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칼융님이 유시민을 비판해 달라고 한다. 그것도 혹독하게.
개혁당 해산시에 극렬하게 반대했던 나로서는 칼융님의 주문이 아햏햏하게 들린다.
지금 이 시점에서 유시민을 비판해서 뭘 어쩌려구?
칼융님은 계속 유지민 지지자로 남는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글에서는 유시민이 현재 취하고 있는 스탠스에 대한 불만이 가득 묻어나고 있다. 유시민이 취하는 입장에 반대하면서 유시민을 지지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결국은 안티유시민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2002년 개혁당의 성공은 결국 유시민의 성공이었다. 개혁당을 너무나도 사랑했기에 개혁당을 말아 먹고 가버린 유시민을 미워했지만, 개혁당이 곧 유시민이었으므로 유시민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는 없었다.
유시민이 박명광을 찾아가 신당추진위(이름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의 대표를 맡아 주길 부탁할 때부터 개혁당 그룹의 미래는 암담할 것으로 판단했다. 개혁당에서는 유시민의 뜻이 곧 당론이 되었지만 새로운 당에는 유시민만큼 잘나고 말빨 쎈 인간들이 득시글했다. 결코 유시민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었다.
결과는 더 나빴다. 유시민의 말빨이 먹히기는 커녕 왕따로 몰렸다. 의정일기를 통해 많은 지지를 받았던 송영길 조차도 안티유시민의 선두에 섰다.
유시민이 개혁당을 버리고 갈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열린우리당이 상향식 정당, 참여정당, 인터넷정당, 쓰레빠정당, 츄리닝정당이 되어 진성당원들이 당의 주인이 된다면 개혁당을 버린 유시민의 원죄는 용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실패한다면 유시민의 죄는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개혁당 이후 나는 다시는 정당원이 되지 않으리라 맹세했다. 의도적으로 정치판을 멀리했다. 그러나 제 버릇 개 못준다고 습관적으로 서프를 눈팅하고 참정연(유시민의 참정연)에 들어가 보고 그러다가 가끔 댓글도 달고 때론 본글도 올리고, 그리고는 후회하고 자삭하고...
엊그제 심형래의 "디 워"를 봤다. 끝날 때 박수를 보냈다. 진중권의 말처럼 영화로서는 뭐 그렇고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름 재미있었고 그 만한 영화라면 언제든지 지갑을 열어 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고 싶어 한다. 2002년 그때처럼 지름신의 강림을 받고 싶어 한다. 비록 의식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고 살지만 그때같은 작품만 나온다면 다시 한번 신바람을 낼 준비가 되어 있다.
지금 유시민을 비판하는 것은 그 잘난 영화평론가들, 진중권들이 심형래를 비판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디 워"를 만들어 흥행에 성공할 것이 아니라 "천년학"을 만들어 흥행에 참패하라는 말과 같다.
유시민의 판단과 예측은 신뢰할 만하다. 유시민이 합당에 찬성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면 그럴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나같은 사람은 그저 좋은 작품, 재밌는 작품이 나오는 것을 기대할 따름이다. 유시민이 만들 작품에 미리 초를 칠 필요는 없다. 그러고 싶으면 정태인처럼 민노당으로 귀순하는 게 옳다.
여기 유빠들은 동을 뜨는 사람들이다. 동을 뜨는 사람들이 기가 죽어 있으면 나와 같은 Mass는 짱돌을 들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유시민 비판 같은 건 민노 같은 찌질이들에게 맡기고 그저 열정과 신명으로 놀이판을 벌리면 된다.
2002년 개혁당 때처럼, 나 같은 그저 그런 사람들이 신바람을 느끼고 지름신의 강림을 받고 결국은 거리 춤판에까지 나서게 된다면...... 유시민이 된다. 무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