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전 최고위원, KBS 광주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 인터뷰 전문]

(2013.10.22)

- 하반기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공방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범야권 연대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실질적인 야권 연대의 실현과 또 이를 위해서 민주당에게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 천정배 민주당 전 최고위원과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요즘 국정감사 기간, 여러 가지 큰 쟁점들이 많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을 보면은 주도권 잡기를 피부로 느끼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지난해 대선은 새누리당 정권이 국정원뿐만 아니라 국군 사이버사령부와 보훈처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비열한 색깔론 선동 등 불법선거운동을 조직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벌인 심각한 관권부정선거였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국정원 외에 군까지 동원됐다고 하고, 게다가 지난 5.18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했던 국가보훈처도 작년에 1400번 넘게 23만 명에게 사실상 야당을 비난하는 강연을 했다는 것 아닙니까? 이런 관권부정선거가 아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지 못했을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대통령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이런 짓들은 그야말로 헌법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국가 변란 사건들입니다. 이런 일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 군, 보훈처 등을 전면 개혁해서 재발을 막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에 앞서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께 깊이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주당과 야당도 이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은 분발이 요구됩니다.

- 이런 큰 여러 가지 현안들이, 당장에 지금, 다음 주 수요일, 재보궐 선거 아닙니까? 재보궐 선거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십니까?

▶ 그동안 박근혜 새누리당 정권의 불통정치, 공안통치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그래선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말해도 박 대통령은 반응이 없어요. 도리어 공안통치를 강화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참으로 오만하고 독선적이고 국민을 무시하는 대통령입니다. 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대선 때의 공약도 줄줄이 파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경제민주화, 복지, 모두 물 건너 보냈습니다. 어르신들께 지급하겠다던 기초노령연금 약속도 뒤집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두 곳에서 치러지는데요, 이 지역들은 그동안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이지요. 그렇지만 이번만은 국민들의 분노가 크게 반영될 것이다, 저는 이렇게 봅니다.

- “어느 정도 영향은 분명히 미칠 수 있다.” 이런 말씀이시지요?

▶ 그렇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화성이지요? 수도권, 이 화성은 전국민적인 민심의 동향이 잘 반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그런데 민주당 내 일부에서는 현재 이런 여러 가지 현안 속에서, 이 대선 이슈 국면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이런 목소리를 내는 곳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될까요?

▶ 우리가 해결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입니다. 얼마 전 통계청 등의 <가계금융 복지조사> 결과가 공개됐는데요, 지난 3년 동안 소득 상위 20% 가구는 평균 1억 원의 자산이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못사는 하위 20% 가구는 천만 원 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소수 기득권 세력의 독점과 탐욕은 갈수록 심해지고 대다수 국민의 삶은 더욱 불안하고 고단해지고 있는 거죠. 민주당은 이 문제, 양극화를 청산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비전과 정책을 마련하는 일에 훨씬 더 힘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말씀하신, 민주당 내 일부의 목소리가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명박 정부, 또 박근혜 정부가 자행해오고 있는 민주주의 파괴와 공안통치를 방관해서도 안 됩니다. 결국 어렵지만은 민주주의와 민생, 두 가지를 다 철저히 지켜내야죠. 정기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맹활약을 기대합니다. 지금 양극화로 민생이 어려운 시기에 공안통치에 몰두하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이 참말로 원망스럽습니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범야권 연대 기구 구성을 제안하지 않았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천정배 전 위원께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 지금은 야권의 개혁 정치세력이 모두 집결해서 이 공안통치를 막아내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저는 지난 3월에 박근혜 정부의 이름을 ‘공안정부’라고 지어 줬습니다. 이런 공안통치 시대가 될 거라고 예상했던 거죠. 실제로 지난 9개월을 돌아보면은 국정원이 정치 전면에 있었습니다. 다 아시지만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사건을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을 찍어냈고 또 엊그제는 제대로 수사를 하려던 윤석열 팀장도 사건에서 손 떼게 만들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강화 약속을 손바닥처럼 뒤집고 있어서 양극화는 더욱 깊어지고 민생은 도탄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힘을 합치지 못하면 국민들은 희망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한시바삐 개혁정치 세력, 야권이 모두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저는 연대 정도가 아니라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세력 등 개혁정치 세력이 기득권을 버리고 모두 모여서 역동적 포용국가의 비전과 풀뿌리 당원 중심의 상향식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춘, 그야말로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 이것이 국민의 고통을 멈추게 할 유일한 해법이라고 봅니다. 개혁정치 세력이 총결집해서 새롭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정치세력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아마 내년 지방선거는 물론이고 앞으로 총선과 대선에서 개혁정치 세력이 승리하고 더 정의로운 통일복지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런 점에서 야권연대는 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 그런데 광주, 전남 지역을 보면은, 지금 민주당과 안철수 의원 세력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내년 지방선거 판도, 만약에 야권연대가 되지 않으면은, 어떻게 전망해 볼 수 있겠습니까?

▶ 전망이 쉽지 않지만 저는 제가 속한 민주당이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민주당이 그 동안의 기득권 정치를 과감하게 탈피하는 변화와 개혁을 보여준다면 호남에서 계속 신임을 얻게 될 것이지만 현재에 안주한다면 상상 외로 타격을 입을 수도 있겠다, 저는 걱정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 민주당 차원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 딱 두 가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지금 말씀드렸지만은, 독점과 탐욕을 극복하고 양극화를 해소함으로써 국민에게 안정된 생활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더더욱 정책정당으로 탈바꿈해야죠. 그리고 또 하나는 그동안 민주당의 시스템에 자리 잡은 기득권적 요소를 과감하게 내버려야 합니다. 그러니까 풀뿌리 당원과 풀뿌리 국민, 평당원과 일반 국민들의 결정권을 인정하는 상향식 민주주의를 전면 실현해야 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요, 당 대표로부터 지역위원회 대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당직은 전당원 투표로 뽑고, 또 내년 지방선거 때부터 공직후보는 당원과 일반국민이 누구나 참여해서 뽑게 해야 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 변화만 실현하면 민주당이 모든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권교체를 이룩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또 그러한 민주당의 변화가 가시화 되면은, 안철수 신당과도, 명분이, 합의할 수 있다, 이런 전망도 있으신 거죠?

▶ 그렇습니다. 야권이 분열해서 통합으로 가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정치개혁이죠. 사실 아무리 좋은 생각들을 가지고 있어도, 지금처럼 야권이 전체를 합쳐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을 이겨내기가 솔직히 쉽지 않은 것 아닙니까? 호남 밖으로 나가면요. 그런데 아무리 서로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하더라도 분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은 그것은 공멸할 것이고 국민에게도 크게 해를 끼치는 일이지요.

- 기득권 내려놓기가 우선적으로 좀 선행돼야 할 것 같고, 어찌됐건 연대와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큰 틀의 대의명분에 서로 합의하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야권이 어떤 모습으로 힘을 모아 나갈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