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한국영화의 침체 속에 기대되는 대작 두 편,
이번 주 개봉한 첫 작품은 ‘화려한 휴가’, 다음 주에는 ‘디 워’가 개봉된다.
올해 고작 40편의 영화가 개봉될 예정이라니 상반기 부진을 우선 이 두 편의 영화가 받쳐줘야 할 것이다. 언제나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서너 편의 영화로 버텨왔으니, 올해의 분위기로 봐서 이 두 편의 영화가 관객몰이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올해 한국영화는 과반 점유율은 고사하고 30%대를 유지하기도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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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려한 휴가’는 ‘목포는 항구다’의 감독 김지훈이 맡았다.
200만을 못 채운 목포는 항구다의 나름대로 성공에 힘입어 화려한 휴가는 제작비만도 100억이 넘었다. 하지만 난 두 가지 이유에서 보고 싶진 않았다.
첫 번째, 김지훈감독에 대한 신뢰가 없었고, 이요원에 대한 신뢰도 없었다. 더구나 이준기라니….
두 번째, 광주항쟁에 대한 실상을 볼 자신이 없었고, 그것을 다시 곱씹을 자신이 없었다.
산 자여 따르라… 했거늘 산 자의 부끄러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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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 항쟁,
장교 4,272명, 사병 15,590명, 총 2만 명의 대.한.민.국. 군인과 항공기 309대, 전차 7대, 차량 282대가 투입된 대간첩작전에 준하는 실탄보유에 발포명령까지…
거창하게 ‘민주화 항쟁’이라 불려지게 하여준 장본인들이 버젓이 살아있고, 아니 아직까지도 돈과 명예, 그리고 권력을 가지고 있는 이 사회에 진정 ‘화려한 휴가’는 그들에게 수치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간곳없고 살아남은 우리들만의 수치가 화장실 벽을 때리게 한다.
발포명령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 되었고, 그것을 지원한 이 또한 대통령이 되었다.
당시 공수부대장 정호용은 대구에서 2선 국회의원이 되었으니….
과연 우리는 이 땅에서 무슨 정신으로 사는가?
완벽한 고증과 재현을 위해 화려한 휴가 제작진은,
광주시 오룡동 일대에 17,000평 부지에 5개월간 총 30억원을 투입해 세트장 건립 및 도청앞 대치씬을 위해 1,700명의 엑스트라 동원, 포니 택시를 이집트에서 역수입, 탱크, 장갑차, 무장트럭등 군사용 차량동원, 80년대 의상을 위해 1천벌의 의상제작, 중국에서 1만벌 공수했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내내
왼쪽가슴을 탁탁 치면서 봐야 할 만큼 숨이 턱턱 막히고, 아팠다.
그날의 뉴스보도에 아팠고, 그날에 죽어간 이들을 보며 또한 아팠다.
아프고 또 아픈 이 영화를 나는 왜 보려고 왔는가?
화가 났다. 자신에게….
무엇을 확인하려고 본단 말인가.
하지만 또 다른 아픔이 있으니,
기대하지 못했던 이들이 또한 나를 아프게 했다.
먼저 감독,
그도 아팠을까?
무엇이 두려워서 사실을 피해가는가?
어째서 발가벗겨진 시신이 없으며, 유혈이 낭자한데 깨어진 머리가 나오질 않는가 말이다.
5월의 한가운데 겨울이불을 겹겹이 벽마다 걸어놓고 자야 했던 광주의 가가호호와 거리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아낙네와 헌혈을 마치고 병원 앞을 나서던 여고생의 죽음은 어디로 간건가? 더구나 잘리워진 가슴은 그녀의 두부 같은 가슴은 또한 어디에 있는가?
무엇이 아직도 두려운 건가?
또한 시나리오,
이건 도대체 뭔가? 5.18에 어째이리 차용이 많은가 말이다.
공수 투입 항공기는 영화는 ‘진주만’에서 일본군 가미가제 비행을 차용하고,
마지막 씬의 사진촬영 장면은 타이타닉의 마지막씬 죽은 자들만의 웃음을 차용하는 등 차용을 거듭하여 실망시킨다.
도대체 뭐 하자는 짓인가 말이다.
이제야 직접적인 5.18 영화를 만들었건만 차제에 차용할 것을 생산하지는 못할 망정 어찌하여 우리영화에 남의 영화를 차용하고 있단 말인가 말이다.
여기서 나는 분노가 치민다.
이것이 컨텐츠 식민지를 대변하는 것인가.
어설픈 사랑이야기는 왠 말이며,
전두환 씩이나 모.셨.던. 장성이 시민군을 지휘할 바에야 배치는 있고 전투는 없으니,
이 또한 헛폼만 잡아대는 안성기를 만족시키기 바빴단 말인가?
영화전반에 걸쳐 그토록 폼을 잡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어디 있었단 말인가?
혹시 이 모두가 흥행에 두려움 때문이었다면,
참으로 한심하고 한심하다.
제작진을 비롯해 배급사까지 흥행을 위해 이토록 가감을 해야 했다면...
참으로 한심하고 참으로 영화를 몰라도 지독하게 모르는 한심함이여.
영화는 과장의 예술이다.
액션을 과장하고, 공포를 과장하고, 미래를 과장하며, 무엇보다 현실을 과장한다.
그런 가운데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스토리를 만들되 사실의 본질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헐리웃에서 조차 기본으로 충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 ‘화려한 유가’는 사실을 옆에 두고, 마치 그것이 남의 이야기인 듯 허공에 대고 총을 쏴댄다. 총알은 가슴에 머리에 닥치는 대로 박히는 것이지 골라서 맞혀지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군대는 다녀 왔는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봐야만 한다.
강민우(김상경 분)의 아슬아슬한 분노가 있고,
나주댁(나문희 분)의 처절한 슬픔이 있고,
인봉(박철민 분)과 용대(박원상)의 애환이 있기에….
하지만 무엇보다, 그 무엇보다도,
광주에, 금남로에 한번쯤 우리를 던져놓아야 할 이유가 있기에 그렇다.
그곳에 무슨 일이 일어 났는지 우리는 온몸으로 느껴야만 하기에,
아프고 또 아프지만,
우리 모두 전남도청 앞에서 M16을 들고 예비역 박흥수(안성기 분)의 지시에 따라,
아니 자신의 마음에서 명령하는 저 더러운 군부의 탱크 앞에서 싸워야 하기에….
그리고, 아직까지 잘먹고 잘사는 그날의 원흉들과 맞서서 싸워야 하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날의 어처구니 없는 발포명령에 방아쇠를 당긴 안타까운 공수의 젊은 희생과
속절없이 죽어간 광주의 시민들에게 한 방울의 눈물을 당신은 흘려야 할 것이기에….
아프고 또 아파해야 할 것이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그날의 싸움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