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였습니다.
차기 대선출마를 위해서 박근혜 전대표가 사퇴를 했기 때문에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된 것이죠. 관전하는 국민들에게도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박근혜 대표가 각급 선거에서 승리를 일궈 내면서 확고한 장악력을 보여 왔기 때문에 누가 그자리를 맡아서 얼마나 리더쉽을 보여줄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전당대회가 치뤄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잡음도 있었고 당의 내홍 조짐까지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최고조에 이른 상태에서 치뤄졌습니다. 지지율이 거의 50%에 육박하는 정당은 어떤 선거에서도 이론적으로 패배할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지지자들의 응집력도 가장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면 한나라당은 차기 대선은 물론이고 18대 총선까지 거의 싹쓸이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한나라당의 대표 자리는 다양한 각도에서 흥미로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우선 대선주자들의 대리전이라는 측면이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대표는 강재섭 의원, 이명박 전시장은 이재오 의원을 내세워 대리전을 벌였습니다. 이명박 시장과 이재오 의원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대리전이 된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확고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손학규 전지사는 소장파와 같이 권영세 의원을 밀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결과는 박근혜의 완승, 이명박의 패배, 손학규와 소장파의 망신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다음으로는 민정당 출신과 민중당 출신의 대결입니다.
강재섭, 강창희 등 민정당 출신이 출마를 하였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민중당을 했던 이재오 의원이 출마해서 치열한 대결을 벌였습니다. 결과는 민정당 출신의 완승입니다. 강재섭 의원이 대표가 됐고, 강창희 전 의원도 지도부 입성에 성공을 하였습니다. 심지어 안기부 출신인 정형근 의원도 지도부에 입성하였습니다. 민중당 출신으로 입당후 민주화 세력의 공격수로써 열심히 앞장섰던 이재오 의원은 결국 대표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소장파의 단일후보도 지도부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은 한나라당의 본래 색채가 더욱 뚜렷히 드러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색깔론의 대결도 있었습니다.
강재섭 의원측은 이재오 의원을 현정권이나 여당쪽에 가깝다고 공격하였습니다. 말하자면 당내의 색깔론이 제기된 셈입니다. 이념적인 측면에서 더욱 수구적 색채를 부각시킨 전당대회가 되었습니다. 이재오 의원이 과거 자신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만 과거에 그랬던 것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당심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재오 의원을 제외하면 강재섭 대표, 강창희, 정형근, 전여옥 등 극우적 색채가 장악한 모습입니다.
지역색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입니다.
한나라당에 호남출신은 발을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 이번에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당내에 호남출신 인사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강창희 전 의원은 유일하게 충청권의 대표성을 주장하여 당선되었습니다. 수도권의 역할론도 거의 힘을 쓰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겠죠. 이규택, 권영세 의원의 낙선과 이재오 의원이 2위에 그친 것에 비하여 대구출신인 강재섭의원이 대표, 부산출신의 정형근 의원도 지도부에 입성하였습니다. 영남색채를 희석하는 데에는 완전히 실패하고 오히려 강화된 느낌입니다.
이번 한나라당의 전당대회는 요약하면 민정계의 화려한 부활, 영남 색채의 강화, 온건보수 세력의 확연한 퇴조, 수도권의 열세로 압축될 수 있을 듯 합니다. 과정에서 과열된 대결이 벌어진 것은 당의 단합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패배한 쪽의 불만은 간단히 해결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전망과 예측
대권주자들의 경선과 내홍
특히 앞으로 대선주자들의 경선을 위한 대결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에 내홍은 피하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강재섭 대표가 노골적으로 박근혜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활용해서 당선되었기 때문에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데 공정성을 담보하고 그것을 확신시키는 일도 커다란 과제입니다.
이명박 전 시장의 경우 경선자체가 매우 불공정한 상태로 치뤄질 것이라는 의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악의 경우 경선을 거부하고 독자행보를 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며, 적어도 경선에 흔쾌히 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특히 국민을 상대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오 의원이 1위를 했지만 당내 대의원들의 득표에서 현저히 밀린 것이 뇌리에 오래 남을 것입니다. 당내의 역학구도가 점점 박근혜 전대표에게 유리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불안하게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장파의 움직임
민정계, 수구적 보수색채, 영남 지역색이 한층 강화된 한나라당 안에서 소장파의 움직임이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궁금해 집니다. 때로는 당의 화장품으로 때로는 보수색을 완화하는 장식품으로 활용되고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한 당심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주목할 일입니다.
국민들의 판단
오랜만에 감춰지고 포장되었던 한나라당의 색채가 거의 포장없이 드러난 지도부가 구성되었습니다. 거기에 따른 국민들의 판단은 또 어떻게 변해갈지도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묻지마식 몰표를 주었던 국민의 지지율은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천정을 치고 하락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어제 발표된 모방송의 여론조사에서는 우리국민의 50%가 분배를, 43%가 성장 우선론을 지지하였다고 합니다. 국민의 70%가 고소득층의 증세를 통한 복지예산 확충에 찬성하였다고 합니다. 한나라당이 명확히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낼 경우 국민의 지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봅니다. 열린우리당은 보수적으로 우향우해서 지지율 회복을 꾀해서는 별로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여전한데 정치권은 우향우에 부지런히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본래의 한나라당은 감세와 재정지출 삭감, 열린우리당은 고소득층의 증세로 복지예산 확충을 지향하고 있었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과연 우향우에 몰두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민의 생각은 그들과 많은 괴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좌향좌도 우향우도 지나치면 지지세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리국민은 나름의 균형감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면면을 보고, 여당의 최근 모습을 상기하며 국민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지를 생각해 봅니다.
나는 보이는데 정치인들은 안보이는 모양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