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십일월은 일년 열 두 달 중 주목받지 못한 달이어서

누구 발에 채여도 관심 가져줄 것 같지 않은

길섶 돌멩이같은 날이어서

'나 십일월인데 문 좀 열어 줘'

쉬이 말하지 않는다

잘못 배달된 편지처럼 기껏해야 핀잔이고,

낙엽에 적당히 묻어가며양다리 걸고 계절을 넘나드는 것이다

옛 사랑도 특별히 기억해 주는 법이 없다

그런 사랑 해 보기나 했는지 물어 보지도 않았다

달래서 가야한다

햇빛, 이슬, 안개심지어는 내 편에 서서 저물어 가는 가을을 달래야 한다

오는 겨울 것들 다 받아서는안된다

손사래 쳐서라도 가려서 받고

제 몫은 해야한다

누구의 은종 소리인가

그 떨림에 한없이 작아지고, 작아진만큼 당신이 커 보이는 아침

십일월이라 이름 부르기 위해 

가을 것, 겨울 것, 서로 달래고 있다

가을강江

가을 아닌 것들이 가을이라 우기면

여태 그런 줄 알았다

산봉우리 칼바위는 파란 하늘과 한통속이고

숲속 나뭇잎은 볕을 핑계대고 말라가야 하는 줄 알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에는 만국기가 날리고

달음박질 아이는 넘어져 무릎이 까이고

아까진끼 빨간 물약이 발라져야 가을인 줄 알았다

익은 벼 들판 참새 무리

딴살림 차리느라 분주한 줄로만 알았고,

그 중 변성기를 잘 넘기지 못한 참새 한 마리

켁켁 목은 메이는데

그 눈빛에 담긴 노을

오호 이 녀석은 가을이다

자갈 많은 강가에서 수제비 뜨다가

아쟁처럼 떨던 물소리

하염없이 옛 사람 등 뒤를 쫒던

그 아득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가을 강가에 나와 낭만주의자의 가을인척 행세하다가

저 많은 물이 잘 담근 술처럼 보이다가

이내 가을 아닌 것이 되고 말았다

이렇게 가을인 것을

여태 모르고 살뻔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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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시민광장은 대표 선거 중인데 아직까지 출마 하시겠다는 분이 나타나지 않고 있네요, 모두들 힘내시고 총회 때 많은 분들 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