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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 페북글 때문에 귀한 페친이 페절해주셨다.
먼저 송구하게 생각함을 밝힌다.
역사 이야기 하나 먼저 해야겠다.
조선초 연산군 때, 개혁 사림세력의 핏덩이에 불과했던 김일손은 당시 훈구대신으로 정치 거물이었던 이극돈의 비행을 고발하는 글을 사초에 올렸다.
이를 알게된 이극돈은 분노한 나머지 모든 정보력을 동원해서 김일손의 흠결을 찾으려 했다.
벌게진 눈으로 그가 찾은 것이 바로 '조의제문'
김일손이 쓴 글 하나하나를 뒤지다보니, 그의 스승인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을 사초에 실어 넣은 것을 발견하고 이극돈은 쾌재를 불렀던 것이다.
아시다시피 조의제문은 의제를 죽인 초항우를 비난한 글이다. 이는 의제=단종, 항우=세조에 빗대어 계유정난의 부당함을 논한 것인데, 이극돈에게 이 글은 기뻐할 만한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을 기화로 그 유명한 무오사화가 벌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적폐세력은 다시 자신들 목숨을 연명할 수 있었다.
조의제문이 분명 왕조국가라는 당대의 통치규범을 위반한 것임에는 틀림없지만(물론 도덕규범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 나는 글 자체 보다는 이극돈의 농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글이 통치규범에 어긋났기 때문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은 원래 그런 나라였으니 계유정난의 부당함에 대해선 차치하자.)
사실 맞는 이야기다. 왕조국가에서 왕의 정통성을 부정한다는 것은 역모죄에 해당하는 것이니 말이다.
조의제문이 문제가 있으니 김일손을 능지처참하고 김종직을 부관참시 하자는 주장은 객관적으로 타당하지만, 그보다 적폐세력이던 훈구세력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보존하려고 했던 꼼수에 초점을 맞췄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의 제목은 충혈된 눈동자, 벌게진 눈두덩이이다.
탁모 행정관의 과거 글과 생각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적폐세력이 '새로운 정권 역시 우리랑 똑같은 놈들이야'라는 작전으로 개혁세력을 끌고 과거의 오물로 뒤덮여 있는 똥통으로 끌고가려는 개수작을 차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밤새워 가며 탁현민이 쓴 글을 눈이 씨뻘게지도록, 기득권을 지키려 한글자 한글자 정독했던 그들의 벌게진 눈과 꼼수를 먼저 기억했으면 한다.
당시 이극돈은 조의제문을 원칙주의자에게 먼저 보이고 그들을 선동했을 것이다. 원칙주의자들은 당연히 김일손을 공격했을 것이고.
원칙주의자들에게 고하고 싶다.
먼저 조의제문을 읽고 논하기 전에 이극돈의 의도에 휘말리지는 않았는지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또한 지난 글에서 몇몇을 불편하게 했던 페미니즘에 대해서 한 마디 하고 싶다.
페미니즘도 역시 인간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인간평등이 보편적 진리임에도 여성이 부당한 지위와 고통 속에서 수백년을 살아왔고 살아간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
(여성이 차별받는 다는 것에 대해 태클 걸 사람은 없을 거다. 담배만 놓고 보아도 반박 못할 것다.)
또한 노동자와 농민 등 사회적약자에게도 그런 연민과 함께 연대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차별 없이, 존귀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모두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런 사회가 되길 희망하고, 그런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말하고 싶은 것은 같은 편끼리는 생각 조금 다르다고 적이 되지 않길 바란다는 점이다.
좋은 한 주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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