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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성적표
버스기사 | 2007-08-11 01:08:24 | 조회 592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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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   을

 

                                                                              文 松 山

 

꽃바다...

복사꽃 자지러지는 잎새마다

나를 묶어놓더니

 

남몰래 돌아선

저 진한 눈시울

 

갈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애간장을 태우며

 

사랑은 지금

마지막 정열을 쏟아놓고 있군.

 

 

 

삼복더위란 말이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늘 잊지 않고 찾아 오는 이곳 시민광장이 이즈음 날씨마냥 뜨겁게 달아 올라 있군요.

유티즌 여러분들의 마음을 잠시 추스르시라는 뜻으로 저의 큰 누나 시 한편 올렸습니다.

 

후덥하고 짜증나는 현재 진행형 통합이 우리를 더욱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나타내게 하는 것이 아닌가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이놈의 날씨 탓으로 돌리고 싶군요.

그런 경험이 다들 있으실 겁니다. 날도 덥고 육신도 찝찝한데 누군가 옆에서 비위에 거슬리는 한마디 툭 던지면 괜스레 짜증나고 불콰해서 신경이 곤두서는 그런 경험.

 

오늘 저의 아들 놈이 지난 1학기 성적표를 가져왔더군요.

제 앞에 성적표를 놓곤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립디다. 짐작하고 가로세로 두번이나 접힌 A4 용지 성적표를 펼쳐보니 생각보다 좋지 않더군요.

아들놈은 미리 야단맞을 각오를 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겠지만 저는 오히려 조용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한발 물러서서 생각했습니다.

이놈을 꿇어 앉히고 야단을 치느냐, 아니면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것이 좋을까 하구요.

후자를 택했습니다.

혹시나하고 녀석의 방문을 열어봤습니다. 의자에 앉아 불도 안키고 고갤 숙이고 있습디다.

 

"교복 벗고 빨리 씻어라. 밥 묵어야재. 아빠 배 고프다."

녀석은 오늘을 끝으로 남은 방학수업을 안나가도 되기에 그동안 학교가서 공부하느라 제대로 놀지 못했을텐데 제가 예상했던 성적보다 나쁘다고 핀잔 준다면 녀석의 어깨가 오히려 더 쳐질 것 같아 한마디 더 했습니다.

"얌마~ 내일 디워 보러 갈까?"

 

 

세상은 우리가 걱정하는만큼, 예상하는만큼 제대로 굴러가지 않나 봅니다.

참 어렵습니다.

고삐를 당겨야 할지, 늦추어야 할지...

 

그러나 이 한마디로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친구야,

또 한 잔

우리 두 마음 섞어

희망을 마시자꾸나.

 

 

고맙습니다.

     

덧글쓰기 | 전체글 6건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나비효과  

간간히 비가와도 여름은 여름인지라 등줄기에 땀이 송글송글 하네요. 이밤에 또 살아갈 궁리로 이사짐을 싸고있던 찰나였습니다. 심난하기만한 작은 자취방도 자취방이지만 돌아가는 상황도 심난하기 짝이없어 어디다 풀어놓아야 할지 몰랐는데 버스기사님의 글을 읽고 한결 숨통이 틔이는 기분입니다. 어깨를 맞대고 가야하는 먼길. 여기가 아니면 어디에 또 우리의 동지를 만나겠습니까.

좋은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07-08-11

버스기사  

나비효과님/ 늦은 밤에 수고많으시네요. 우리 모두 매일반이겠죠?
네, 그래요. "동지"라는 뜻풀이를 어느 강연에서 말씀해 주신 유시민 의원의 말씀이 새삼 마음에 다가오는 밤입니다. 힙냅시다!
07-08-11

미니파더  

본인이 가장 상처를 많이 입었다면 그저 위로해 줄 수밖에 없지요... 저도 그런 아빠가 될겁니다.
07-08-11

초록별문지기  

우리는 힘들어도 함께 이곳에 모였습니다.
앞으로 가는 길이 험난하더라도, 속이 새카맣게 타버리더라도, 얼굴은 환하게, 몸짓은 신나게
12월 19일까지 최선을 다할거라고 믿습니다.

이 새벽.버스기사님의 글을 보니 희망을 기원하며, 그 희망이 역사가 되길 기원해봅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이곳에 모인 유티즌님들 사랑합니다. ^^*

화이팅~~
07-08-11

포세이동  

버스기사님이 동지에 대한 의미를 다시 일깨워 주시네요
맞습니다. 우리는 동지입니다.
어려울 때나 좋을 때나 함께 할수있는 우리는 동지입니다.
07-08-11

위시리  

글 너무 좋아요~ ^^*
0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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