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수 밖에 없는 길
님이여
아주 오래 전 80년 봄 빛고을 광주대학살 전야에
모두가 떠난 그 넓은 관악캠퍼스 불이 꺼진 학생회관에 홀로 남아
카타필라의 굉음을 들으며
스물두살의 당신이 바라본 조국의 밤하늘은 어땠습니까
숱한 고문과 회유와 협박끝에 끌려간 동부전선 7사단 유격장에서
그토록 사랑하고 존경하던 아버님의 부음을 듣고
화천으로 춘천으로 청량리로 땀과 흙으로 범벅이 된 옷을 하고
경부선을 타고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눈물속으로 보이는 조국의 하늘은 어땠습니까
님이여
어머니가 물려주신 그 사랑스런 손으로
한 번도 남을 때려보지 못한 그 사랑스런 손을 가진 당신이
파렴치한 폭력범으로 몰려 쓸쓸한 감옥에서
분노와 슬픔으로 '항소이유서'를 쓰면서
차디찬 감옥 밖으로 바라 본 조국의 하늘은 어땠습니까
광주학살의 주범 군부독재가 최후의 발악을 하던 87년 6월
화염병과 최류탄과 거친 함성이 온 나라를 뒤덮던 그 해
바리케이트 최전방에서 독재타도를 외치며 전투를 지휘하던 당신 눈에
언뜻언뜻 보이던 조국의 푸른하늘은 어땠습니까
님이여
분단 반세기 역사적인 국민경선으로 뽑힌 노무현후보를 지켜내고자
개혁당을 창당하여 마침내 극적인 승리를 거두웠을 때
찬란하던 조국의 하늘은 어땠습니까
기쁨도 잠시
백주에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탄핵하고자
쿠데타군이 새카맣게 밀려오던 국회단상 뒤쪽에서
온몸을 묶고 저항하다 유린당하여 질질 끌려나가며
분노와 슬픔과 치욕으로 바라 본 조국이 하늘은 어땠습니까
님이여
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 새로운 결전의 날이 왔습니다
여전히 모리배들은 잔설 마냥 곳곳에 남아 당신을 비토하고
기득권을 지키기위해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숱한 전투를 치른 님이여 이제 님은 전투소대장이 아닌
노회하고 유연한 백전노장의 지휘관이십니다
님이 걸어간 길은 조국의 길이었고 역사의 길이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먼 훗날 어느 따스한 봄날
여기있는 젊은이들이 중년이되고 또 머리에 서리가 내릴 때 쯤
봄향기 가득한 어는 강가에 앉자
팔공산 막걸리를 원샷으로 쭈욱 들이키며
그 때 그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갈 수 밖에 없던 길을
도란도란 얘기하며 환한 웃음으로
그때 우리 함께 정말로 정말로 행복했고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행복하다고
얘기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님이여
조국의 길 역사의 길을 가소서
우리 모두
오늘도 갈 수 밖에 없는 길...
2007. 7. 20
대구시민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