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경기광명광장 자유게시판에서 함께 입력된 김성현님의 글입니다. |
석패율제의 개념과 문제점
석패율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석패율제가 뭔지도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엔 이게 또 뭔 소린가 할 일이다. 그래서 석패율제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장단점과 함께 석패율론자의 논리의 헛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석패율제를 간단히 말하면, 적은 표차로 아깝께 떨어진 이를 비례대표 자리에 넣어서 당선시켜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A후보가 45%, B후보가 43%, C후보가 12%를 얻으면 아깝게 탈락한 B후보를 해당 지역구가 아니라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당선을 시켜준다는 의미다. 졌으면 진거지, 무슨 패자부활전이 있는 예능프로도 아니고 이게 뭔 소리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옆나라 일본에서는 비슷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석패율제는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제도와는 다소 차이가 있으며, 이번에 추진되고 있는 제도는 이보다는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에 가깝다는 차이가 있다.
석패율제가 민주통합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잠정 합의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통합진보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왔다. 이것만 놓고 보면 분명 한나라당과 민통당에게는 유리하고 통합진보당에게는 불리할 거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왜 통합진보당에서는 펄쩍 뛰는 것일까?
진보당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석패율제가 신설되면 비례대표제 의석수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지역 후보에서는 밀리더라도 정당 투표에서 유리한 통합진보당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소리다. 전체 의석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기는 어려우니, 결국 석패율제를 신설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줄여야 하고 이는 결국 진보당 몫이 줄어든다는 뜻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통당에서는 오해라고 손사래를 친다. 석패율제를 실시하더라도 비례대표를 줄이는게 아니라, 어짜피 선출될 비례대표 후보에 석패율에 해당되는, 즉 낙선시 표차가 적은 후보가 우선 배정되는 것이므로, 통합 진보당 의석수가 줄어드는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기는 함정이 있다. 일단 한 지역구에 한나라당 후보 A, 민주통합당 후보 B, 그리고 통합진보당 후보 C가 나왔다고 치자. 분명히 A가 당선 유력하다고 할 때, 통합진보당과 민주통합당 사이에서 통합진보당을 찍으려던 유권자는 석패율을 이용해 B라도 당선시키기 위해 C 후보를 찍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야권 통합이나 연대가 됐다면 후보가 하나겠지만, 나중에는 이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 후보 C는 어느 정도라도 표를 확보하며 해당 지역에서 기반을 닦을 기회가 박탈되는 것이다.
즉, 석패율제는 신인 C가 (그가 무슨 당이든) 기반을 닦을만한 기회 자체를 원천 봉쇄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결국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이 석패율제는 결국 A후보건 B후보건 당연히 유리하게 되어 있는, 말하자면 기득권 유지를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
민통당에서 주장하는 또다른 논리는 이것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영남과 호남에서 각각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후보가 석패율을 통해 당선되면 지역구도 타파에 도움이 될 거라는 소리다. 여기에, 어짜피 기존에 비례대표에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상대 지역 후보가 배정되고 있으니 달라질 것도 별로 없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이 논리의 근본적 문제는, 자기들 말대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왜 하느냐는 질문에 대답할 논리가 군색하다는 것이다. 만약 기존의 비례대표로 상대 지역 후보를 배정하던 것 보다, 해당 지역에 직접 출마해서 떨어진 후보를 석패율로 부활시키는게 지역구도 해소에 도움이 된다면 그 말이 옳겠지만, 그게 도움이 된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일부에서는 이런 제도가 상대 지역으로의 공격적 출마를 부추겨 지역구도 해소를 가속화 할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연 이런 안전판을 미리 배치해 놓고 하는 공격적 출마가 얼마가 도움이 될까? 서커스에서 공연을 할 때 밑에 안전 그물을 설치하고 공연을 하면 제아무리 아슬아슬한 공연을 해도 관객은 별로 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안전 그물이 없으면 웬만한 공연에도 관객은 긴장하고 지켜보게 마련이다. 문재인 이사장 등의 부산 출마가 주목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석패율제라는 안전판을 미리 설치해 놓으면 이들의 진정성이 얼마나 지역 주민들의 믿음을 얻을 것인지 생각해 보면, 이 제도가 지역구도 해소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냉소를 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이 제도는 기존에 지역기반을 잘 닦아 놓은, 하지만 신진 후보에게 밀려날 가능성이 높은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제도다. 통합진보당에서 야권의 수도권 약진에 밀린 한나라당의 수도권 구태 정치인들에게 도움이 될거라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래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통합당이 이를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이 제도가 민주통합당의 구태 정치인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나 민주통합당의 일부가 주장하는 독일식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는 이와는 다르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한마디로 유권자가 정당에게 투표하게 한 후 그 득표율 대로 각 정당의 비례 대표 후보를 의원으로 선출하는 개념이다. 기존의 비례대표제도 이와 유사하지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완전히 정당 투표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비례대표제가 왜 필요할까? 지역구를 기반으로 하는 선거제도는 결국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이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특정 직업, 특정 계급이나 계층, 특정 분야, 혹은 특정 연령대를 대표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리고 이 정당의 구성원들은 지역 활동보다 자신들이 대표하는 이들을 기반으로 활동한다면 어떨까? 예를 들어 과학자들이 정당을 만들거나, 통합 진보당처럼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정당, 그리고 20대 정당 같은게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집단이 자신을 대표하는 정당에 투표해서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지역구도를 깨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왜냐하면 애초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정당들이 의회에 진출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구 선거 제도는 애초에 지역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는 반면, 이런 정당 투표는 시작부터 지역과는 관계없다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이 제도를 운용하려면 기존의 지역구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전체 의석수를 함부로 늘릴 수 없는데, 정당명부 비례대표를 제대로 하려면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앞서 지적한 기성 정치인의 이익에 첨예하게 대립된다.
이것이 바로 석패율 제도라는 애매모호한 절충안이 나오는 이유이며, 또 그것을 정당화하는 논리다. 문제는 석패율 제도가 필요한 이유라는 지역구도 해소는 결국 정당명부 비례대표를 통해야 제대로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석패율 제도는 오히려 지역구도 해소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지역 기반 기성 정치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이 제도의 옳고 그름은 각자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나는 이 글에서 석패율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논했다. 그 이유는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한 구도를 반대하고 정치 제도를 발전시키자고 주장하는 것이, 나와 같은 일반 시민에게는 오히려 더 유리하고 가야 할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이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Barry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