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출근길 만원 버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고생이 버스 안 시민들의 자발적 응급처치와 협조로 위기를 모면했다.

13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서울 성북구 숭곡초등학교 인근을 지나던 172번 시내버스 안에서 한 여고생이 의식을 잃었다. 이 학생은 버스 중간 쯤에 서 있다가 돌연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동시에 기사에게 "여학생이 쓰러졌다"며 차를 세워 달라고 요청하고 119에 신고했다.

출근 시간 버스 안은 발 디딜 틈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해 여학생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기사가 곧바로 길가에 차를 세우자 평소 구급법을 알고 있던 안전관리직 종사자 정태선(50)씨가 여학생에게 심폐소생술을 했다.

정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전에 소방서에서 교육받았던 적 있어서 기도를 확보한 다음 흉부 압박을 두 차례 정도 시도하자 다행히 학생이 숨을 쉬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학생이 '저 왜 쓰러졌어요?'라고 말하면서 괜찮아 보이길래 일으켜 세우자, 좌석에 앉아있던 다른 시민이 바로 자리를 양보해 주셨다"고 말했다.

정씨는 "바쁜 출근 시간에 버스가 한참 정차했는데도 승객들이 항의하거나 투덜대기는커녕 자기 딸이나 여동생 걱정하듯 응급처치에 협조해주셔서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소방 관계자는 "해당 여학생은 어지럼증 정도만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면서 "이미 시민들이 응급처치를 시행한 뒤였던 덕분에 상태를 돌보면서 빠르게 이송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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