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Free Trade Agreement.
자유무역협정, 혹은 협의.
즉, 두 나라 간의 시장장벽을 걷어서 한 통속으로 경제질 하자입니다.
지금 우리와 미국이 이 협정을 맺기 위해 밀고 당기고 있는데, 여기 저기서 말이 많네요.
"우리 일자리 다 잃는다!"
"미국 자본이 나라 말아먹는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울 나라 거저 내주겠다는 거냐!!"
여기저기서 악을 써대고 있는데요, 광고계 얘기를 좀 들려 드릴까 합니다.
한마디로 광고계는 이미 FTA 맺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Ogilby&Mather, BBDO, J Walter Thomson, Y&R, TBWA, WPP(지주회사) 등등, 이미 엄청난 미국자본이 우리 광고계에 진입해 있습니다. 지금 악을 쓰는 사람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저 자신부터 일자리를 빼앗겨 거리를 배회하거나 일용직을 찾거나 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연봉 꽤 높게 받으며 차근차근 회사 잘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잘나서가 아니라 일반적인 형태이지요. 미국자본이 들어오던 초창기에 외국인들이 들어와 요직을 차지하고 일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1,2년 후 죄다들 혀를 내두르며 한국을 나갔죠.
왜냐?
광고업의 기본 정체가 서비스입니다. 서비스업이라면 서비스 제공자가 고객보다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말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광고주들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그들은 잘 몰랐던 겁니다. 오늘 회의하고 다음날 아이디어 가져오길 바라는 광고주들이 엄청나게 많고, 또 그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있는 한국의 광고계 실정에 그냥 질리고 마는 프로세스죠.
그리고 독특한 한국의 시장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고 무조건 조사 만능의 전략을 세우다가 나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도대체가 이 놈의 시장은 숫자가 아무런 의미가 없네, 썅!"
하하하.
일전에 제가 쓴 글에서도 말씀 드린 바 있지만, 영화도 다른 나라에서 쫄딱 망한 영화가 한국에선 제일 흥행에 성공하고, 다른 나라에서 죄다 신기록을 갈아치운 영화가 한국에선 뜨뜻 미지근한 반응을 얻어내곤 합니다. 그래서 저 미국의 자본은 마케팅 비용을 얼마나 어떻게 써야 할 지, 여기 우리나라 시장에선 전혀 감을 잡지 못합니다. 그러니 일단 우리 시장에선 주요정보를 우리가 갖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우리 시장은 저들이 볼 때 왜 이리 벅찬 걸까요?
소비자들이 똑똑한 데다 기호가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보십시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팔리는 신라면, 외국에 나가면 감탄들을 합니다. 우리가 제일 잘 마시는 소주, 독한 술로 유명한 러시아 애들 뻑이 갑니다. 심지어 큰 부두에서 서로 만나면 보드카하고 소주하고 바꿔 먹기까지 하니까요. 우리나라 조선산업, 외국애들 놀 것 다 놀면서 고임금에 불량 나오고 하지만 우리 얼마나 부지런합니까? 손기술 좋아서 용접 끝내주지요, 불량 안나오니 납기일을 앞당기지요.
세계의 고객들은 사실 우리나라 물건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그 낮은 가격에 훌륭한 제품을 가져오니 놀랄 수 밖에요. 물론, 재벌들이 이런 좋은 노동력을 너무 헐값에 쓰고 있는게 문제긴 문제입니다만 글의 내용이 FTA얘기니 오늘은 접고 갑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아이들이 너무나 자기 중심적으로 시장을 바라본다는 데 있습니다. 시장에 들어와서 그 특성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저들은 저들 방식이 최선인 양 착각하며, 자신들의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냥 "골 때리는 시장엔 답이 없다"로 밀어부치는 거지요.
휴일에 나와서 일하는 것에 대해 절대 용납을 하지 못하고, 여유를 갖지 못하고 엄청난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난색을 표합니다. 물론, 위에서와 같이 이렇게 일하는 우리나라의 풍토 또한 그리 바람직한 태도는 아닙니다만 어쨋든 현상을 두고 말씀 드리자면 그렇다는 겁니다.
길게 보면 사실 우리가 남는 장사가 바로, FTA입니다. 사실 저들은 엄청난 숫자들을 판단하며 저들이 남는 장사라고 착각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입맛 까다롭고 지금껏 그 까다로운 입맛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 온 우리나라 기업들과 농민들과 축산업자들과 수산업자, 그리고 유통, 물류, 서비스업자들은 사실 미국이라는 시장에 나가면 펄펄 날아다닐 겁니다.
이미 거의 세계 모든 자본에 노출이 되어 있는 광고계에서 여전히 잘 살고 있는 제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FTA를 바라보는 입장은 그다지 비관적이지도, 그다지 낙관적이지도 않습니다. 단지 전 우리를 믿고 가능성을 바라본다는 점은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요, 쟤들 생각처럼 그렇게 녹록한 사람들 아닙니다. 두고 보십시오. ^^
덧붙여 언론이나 좌파랍시고 악다구니로 덤벼드는 사람들만 오바 안해 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지금 정부가 과거 독도 팔아먹던 그런 사조직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