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신'이 뭐냐?
“노무현 정신을 지켜야 한다”라는 말을 참 자주 듣는다.
나는 ‘노무현 정신’을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과 상황에 따라 대응하면서 끊임 없이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FTA를 추진할 때, 대연정을 제안할 때... 지지자들은 등을 돌렸다.
그들의 진보는 ‘지키고 보존해야 할 것’이었고, 대통령님의 진보는 ‘대응하고, 경쟁하면서 확장해 나가는 것’이었다.
지키고 보존하는 진보는 태생적으로 소수, 마이너 일 수 밖에 없다. 그래가지고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유의미한 견제세력은 될 수 있어도, 역사를 진보시키는 주도세력은 될 수 없다.
실상 그들은 역사도 정체시키고, 자신들도 정체된다.
구호는 진보인데 행태는 수구다.
‘진보’라는 말 속에 답이 있다.
진보가 뭐냐? 끊임없이 대응하고, 개선하고, 변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안되면 좋게 말해 '보수'고, 솔직하게 말해 '수구' 아니냐?
현실을 제대로 봐라.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입에서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병적으로 순혈주의를 외치던 자들이 ‘대중적 진보’를 지향한단다.
뭔가 뭉클하지 않냐? 통쾌하지 않냐?
이것이야 말로 우리의 승리 아니냐?
보궐선거 이긴 것 보다 더 짜릿한 순간 아니냐?
바로 이것이 ‘노무현 정신’의 승리 인 것이다.
4.27을 이겼더라도 우리는 ‘진보통합’과 직면할 수 밖에 없는 구도였다. 그 시기가 불과 몇 달 앞당겨 졌을 뿐이다.
우리... 경쟁할 자신이 없는 거냐?
경쟁하는 것이 패배하는 것이냐?
경쟁하는 것이 순수성을 잃는 것이냐?
지금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것 저것 섞어서 잡탕을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하긴, 잡탕도 조절만 잘하면 맛있더라. 부대찌개가 잡탕 아니냐?), 잘 차려진 한정식을 한 상 차려 국민들께 내어놓자는 거다.
차림상 위에 한나라당 같은 쓰레기를 올려 놓자는 것도 아니고, 민주당 같은 유통기한 지난 불량식품을 올려 놓자는 것도 아니다.
ps.
유시민대표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전당대회를 거쳐서 통합으로 가는 50% 투표 2/3 찬성... 이거 통과하기도 힘들지만, 안되면 유시민은 정말 정치판에서 완전 새된다.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 그리고 찬성하는 사람들... 우리는 무엇을 걸고 있나?
전부를 거는 건 당연히 유시민의 몫인거냐?
우리, 좀 비겁해지지 말자.
그거... 한번으로 족하다.
대통령님은 진보라는 가치를 부여잡고 고이고이 모셔뒀던 게 아니라, 늘 상황에 대응하시면서 스스로 진보하셨던 거다.
진보는 매 걸음 앞으로만 내 딛는 것이 아니라 몇발짝 뒷걸음도 칠 수 있는 거다.
멈춰있는 것은 진보가 아니다.
때로 뒷걸음을 치더라도 그 행보가 전진이면 우리는 그것을 ‘진보’라 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