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서프 대문에서 칼 융씨의 <대통합 신당, 안 뜨면 접는 게 순리다.>라는 글을 읽었다.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0&uid=46324
그간 칼 융씨가 어디 가서 뭐하기에 콧배기도 안 보이나 싶었는데 시민광장에서 일하셨나 보다.
칼 융씨의 글을 보면 재미있다. '기찻길 당명'이니 '무플 정당'이니, 작명가로 사업을 하면 성공할 만큼 말만들기는 정말 잘한다.
머,'기찻길 당명'이라는 조롱에 대하여 나도 적극 공감하는 바이다. 나는 미래창조당을 걸레정당, 잡탕정당이라고 규정하는데, 그런 규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무플정당'이라는 작명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 미래창조당에 대한 각종 언론의 사설을 보면 무플이 아니라 '악플 일색'이다. 개인적으로, 악플 전문 조중동이 오랫만에 제대로 된 악플을 달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칼 융씨의 글의 제목이 문제다. 칼 융씨는 이런 문장을 썼다.
=======================================================
그런데 언제인가 노대통령께서 개헌을 제안했을 때 어느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의 칼럼의 제목인지 내용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랬다지요. '개헌 발의, 여론의 지지가 없으면 접는 게 순리다.'
=================================================
칼 융씨는 자기 글의 제목을 <대통합 신당, 안 뜨면 접는 게 순리다.>라고 썼다. 마치 칼 융 그 자신이 <어느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의 칼럼의 제목인지 내용인지>라도 되는 것처럼.
일단, 칼 융씨가 미래창조신당의 창당추진을 노통의 개헌발의와 빗댄 것은 부적절하다. 또한,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의 칼럼의 제목인지 내용인지>가 <'개헌 발의, 여론의 지지가 없으면 접는 게 순리다.'>라고 하였다고 하여, <대통합 신당, 안 뜨면 접는 게 순리다.>라고 한 것도 역시 넌센스다.
같은 것은 같게 평가하고 비유해야지, 전혀 본질과 가치가 다른 이야기를 같게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칼 융씨가 미래창조당을 비판하면서, 그 근거로서 <조순향의 지지도보다 낮다.>라는 논리를 펴는 것도 역시 넌센스다.
칼 융씨는 언제부터 여론조사 지상주의자가 되었나? 소위 <가치와 명분>을 여론의 지지로 결정하나?
본시 가치과 명분은 여론의 지지와는 거의 상관이 없는 것이다. 나는 여론의 지지는 고사하고 서프앙의 10원짜리 관심도 없는 <우리당 사수>의 깃발을 높이 들고 있다.
그리고 소위 <당선가능성>도 여론조사 결과에 논리필연적인 연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론은 본질적으로 급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고, 고도의 정치력을 가진 자라면 능히 여론을 조성하고 뒤집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순형을 여론조사 결과로서 비판하는 것은 정말 코메디의 극치다. 솔직히 유시민씨의 여론 지지도도 그다지 높은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합신당이나 조순형이 유시민보다 더 지지도가 높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고 싶은 말은, 미래창조당에 대한 비판의 기준으로 <여론의 지지>를 거론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당은 명분과 대의가 없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한 것이지, 여론의 지지가 적기 때문에 비판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칼 융씨의 글에서 가장 문제는, 명분과 대의가 없는 미래창조당에 대하여 유시민씨와 유빠들이 아직도 기웃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칼융씨는 이렇게 말한다.
당명만큼이나 설명하기 어려운 미래창조 신당의 정체성을 정리해야한다? 그 방법으로 <원샷>으로 하면 된다? 정체성을 만들어서 모은 이념정당이 아니라 일단 모아놓고 당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가설정당(?)이니 원샷으로 당의 정체성을 결정하면 된다?
즉, 그 안에 낑겨 들어가서 원샷으로 판을 정리하자는 말인데.. 지금 장난치나?
개인적으로 그 문장을 읽으면서 헛웃음이 나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맛이 가도 완전 맛이 갔다고 생각한다. 미래창조 신당에 가담하는 명분치고는 참으로 유치한 명분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발췌한 내용이 특히 그렇다.
========================================================
잡탕을 만들기로 했다면 배제론도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특정인을 거론하면 배제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 특정인이 유시민이라는 것 모르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기찻길 신당이 대선보다는 총선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것 압니다. 그래서 유시민식 정치스타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니 잡탕들이 모이는데 안(?) 잡탕인 유시민이 들어오는 게 달갑지는 않을 겁니다.
유시민 스스로 통합에 안 들어오겠다고 말해주길 내심 기대하고 그렇게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시민은 <원샷>으로 신당의 잡탕냄새를 제거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럼 얼마나 좋은 제안입니까? 한방에 설명하기 힘든 기찻길 신당의 색깔을 정하는 것 아닙니까. 유시민이 되면 그의 가치로 정당의 내용을 채우면 되는 것이고 다른 분이 최고가 되면 그분의 색으로 통합의 색을 정하면 됩니다.
통합신당에 가겠다는데도 오지 말라고 합니다.^^ 머 오지 말라고 굳이 입구에서 막겠다는데 또 굳이 가겠다고 난리 칠 필요가 있을까요?^^
=================================================
위의 발췌한 글 속에서는 매우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다. 일단 미래창조당에 가담하고 싶은 찐한 욕망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거기서 오지 말라고 왕따시키니 답답하고 막막하고 서운한 마음도 있다.
마치, 왕궁에서 왕자님과의 무도회가 있는데, 해야할 일이 산더미같이 많고 이렇다하게 입고갈 옷도 구두도 없는 신데렐라(=재를 뒤집어쓴 하녀)의 심리라고 할까. 어디선가 쥐떼들이 몰려와서 일도 해주고 옷과 유리구두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신데렐라 컴플렉스>가 들어 있다.
아니나 다를까, 칼 융씨의 글의 말미에는 신데렐라의 호출이 담겨 있다. <8월18일 유시민이 전국의 노유빠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8월18일이면 언제인가.
현재의 우리당의 일정에 의하면, 8월 12일이나 13일이나 14일에 전당대회가 있을 예정이다. 그리고 우리당 전당대회에서 우리당의 통합 가담이 결정되면 유시민씨는 그 즉시 <미래창조당 당원의 신분>을 획득한다.
그렇다면 8월 18일에 전국의 유빠를 소집하는 유시민씨의 의도는 명백하다. <미래창조당 안에서 세를 모아 싸울 것이냐. 탈당해서 신당을 창당할 것이냐.>하는 결단을 내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간 <원샷 대통합>이라며 민주당의 의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주장을 계속 해대는 것을 보면, 유시민씨는 탈당하여 신당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8월 18일의 모임은 결국 <세 결집>의 의미가 클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시민씨가 우리당 사수를 하지 않고 안이하게 대통합신당에 무임승차하려는 것이 아쉽다.
뭐,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든지 정치적 의사결정의 자유가 있으니 뭐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유시민씨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가르쳐주긴 싫다는 점만 지적한다. 참고로, 나는 다른 친노 캠프에는 다 정보를 제공해도 유독 유시민측에게는 입을 함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