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글은 경북광장 출석방에서 함께 입력된 좋은 하루님의 글입니다. |
이 글은 최근 출판된 이정록의 시집 발문에 적힌 소설가 한창훈의 글을 일부 발췌한 것입니다. 마땅히 어디다 실으면 좋을지 몰라서 재미있는 이야기라 여기 올립니다.
"드러누워 배꼽에 올려놓고 흔들었을 때 굴러떨어지면 상수리,
잘 박혀 있으면 도토리.
귓구멍에 박아넣어도 쏙 빠지면 상수리,
큰일 났다 싶어지면 도토리.
꼬마들 구슬치기 대용이면 상수리,
그렇지 못하면 도토리.
속을 파내고 호루라기로 쓸 수 있는 건 상수리,
되레 손가락 파 먹는 것은 도토리.
떡메 맞고 후두둑 떨어지면 상수리,
여물어 저 혼자 떨어지는 건 도토리.
줍다가 말벌에 쏘이면 상수리, 땅벌에 쏘이게 되면 도토리.
구워서 먹을만 하면 상수리, 숯 부스러기만 남는 건 도토리.
동네총각 주머니로 가는 것은 상수리, 꼬부랑 할망구 앞치마로 가는 것은 도토리.
맷돌에 넣고 갈 때 너무 커서 암쇠에서 매좆이 쑥쑥 빠지는 건 상수리,
아무도 모르면 도토리.
묵을 쒔을 때 빛이 나고 찰지면 상수리, 거무튀튀하고 틉틉하면 도토리.
잠깜 동안 이만큼 주울 수 있으면 상수리, 찾아다니다가 발목만 삐는 건 도토리.
갓난아들 붕알만 하면 상수리, 할아버지 썩은 송곳니만 하면 도토리."
그리고 그는 선생답게 이렇게 뒤를 맺는다.
"참나무과 중에서도 도토리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참나무류라고 한다. 즉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신갈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등을 한데 묶어 이르는 말이다. 학술적으로 도토리나무와 참나무라는 우리말 이름을 가진 종은 없다. 다만 사람들이 둥근 도토리 열매를 맺는, 키 큰 나무를 참나무, 뾰족하고 작은 도토리열매가 열리는 키 작은 나무를 도토리나무라고 한다.이상 도토리와 상수리에 대한 수업 끝."
한창훈과 이정록이 같은 대학에서 소설과 시를 가르칠 때 학생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있었던 이야기랍니다. 이정록은 시 자체를 위트와 유머가 있으면서 성찰이 있는 글을 쓰기로 유명하지요.
시도 좋지만 한창훈의 발문도 읽을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