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책을 내면서 강연을 다니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강연이라기 보다는 대선 출마의 전초전으로 봐야 할 것인데 강연 내용이 과연 유시민답습니다.
유시민답다는 것은 그의 지독한 패러독스를 두고 하는 말인데 특정 언론을 일컬어 독극물이라고 했던 그의 시각이 여전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유시민은 강연에서 잃어버린 10년은 선거운동, 한나라당은 신이 내린 정당, 박정희는 성공한 독재자등 그만의 독특한 색깔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습니다.
우선 잃어버린 10년을 DJ와 노무현을 부정하는 선거운동이라면서 10년 전에 멀쩡하게 날아가던 비행기를 꼴아박은(처박은) 정당이 한나라당이라며 한나라당은 '양심불량 정당', '기억력 상실정당'이라고 규정한 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은 한나라당 정권이 잃어버리게 만들었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찾아온 10년"이라고 열변을 토했다고 합니다.
유시민의 말을 들으면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유시민은 이어 "한나라당은 차떼기를 하거나 IMF로 나라를 말아먹어도 국민들이 용서하고 공천 팔아먹고 매관매직해도 국민지지율이 1등"이라며 "한나라당은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은 신이 내린 정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그럴듯한 말입니다.
지금도 신이 내린 직장을 두고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하는데 한나라당이 신이 내린 정당이라니 유시민의 부러움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합니다.
분명 유시민의 말은 맞는 말입니다.
한나라당은 차떼기로 상징되었듯이 부패했었고 IMF로 나라를 말아먹었었습니다.
도저히 용서할 수도 없고 용서되어서도 안 되는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두 번에 걸쳐 정권을 잃는 뼈아픈 죗값을 치뤘습니다.
어떤 짓을 해도 국민 지지율이 1등이었던 것이 아니라 지지율이 7%까지 떨어져 혹독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지금의 한나라당이 있기까지는 천막당사에서 뼈를 깎는 자성과 반성이 있었고 그것을 인정한 국민들이 그만하면 됐다며 표를 몰아 주었습니다.
물론 한나라당이 다 잘해서 신이 내린 정당이 된 것은 아닙니다.
열우당으로 대표되는 집권세력의 오판과 무지가 한몫 했습니다.
얼마나 무지했는지 창당 3년 만에 당이 산산 조각나는 지경이 되었으니 한나라당이 신이 내린 정당이라면 열우당은 악마가 내린 정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국민들은 열우당을 도저히 지지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한나라당을 신이 내린 정당으로 만들어 위안을 얻고자 했을 것입니다.
민생을 팽개치고 이념놀음에만 몰두한 열우당을 심판하는 방법은 선거마다 열우당을 두들겨 패는 방법뿐이었습니다.
40대 0은 괜한 전적이 아닌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두 번의 심판을 받았고 열우당은 아무런 심판도 없이 옷만 바꿔입으려고 몸부림친다는 것이 다르다면 다른 것입니다.
유시민은 "길가다 우연히 만난 사람의 신뢰도가 10점 만점에 4점이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의 신뢰도는 이보다 더 낮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은 신뢰 추락의 일차적 책임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에게 있음을 고백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오죽했으면 모르는 사람보다 대통령이나 의원들을 불신하겠습니까?
그것이 좌파정권 10년 동안의 성적표라면 잃어버린 10년이란 말이 맞다는 것을 유시민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됩니다.
유시민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해서도 주목할만한 발언을 했는데 박정희는 성공한 독재자라고 함으로써 그동안 줄기차게 독재자라고만 주장한 것에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독재자면 독재자고 성공한 대통령이면 성공한 대통령이지 성공한 독재자란 양립할 수 없는 두 단어를 나열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노무현이 밀어붙인 FTA를 설명하려니 박 대통령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노무현은 박 대통령이 쳐놓은 레일 위에서 한미 FTA의 결단을 내렸다고 함으로써 FTA가 박대통령이 선택했던 수출주도형 통상국가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 말은 곧 아직까지도 대한민국은 박 대통령이 만든 패러다임 안에서 움직이고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쓰라린 독백으로 보입니다.
성공한 대통령이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성공했더라도 독재자는 독재자란 토를 달므로써 내심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음을 내비쳤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유시민은 박정희 체제를 거부했던 운동권이었으니 젊은 날 철없던 반체제가 나이 들어 박정희가 옳았다는 것을 깨닫고 보니 그것은 곧 자기 부정이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등소평의 백묘흑묘론을 거창하게 인용하면서 정책수단이 좌파든 우파든 진보든 보수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짐짓 이념을 탈피한 듯한 말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박 대통령의 실용주의와 원대한 청사진에 입각한 대한민국 개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음을 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유시민이 썼다는 대한민국 개조론은 박정희의 대한민국 개조론의 아류일 뿐이고 그 지적 재산권 역시 박 대통령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유시민의 개조론은 결코 박 대통령의 패러다임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 주장하던 IMF박정희 책임론도 따지고 보면 박 대통령 이후 제대로 된 대통령이 없었다는 고백에 다름 아닙니다.
그의 사후 20년이 되도록 대한민국은 그의 설계대로 굴러갔고 아무도 설계도의 하자발견이나 업그레이드는 생각조차 못했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30년이 다 돼가는 오늘도 유시민은 박정희 패러다임에 갇혀서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좌파정권 10년이면 그들이 죽도록 미워하는 박정희 패러다임 정도는 깨부술만도 하건만 투철한 운동권이었던 유시민마저 두손을 들고 백묘흑묘론을 말하며 FTA가 박정희의 설계도에 따른 것임을 고백하고 있으니 그동안 좌파들이 주장했던 반박정희에 입각했던 정책들은 결국 다시 박정희, 즉 통상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것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그러니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박정희 죽이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공을 진작에 인정하고 그의 핵심전략을 뽑아내어 계승 발전시켰더라면 쓸데없는 이념논쟁은 없었을 것입니다.
과거의 유시민이었다면 검은 고양이가 아니면 고양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음직 한데 유시민의 입에서 흰고양이면 어떠냐는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한미 FTA가 70년대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다는 고백을 진작에 했었더라면 그동안 개혁을 한답시고 세월을 허송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박 대통령은 유시민에게도 독재자가 아니라 위대한 영웅일 수밖에 없습니다.
무소속이 아니라면 어딘가 마당이 있어야 하는데 마당이 없는 상황에서 출마하겠다는 게 너무 이상해 보여 어떤 판단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하는 유시민은 왜 출마할 마당까지를 잃어버렸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정치인이 출마할 마당을 잃어버렸다면 국민에게는 나라를 잃어버린 것과 같습니다.
그러고도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다시 찾은 10년이라고 강변하는 유시민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지난 세월이 잃어버린 세월이 아니었다면 유시민이 마당을 잃어버릴 까닭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유시민이라고 해서 세월이 비켜가지는 않았을 테니 이제는 독극물 운운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점잖게 백묘흑묘를 읊는다고 좌파가 중도가 되지 않습니다.
유시민 스스로 독재자는 독재자라고 말하듯이 좌파는 영원한 좌파입니다.
유시민의 독재자는 성공한 독재자였는데 좌파는 단지 실패한 좌파라는 게 다를 뿐입니다.
유시민의 입에서 백묘흑묘가 나오고 좌든 우든 상관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 귀엽기도 합니다.
10년 세월을 헤매다 보니 이제 정신이 좀 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