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정치권 인사 내정설 등 '카더라'식 루머가 판치고 있다. 민영화된 기업의 최고경영자 자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기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 경제신문은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청와대가 차기 포스코 회장 단독 후보로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를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최 전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 멤버라는 점 등을 들어 포스코 차기 회장 자리에 사실상 낙점됐다고 전했다.

최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소설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포스코 회장 자리를) 내가 누구한테 부탁해 본 일도 없고, 누가 나한테 그런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며 "도대체 누가 그런 소설 같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김만제 회장이 물러난 1998년 이후 지금까지 줄곧 내부 인사가 회장을 맡아왔다. 전문성과 조직 장악력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 전 대표의 내정설은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하지만 포스코 차기 회장을 둘러싼 각종 '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한 지역신문에 포스코 사장을 지낸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에 낙점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대로라면 '자고 일어나면' 청와대가 포스코 새 회장을 내정하고 다시 바꾸는 해프닝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 측은 계속되는 루머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아직 후보추천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꾸 내정설이 보도돼 황당하다"며 "차기 회장 선출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청와대는 포스코 차기 회장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민간 대기업의 CEO 교체가 있을 때마다 '청와대 관계자'로 표현되는 인물을 통한 보은인사 낙점설이 계속 제기되는 등 낙하산 인사를 위한 치졸한 언론 플레이가 반복되고 있다"며 "외부의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고 철저히 전문성에 근거해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CEO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