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눈물로 범벅된 뜨거운 영화
일요일(8일) 오후 광주 상무지역 CGV에서 열린 <화려한 휴가> 시사회에 온가족이 참석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으로 지정된 좌석에 조심스레 앉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군홧발과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다. 군 수송기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공수부대의 모습에 이어 70년대 포니택시를 탄 운전사 민우(김상경)가 앞으로 닥칠 비극을 모른 채 담양 메타세쿼야 가로수길을 평온하게 달리고 있었다.
그의 유일한 피붙이인 동생 진우(이준기)와의 다정한 삶과 그가 짝사랑하는 간호사 신애(이요원)와의 달콤한 밀회, 그의 코믹한 동료기사(박철민)의 동료애 등 일상적인 모습들은 마치 <웰컴 투 동막골>의 순진한 산골마을 사람들처럼 순수했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의 평온한 일상들을 함축적으로 묘사한 감독의 역량이 돋보였다.
<화려한 휴가>는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건에 매몰되지 않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사랑과 아픔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담아냈다. 5.18을 직접 겪지 못한 세대인 김지훈 감독이 더구나 한때는 5.18을 반란과 폭동으로 생각했던 대구사람인 그가 이토록 생생하게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올바른 시각으로 조명해낸 데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도 돋보였다. 125분동안 느닷없이 비약하거나 느슨함없이 차분하면서도 현실감있게 극적 긴장감을 잘 이끌어갔다. 사건 전개 과정과 인물묘사도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운 설정없이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시민들이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살육 만행에 맞서 총을 들게된 과정과 죽음을 불사하고 끝까지 싸운 모습들이 매우 설득력있게 다가왔다.
김 감독은 재미와 감동을 절묘하게 배합시켜 영화적으로 재구성하고 마치 관객들의 마음을 리모콘으로 조종하듯 상영시간 내내 웃기고 울렸다. 그러면서도 결코 상업주의적 경박함에 빠지지 않고 사실주의에 충실하면서 역사적인 의의를 잘 부각시켰다. 30억원을 들여 만든 도청과 금남로 세트장도 당시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주었고, 탱크와 소총, LMG같은 화기류 등 소품도 매우 실감나게 나타났다.
주인공인 김상경과 이요원의 터널안 이별 씬, 애국가가 울리면서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발포하는 군인들의 난사장면, 죽은 사람들의 미소와 살아남은 사람들의 슬픔을 함께 담은 기념사진 등 곳곳에서 가슴뭉클한 장면들이 쉴새없이 눈물샘을 자극했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까지 느슨함을 허용하지 않고 한방울 남은 눈물까지 쏙 빼버렸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사람도 자리를 뜨지 않고 좌석에 앉아 눈물자국을 지우면서 헝클어진 마음을 진정시켰다.
<화려한 휴가>는 정말 잘 만들어진 근래 보기드믄 수작이다. 광주항쟁이라는 당위성때문이 아니라 잘 만들어진 명작 한편을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 것같다. 이 영화가 흥행하면 무엇보다 그동안 왜곡된 광주의 일그러진 이미지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거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영향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있는 한국영화에 다시금 화려한 부활을 점화하는 변곡점이 되기를 기원한다. <영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