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억 낭비 주민투표 그만두고 수해복구 전념하라” 며칠 전부터 붙어있던 회사 앞길 현수막 위에 오늘 아침 또 다른 현수막이 내걸렸다. “투표하시면 매년 3조원이 절약됩니다.” 허걱.
투표를 하시면 매년 3조원을 절약된댄다. 독특한 셈법이다. 급식을 유상으로 하면 돈을 내야하는 아이들은. 점심을 안 먹어도 배가 불러지는 아시는 모양이다. 도대체 누구의 돈 3조원이 절약되는가? 아이들 밥값 3조원? 누가 지불해도 지불할 돈이다. 절약할지 낭비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급식비를 학교에 내느냐? 아니면 소득수준에 따라 세금으로 내는지의 문제다. 그 부담을 학부모들에게만 돌릴지, 아니면 사회가 같이 책임질지의 문제다. 아이들로 하여금 급식을 시혜적으로 받게 할지, 당당하게 받을 지의 문제다. 그 돈을 시장의 아집과 똥고집 때문에 허공에 날려버릴 투표비용 128억원에 대보려고 하는 발상 자체가 끔찍하다.
무상복지 때문에, 복지병이 만연해진 다른 나라가 있댄다. 발상이 우습다. 아이들 급식비를 안 걷으면, 돈을 낼 학부모들의 근로의식이 저해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다. 설사,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일을 해야할 더 절박한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고 치자. 나라가 국민에게 보장할 최저수준의 생활이 더 중요한가? 아직 복지사회가 멀고 먼 이 나라의 복지병 걱정이 더 중요한가? 사회적 안전망을 걱정해야 할 나라에서, 복지병 걱정하시며 포퓰리즘 운운하느라, 참 용들 쓰신다.
복지병을 걱정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공급되는 재화가 선택적인 것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밥을 먹는 것은 선택하고 말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둘째, 노동이나 창작으로 사회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 사람으로 하여금 꾸준히 사회에 기여할 이유를 없앨 우려가 있어야만 한다. 아이들은 아직 노동이나 창작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할 독립적인 사람들이 아니잖는가? 왜 그 아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일을 가지고, 책임지게 만들려고 하는가? 왜 돈 못버는 부모의 책임을 아이들에게까지 전가하려는가?
포퓰리즘이랜다. 말뜻은 알고 사용하는지 모를 일이다. 상위 3% 정도나 걱정해야 할 세금폭탄을 모든 사람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인 것처럼 선동하며, 감세의 사탕발림을 멈추지 않는 것이 포퓰리즘인가? 아니면, 누군가는 반드시 지불해야할 돈의 부담방식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 포퓰리즘인가? 그렇게 세금 걱정을 하시는 분이 누가 내도 꼭 써야 할 돈은 외면한채, 4대강에 안써도 될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붓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급식에 필요한 비용은 4대강에 쏟아 붓는 비용과는 다르다. 누가 내도 반드시 내야 할 돈이다. 그것을 마치 절약할 수 있는 것처럼 선동하는 것이야 말로, 포퓰리즘이 아니면 무엇인가?
이 사회로부터 1년에 10억을 버는 사람이 있다. 반면 5천만원을 버는 사람도 있다. 5천만원 버는 사람이 하루 세끼 먹을 때, 10억을 버는 사람이 하루 예순 끼를 먹지는 않는다. 이들이 똑같이 아이들 밥값 한 끼에 5000원을 낸다 치자. 이 사회의 소득불균형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이들 무상급식을 두고, 복지 포퓰리즘을 걱정하며 “공생발전”을 말하는 이명박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가 공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주변에 투표하려고 하려는 사람이 있는가? 도시락을 싸들고 말릴 일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앞으로 복지제도가 하나 도입될 때마다, 주민투표를 하며 매번 128억원을 까먹어야 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미 대의민주주의제도를 채택했고, 대표를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