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대거 접속하여 댓글을 달았다고 해도 최소한 합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법한데 그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무플정당이 합당을 한다니 악플정당이 되어버린 것이다.
노무현, 개혁당, 참여정부, 열린우리당을 하나같이 지지해온 소위 '개혁지지자' (이하 개혁지지자)들이 주를 이루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마저 무관심이 주를 이루고 있고 뒤늦게 상황을 아름아름 전해들은 네티즌들이 찬반 격론을 벌이고 있지만 그동안 지지하는 정치인에게 판단을 유보한 탓에 냉정하고 논리적인 공방은 그리 많지 않은 수준이다.
합당을 통한 대통합신당으로 대선승리할 확율이 더 낮다.
대선은 인물로 승부가 나는 것이지 정당의 지지율로 승부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로 위안을 삼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과거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전혀 다른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세력이 뭉쳐 당을 만들더라도 국민적인 명분이 있었고 지금처럼 선거를 몇 달 앞두고 급조한 당이 아니라 적어도 많은 시간을 두고 준비하여 만들어진 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국민적인 명분은 커녕 코미디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궁색하기 짝이 없는 신당이고 대선만을 위해 정당을 만들었기 때문에 대선 후에는 다시 분열될 것이고 대통령을 뽑아봐야 공약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만약 이러한 정당이 지지율이 오른다면 그야말로 이변중에 이변일 것이다.
아마 개혁지지자들 중에서 이부분을 역설적으로 해석해서 희망을 말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현실을 잘못 분석한 오류이자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의 능력을 과신하는 이상주의적인 발상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을 구성하고 있는 세력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데는 오는 착시현상이다. 여기에다 비주류라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2002년의 추억이 겹쳐저 판단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2002년의 민주당은 정체성이 분명한 당이었다. 누가 최종후보가 되던간에 한나라당과 확실한 대척점에 서 있을수 있는 정당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후보가 된 노무현을 흔드는 후단협에 대해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세력으로 대세를 이루며 노무현후보를 흔든 후단협은 국민적 명분에 밀려 꼬리를 내리고 말았지 않았는가.
지금 합당을 앞둔 대통합민주신당은 과연 국민들에게 어떤 정당으로 비쳐지고 있는지 두 말하지 않아도 개혁지지자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정체성은 없고 한나라당의 대척점이라고 판달할 근거도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숫자가 적다하더라도 한나라당의 대척점에 있다는 정체성을 명확히 했을 때 그속에 있는 대선후보에게 반한나라당 성향을 가진 국민들이 표를 던지는 것이다. 오죽 지지할 곳이 없으면 9석 정당 민주당의 후보에게 후한 점수를 주겠는가. 그래서 개혁적인 이미지가 강하다고 인물론을 내세우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 더 어려운 것은 한나라당이 맹위를 떨치고 있고 부정부패가 아무리 논란이 되어도 엄청난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대척점이라고 할만한 정당이 정체성마저 없고 국민적 명분이나 감흥마저 없는 정당이라면 그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아무리 개혁적인 후보라 해도 정체성을 잃은 상태에서 2002년 같이 시대정신을 주장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도 심각히 고려해봐야 한다.
2007년의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일이 아니라 여전히 정치개혁이다.
2002년 민주당은 정체성면에서는 분명하였지만 지지율은 낮았다. DJ의 친인척 사건으로 국민여론이 좋지 않을 때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노무현은 정치개혁이라는 국민적 명분을 쥐고 나왔다. 그것은 정확했다. 한나라당 이회찬 후보의 비리와 부패와 맞불러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그대로 노무현 지지로 반영되었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다. 수많은 대선후보들이 하나같이 외치는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일이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국민적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까. 필자는 냉정히 말해 없다고 본다.
정체성을 분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인가. 뭔가 답답한 것을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인 것이 시대정신 아닌가. 경제와 통일은 언제나, 누구나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지금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어느 대선후보나 말할 수 있는 것은 시대정신이 될 수 없다. 한나라당이 말할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시대정신이 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단 하나다. 정상적인 정치, 부패없는 정치, 국민을 섬기는 정치, 구태스럽지 않은 정치를 말할 수 없다. 즉, 정치개혁을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나라당이 신통일정책을 내놓은 것이 이러한 맥락이다. 다시 한 번 말한다. 경제와 통일은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나 장미빛 미래를 사탕발림 할 수 있다.
한나라당이 통일을 말할 수 없다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말할 수 있고 지금도 말하고 있다. 국민들은 아직 통일에 대한 절박감이 피부에 와 닿은 정치현실보다 덜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식으로 통일을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당한 대통합신당에서 우리 후보가 정치개혁을 말할 수 있는가.
우리 후보가 경선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대한민국 정치제도, 정치질서 등을 말하면서 정치개혁 플랜을 주장한다고 생각해보자. 국민적인 주목을 받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강하게 어필해야 하는 입장인데 과연 국민들의 반응이 어떨까.
주장하는 후보도 낮뜨거울 정도로 자기부정을 해야할 판이다. 한나라당을 향한 정치개혁만을 주장할 것인가. 그건 더 몰염치한 행동이며 국민들에게 조롱 받기 딱 좋다.
예비경선(컷오프) 통과 가능성 희박하다.
우리 후보들, 즉 열린우리당 대선후보들이 합당 뒤에 있을 예비경선(컷오프)를 통과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성 없다고 볼 수 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비난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개혁지지자들이 힘을 모으면 된다고 말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순진한 생각이다. 열린우리당을 4년 동안 경험하고도 아직 이런 순진무구한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지난 4년간 열린우리당은 무려 4차례 이상 전당대회를 했다. 그리고 예비경선이라는 것을 했다. 기억력 좋은 분은 이제사 생각날 것이다. 배제전략이란 것이 있었다.
열린우리당 내에 강력한 세력을 가진 후보가 그렇지 못한 후보를 배제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1인 2표, 1인 3표제다. 세력이 큰 쪽에서 세력이 작은 쪽을 팽시키기에 아주 좋은 제도인 것이다.
합당 뒤에 있을 예정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은 다시 이러한 역사를 반복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열린우리당 예비경선보다 더 힘든 상황도 예상된다. 정동영, 김근태 세력이 주를 이루던 열린우리당 보다 한 술 더 떠서 손학규 세력까지 대거 포진한 상태이고 시민사회세력 역시 우리편이 아닌 이상 배제전략이 작동된다면 당연히 우리 후보들이 1순위 배제 대상이 된다.
이렇게 되면 개혁지지자들은 힘 한 번 못써보고 9월초에 일찍히 손 내리고 사라져야하는 무서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된다는 낙관은 휴지통에 넣어야 한다. 예비경선은 개혁지지자들이 힘을 쓸 수 있는 영역도 아닐 뿐더러 지난 1년 동안 이러한 상황을 철저하게 준비해온 대통합 후보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한다.
대안이 더 확률이 높다.
3대 리그 즉, 반한나라당 세력간의 리그와 후보단일화가 대선승리할 확률이 높다. 열린우리당 개혁후보 VS 통합신당 기회주의자 후보 VS 민주당 보수후보간에 진검승부가 오히려 정체성도 지키면서 국민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힘도 못써보고 죽는 상황도 없으며 외통수에서 허덕일 필요도 없다. 지난 5년간 개혁지자들의 힘이 약화 일로를 걷고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개혁지지자들의 폭발에너지 역시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전환점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합당선언 했는데 어떻게 반대하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선언은 선언일 뿐이다. 현재 열린우리당에 남아 있는 대선후보가 이탈없이 한 몸이 된다면 가능하다. 물론 이탈자를 예상해야 하는데 굳이 개혁지지자들의 뜻과 반대로 사지로 가겠다면 어쩔도리는 없다.
합당반대의 명분은 명확하다.
질서있는 통합을 하겠다는 약속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형식상 당대당, 내용상 흡수합당은 명백히 약속위반이다. 국민들의 시선도 따갑다. 앞서 언급한 다급한 이유와 시간상의 문제를 들어 흡수합당을 한다면 대선승리 확율도 줄어들도 개혁세력의 근간도 흔들릴 것이다.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대통합은 명분 없고 승산 없는 최선이다. 지금은 명분 있고 승산 있는 차선을 선택할 때다.
현실적으로도 확율이 높은 쪽은 대통합이라는 외통수가 아니라 진검승부를 통한 후보단일화이다. 혹자는 3대 리그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외통수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하는데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승률이 낮은 무조건 대통합이라는 배수진을 친 사람들의 박약한 논리일 뿐이다.
명분 없고 승산 없는 대세를 따른다면 나는 도청에 남겠다.
그렇다. 이제 남은 것은 결단일 것이다. 열린우리당 대선후보는 후보로써의 결단을 해야하고 개혁지지자들은 개혁세력의 마지막 보루로써 결단을 해야 한다. 이 글 시작에서 말했듯이 이 글이 힘든 동지들의 마음을 더 아픈게 할 것이다. 하지만 쓸 수 밖에 없었다는 심정도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합당해서 간다한들 원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는가. 단지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의 회군을 바랄뿐이다. 만약 그것마저 어렵다면 도청에 남아 역사를 기억해주기 바랬던 선배들처럼 우리도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대선이 끝난 뒤 나의 생각이 틀렸다하더라도 개혁세력의 정체성만이라도 알리고 싶었다는 진심만은 남지 않겠는가.
<<부디 선배, 동료, 후배님들의 이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