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5천만의 존엄이 있다” 이것은 한국 통일부가 북의 최고존엄비방중지에 대한 기자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그런데 밀양에서는 이런 외침이 터져나왔다. “돈 있는 사람에게나
인간의 존엄성도 있지, 우리야 뭐 존엄성이 있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개만도 몬하다”
지난 5월29일 공사가 잠정 중단된 지 넉 달 만인 10월 2일 한국전력이
밀양지역 765kV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공사
전날인 10월1일 새벽 경찰 20개 중대 2000여 명을 투입했다. 당장 이날부터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시 4개 면(단장·산외·상동·부북면) 건설 현장 5곳에서 경찰과 주민 간 대치와 충돌이 반복됐다.
10월1일 저녁 8시40분, 부북면 도방마을 126번 현장 입구.
어두컴컴한 산 중턱에서 반대 주민들 40여 명이 “길 틔아라” “우리가 무슨 죄인이가”라고 외치며 전경들과
몸싸움을 했다. 상동면 여수마을 주민 김영자씨(56)는 낑낑대며 온몸으로
전경 방패를 밀다 “아이고, 힘이 들어 몬 이기겠다”라면서 털썩 주저앉았다. 이 자리에 모인 다른 할머니·할아버지들도 “한전에서 요 시기를 딱 맞춰 하는 기라” “가을걷이 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철인데”라고 맞장구를 쳤다. 평생을 밀양에서 살았다는 김씨는 밀양시에서도 공사 추진에 팔을 걷어붙인 걸 이야기하며 “나라에서도
우릴 버렸고, 시에서도 우릴 버렸어예”라고 말했다.
공사를 막으려 길바닥에 드러누운 할머니들 가슴팍엔 분홍색·초록색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시집온 뒤로 단장면 동화전마을에서 40년을 살며 감·대추·쌀농사를 짓는 손씨는 “(남편하고)
둘이 사는데 서로가 살기 싫다 카고 있습니더. 얼마나 고충을 당하면 그렇겠습니꺼.
이 좋은 세월에”라고 말했다. 아이 낳은 지
2주밖에 안 된 막내딸이 전화를 해 펑펑 울며 “엄마, 우리도 피가 말라 죽겠다. 제발 우리도 좀 살자”라고
말려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며, 손씨는 주름진 손으로 연방 눈물을 닦았다. 할머니들은 길바닥에 누운 채 “이래 사느니 죽는 게 낫습니더”라고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경찰 무전기 소리와 카메라 셔터 소리, 할머니들 울음소리만이 산속 정적을 메웠다.
한전은 공사를 더 늦출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내년 여름철 전력피크 때 신고리 원전
3·4호기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반면 대책위는 “신고리 3호기는 핵심 부품인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로 성능 테스트 중이며 불합격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른
대안을 검토할 여유가 충분하다. 전력난 역시 과장됐다”라고 반박한다.
한전은 밀양시 협의 대상 30개 마을 중 15개 마을과 합의를 이끌어냈다고 발표했지만, 대책위는 전체 주민의 3분의 2에 달하는 63% 주민이 보상안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한전 자료가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이미
765kV 송전탑이 건설된 충남 당진 등에서 들려오는, ‘암 환자가 늘었다’거나 ‘소 몇 마리가 유산됐다’ 따위 얘기에 불안해했다.
부북면 평밭마을 농성장에서 만난 이재오씨(64)는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살 수는 없다’고 했는데, 우리한테는 이고 살라고 하는 기라”라고 말했다.
“돈 있는 사람에게나 인간의 존엄성도 있지, 우리야 뭐 존엄성이 있나”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개만도 몬하다”라는 식의 탄식이 주민들 입에서 자주 나왔다.
나라가 주민을 버렸다고 통탄할 때 북에서는 평범한
대학교수들과 연구사들에게 새집을 무상으로 주었다고 한다. 14일에 새집들이를 했다는데 모두 130평이 넘는
아파트들이 차례졌다.그것도 가구랑 부엌세간 일식으로 꾸려주었으니 평생 내 집 마련이 소원인 한국에서는 정말
꿈같은 일이지에. 그럼 북에선 왜 공짜로 아파트를 주민들에게 주나.
나라와 주민을 위해 일을 많이 하고 공로가 있으면
다 이런 혜택을 받게 되는 제도때문인데 이 제도는 김주석때부터 수립되어서 지금 김제1위원장때까지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눈물 짓는 밀양의 늙은이들, 새집들이 하는 평양의
늙은이들. 생각 참 많게 하는 두 실상이다.어느쪽이 더 존엄있는 민중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