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강연회 후기
/ 랑랑
누군가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서서 기다리는 것이 쑥스러움이 아닌 즐거움일 줄 몰~랐네!
“대한민국 개조론“, 책 제목이 좀 거시하다. 제목을 보고 처음 느끼는 느낌이다.
오늘은 첨맘님이 광주강연이 있는 날이다. 그동안 시골 구석에서 박혀 있느라 온라인상에서만 소극적인 눈팅족으로 만족하며 지내왔는데,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일과가 끝나기 바쁘게 장성 톨게이트를 향해 달렸다.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용봉IC에서 전남대학교로 향하는 발걸음은 금새 한달음이다.
혹시 강연은 시작되지나 않았을까 너무 낯설어 혼자만 이질적인 존재는 아닐까 괜한 걱정도 하면서 용지원 앞을 도착하니 첫눈에 낯익은 분이 책판매 부스 앞에 서계신다. 안심이다. 10년도 지난 90년대 초 잠시 함께 했던 아비지님이시다. 속으로.. 거봐 괜한 걱정 했잖아 소심하기는.
근데 이상한 느낌이다. 책을 사고 강연장으로 가는데 보통 이정도면 북적북적하고 그래야 할텐데 너무 조용한 거다. 곧 강연은 시작된다고 하는데..
4층 강연회장에 들어서니 객석의 자리는 거의 차고 듬성듬성 빈 자리들이 있다. 들어서면서 습관적으로 맨 뒤쪽으로 향하다 문득 조금 더 가까이라는 생각이 스친다. 그냥 출입구 앞 줄의 빈자리를 차지했다. 보통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교육을 받을때 뒷자리가 먼저 채워지고 나중에 앞자리가 채워지는것이 일반인데 첨맘님 지지하시는 분들은 그반대로 앞자리부터 빼곡하다. 뭔가 일을 낼 듯한 분들이 모인 것 같다.
처음 입구에서 느낀 한산함, 여유로움이 여느 강연회장과 다른 이유를 알듯도 하다. 이곳에 참여하신 분들은 군중이 아니라 각자가 유시민이였던 거다. 비슷한 생각과 행동양식을 갖고 있는, 요즘 유행하는 내 속에 그가 있고 그들 속에 내가 있어 요란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여러 가지 흥분과 상념에 잠겨있는데 첨맘님이 들어서면서 바로 앞 줄에 앉아계시는 중년 여성분과 악수를 나누신다. 진즉부터 잘 알고 계신 분인가 보다. 바로 내 앞에서 악수를 나누는데 난생 처음 그렇게 가까이 있으니 내가 악수를 하는 착각에 빠져들었다. 참 주책이야.
이윽고 청산유수같은 강연은 청중들을 일순간에 흡입하는 힘이 들어 있는 듯 누구하나 흐트러짐이 없다. 2시간동안의 강연에서 지금껏 내 자신이 그렇게 집중해서 들어본 기억이 없다.
그러고 보니 요즘 참 많이도 망가지고 있다. 처음으로 나오지도 않은 책을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지 않나, 맨날 민방위 교육 할 때 뒷줄 차지하려고 애쓰던 내가 앞 줄 네번째 줄에 앉아서 졸지도 못했으니 세상이 변하긴 변할려나 보다.
대한민국 개조론에 대한 첨맘님의 논리정연함은 마음속에 속속 들어오는데 자꾸 켕기는 게 처음부터 제목에 대한 나름대로 거북함이 내 속에 있었던 것 같다. 내용과 상관없이. 뭐 특별한 게 아니고 그냥 개조한다, 개조당한다 같은 뉘앙스로 내 첫 인상이 박힌 탓이었을 것이다.
강연은 끝나고 사진 촬영시간이 되었다. 여느 때 같으면 이런 분위기에서 접고 집으로 향했을 내가 오늘은 자리를 뜨지않고 있다. 나도 첨맘님과 사진 한 번 찍고 싶은데, 용기 있게 나서질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린다. 참 이게 뭐야. 그래도 오늘만은 나의 내면의 출렁이는 소심함을 다독이며 끝까지 해보리라.
각 지역광장 분들의 촬영이 거의 끝나고 첨맘님이 막 자리를 뜨려는 찰라에 앞을 산만한 사람이 턱하니 가로막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저두 한번~ 아하 그래요 몸 참 좋으시고 하면서 흔쾌히 받아주신다. 마주잡은 손은 가름한 얼굴에 비해 꽉 찬 느낌을 준다. 사진은 언제쯤 올라오려나. 광주광장 분들 빨리 올려주세요.
내친 김에 싸인까지 받아 가려고 길게 늘어 서있는 줄 맨 꼬랑지에서 기다리는데 지루하지도 않다. 한사람 한사람의 이름까지 써가며 정성껏 받아 써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참 나도 속도 없다. 여러 가지 일정을 소화하고 피곤 하실텐테 하는 생각은 잠깐, 내 욕심 채우기에 눈이 가려서 창피함을 무릎쓰고 첨맘님 앞에 책을 내놓으며 이런 말을 툭 던 졌다. “누군가의 싸인을 받기 위해 이렇게 줄서는 노력을 해 본 것이 처음입니다” 그랬더니 첨맘님이 “저는 그래 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십니다. 이제 연예인들을 보고 발광하는 학생들을 보고 뭔 말도 못하겠습니다. 나이 사십줄에 이렇게 망가진 오늘 하루 내 인생의 오랜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구 별천사님이 제 눈앞에서 많이 왔다갔다 하시는데 인사할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는데.. 제가 그렇게 생겨먹었습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인사 올리겠습니다.
[감상문] 2007.7.12 전남대 강연 동영상을 보고
/ 사랑시
칼 융님과 광장님들이 기다리는 <대한민국 개조론>의 감상문이 아니라서 죄송합니다. 인터파크를 통해 책주문을 했는데 그건 다른 사람한테 선물 보냈고, 저는 서점 가서 사려다가 아직 그 책을 알현(?)하지 못했답니다. 어제(7/13)는 서점에 책이 입고되는 날이니 늦은 퇴근 길에 사러 갈까 했더니 이미 서점 문 닫는 시각이 지나버렸더군요. 아마 저희 지역에서 초복날인 오는 일요일 저녁에 서점 번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 참아볼까 합니다. 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도 같은데.
방금 전에 유시민 의원님의 전남대 강연을 판도라TV를 통해 봤습니다. 다시 대학생이 된 기분으로, 교수님 강의 열심히 잘 들어야지 생각하며 노트와 볼펜을 들고 경건한 맘으로 컴 앞에 앉았습니다. 저번 부산 강연 때는 생중계를 했던 터라 일하면서 산만한 가운데,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맛보는 강연이라 약간은 흥분된 상태에서 적당히 챗창에 글도 적어가며 하하호호 하며 들었었지요.
이번 강연도 그럴 요량으로 시작을 했는데 어랏, 너무 바쁜 겁니다. 교수님이 강의하시면 학생이 귀 쫑긋해서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으면서 부지런히 노트도 잘 해야 나중에 시험도 잘 보고(시험을 위한 것이 아닌 내 것으로 한다는 게 먼저긴 하지만) 우수 제자가 되는 거 아닙니까? 열심히 듣고 적었습니다. 제가 이래뵈도 왕년에는 한 '범생이' 하며 살았더랬거든요.
그런데 이거 이거, 교수님이 적당히 여담도 하시고, 첫 사랑 얘기도 하시고, 낚시 가서 월척 낚은 자랑도 하면서 쉬엄쉬엄 하셔야 하는데 수업시작종 땡 울릴 때부터 마침종 울릴 때까지 버릴 말씀이 한 마디도 없는 겁니다. 너무나 주옥같은 명언들만 날리시는데 그거 언제 다 적습니까? 교수님의 잘 생긴 얼굴도 쳐다봐야죠, 고차원적 하이 조크를 하시면 웃어야죠, 시원한 웅변에 박수도 쳐야죠, 결국 노트하는 것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그래도 시험 걱정 안합니다. 족보 있잖아요. '대한민국 개조론' 한 번 읽고 강연 한 두 번만 더 들으면 과장 조금 보태서 강연 내용을 외워버릴텐데요 뭘.
그래도 들은 것 상기하는 차원에서 대충 요약해보겠습니다. 사설만 십리는 왔군요... 이거 잘못하다간 글이 백리까지 내닫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써내려가 봅니다.
일부는 부산 강연에서 하셨던 내용 그대로였습니다. 부산 강연이 총론이었다면 이번 강연은 결론에 해당된다고 하셨던가요? 그러니까 당연히 중요한 내용은 그대로 다 들어가는 겁니다. 앞으로 다닐 강연에 지속적으로 포함될 내용이겠죠. 우리 학생들, 머지 않아 '선진통상국가론'이나 '사회투자국가론'에 대해선 달달 외우게 될 것 같습니다. 보수와 진보를 아울러서 통합을 하자는 주장을 참으로 절묘하게도 하십니다. 저에겐 절묘한데 똑똑한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런지.
인정할 건 인정하고 넘어가자는 것, 저는 이런 관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계산도 안 나오는 끝도 없는 공방은 이제 그만해야겠죠. 대한민국 현재 혹은 다가올 미래는 '세계화, 지식정보화,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시대'인데 낡은 이념의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치고 박고 있어서는 행복한 국민이 될 수가 없다는 겁니다. 피할 수 없는, 주어진 환경의 변화가 오는 이 시대에 이제는 한단계 뛰어넘는, 개조된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 공감합니다.
그래서 <유신 체제는 경쟁력 있는 독재 체제였고, 박정희 대통령은 성공한 독재자다>라는 것, 이 자체는 인정하는 걸로 수십년간의 논란이 종식되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피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길을, 박정희 대통령이 닦아놨든 누가 닦아놨든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 길로 더 크게 성공하자'는 말씀에 이의를 달 생각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잃어버린 10년'을 되짚으셨습니다.
지금 환율이 IMF 직전(1997.9)의 환율과 비슷하니까 환율에 의한 변화는 없는데 그 때의 국민소득과 현재 국민소득은 2배가 차이난다고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잃어버린 10년'이냐고 물었습니다. 잘 날아가던 비행기 추락시킨 걸 국민의 정부에서 5년 동안 겨우겨우 고쳐서 원상복귀시켜놨더니 그 때도 딴나라류들은 '잃어버린 5년'이라 했다는데 정확히 표현하면 '한나라당이 잃어버린 5년'이 아니냐고 역설하셨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양심이 결여되었거나 기억력이 결여되었거나, 아니면 둘 다 거나'라고.
잘 그려진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대한민국의 '진화'를 말씀하셨습니다.
1970년부터 2006년까지의 경제-교육-국방-복지 분야의 재정 지출이 한 눈에 보이게 그려진 꺾은선 그래프였습니다. 이 그래프를 보면 예전에 높던 것은 내려오고, 낮던 것은 올라갑니다. 이걸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한민국이 정향성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랍니다.
그리고 비젼 2030에 들어있는 '세출구조'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습니다.
경제-복지-교육-국방-일반행정에 대해 2030년까지의 '지출 구조'를 조정한 것을 발표하니 언론에서는 '세금 폭탄'이라고 때렸답니다. 2012년까지는 증세하지 않고도 계획대로 갈 수 있으며 그 이후는 필요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거쳐 증세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걸 왜 해야 하나? 간단히 하면 이렇답니다.
대한민국은 고령화 속도가 세계 챔피언이다 → 일하는 사람 수가 적다 → 부가가치가 줄어든다 → 더 많이 벌어야 한다(벌어서 사람 키우는데 써야 한다) → "선진통상국가"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이다 → 국가는 국민 개인이 가지고 있는 인지적, 신체적, 정서적, 정신적 능력을 최대로 키워야 한다(인적자본+사회적 자본에 투자) → "사회투자국가"
사람에 대한 투자효과는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우회투자) → 그러므로 그 동안 돈 많이 벌어야 한다. 밖에 나가서... 그래서 결국 [선진통상국가+사회투자국가]의 양날개짓을 해야만 한다는 겁니다. 물고 물리는 연결고리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 문외한에게도.
이것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진보와 한나라당/보수를 비판했는데 그건 생략... 아니 결론만 말씀드립니다.
- 요즘 진보는 '낡은 진보고 낡은 좌파'이다. 인심은 다 쓰려 하면서 욕 먹을 일은 하지 않는 무책임한 정당이다.
- 이미 10년전 유통기간 지난 제품(성장제일주의)을 다시 상표 붙여 파는 '철 지난 보수'이다.(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삽들고 공구리 파냐고?)
- 목표는 제시하고(오로지 '감세') 방법이 없는 것('아껴서, 씀씀이를 줄여서..'가 무슨 정책이냐?)은 고상한 말로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이라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기'이다.
그런데 이렇게 양쪽을 비판해봐도 시원하지가 않을 겁니다. 오히려 더 답답한 것입니다. 왜냐? [2030비젼]을 들고 갈 정당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비젼대로 국가가 진화해 가려면 이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고, 정당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걸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지요. 그래서 발언 수위가 조금 더 강해집니다. 100% 인용은 아니고 제가 이해한 대로 써봅니다.

'대통합신당'은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한 건가?
14년을 딴당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비수를 날린 사람이, 그 쪽 생활 청산하고 왔다면 '사과'가 있어야 하는데, 여지까지 한 마디 사과가 없어도 '동질세력'으로 끌어안고 가면서 어떤 이에게는 '이질세력'이라고 오지 말라고 하는 그 정당은 도대체 어떤 세력인가?
'정권재창출'을 하겠다면서 현 정권을 부정하는 게 말이 되나? 이게 '정권재창출'인가 '정권교체'인가? 가만 보면 이들은 '정권교체' 투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서 '원샷 대통합'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제 메모는 여기서 끝났습니다. 중요한 얘기라서 열심히 듣는데 집중했지요.
강의를 들을 땐 시원하고 안개가 걷히는 듯하고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허허로움이 밀려옵니다. 유 의원님의 답답한 심정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유 의원님은 정말 욕심도 없고 모든 것을 초월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으니까 되어가는 것 지켜 보면서 '따라갈 수 있으면' 따라가겠다는 것, 하지만 전제 조건과 약속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권력은 나눌 수 있지만 정책은 1등 하는 사람의 것으로 해야한다는 것.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어떤 분이 1등 할 거란 자신감이 없으면 이런 말씀 못하실텐데 말입니다.
참으로 살얼음판이면서도 지리한 이 어두운 터널을 잘 빠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하나 생각나는 거 있는데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못 붙이네요. 긴 터널 비슷한 거 나오는데... 언제적 선거 때 썼던 홍보사진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