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디로 또 글을 쓰는 것은 비이성적 비영성적인 전개이지만 세속적 삶이란 어차피 비이성과 비영성의 연속과 중첩이므로 신경쓰지 않도록 한다. 이런 상태에서 글이 계속 릴레이된다는 것 자체가 비이성적 비영성적인 것이고 이것이 바로 정치의 본질 곧 쪽수의 힘인 것이다. 어쨋든 이성적 영성적으로 보자면 이미 바둑알을 더이상 놓을 자리가 없는데도 기이하게도 바둑은 끝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정치적 논리의 세계에서는 바둑판이 끝없이 넓어짐으로써 바둑알을 놓을 수 있는 자리가 끝없이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물리학의 빅뱅이론에서 말하는 우주의 확장이란 결국 정치적 우주론 즉 우주론의 정치화를 뜻하는 것이다.

지록위마와 양두구육의 의미세계는 이성의 합리성이나 영성의 초월성이 아니라 단위개체의 독립성을 전제한 생존의 공포논리에 근거하기 때문에 이중논리와 그에 따른 이중도덕의 분열적 전개가 불가피하다. 진실만을 사용할 수 있는 개체와 진실과 허위를 모두 사용할 수 개체 중에 생존가능성이 높은 것은 당연히 후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학이란 마피아야쿠자조직폭력배연구와 다름없고 경제학이란 피라미드다단계연쇄판매연구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파정치세력이란 넘버투를 좌파정치세력이란 넘버쓰리를 뜻한다. 우파경제체계와 좌파경제체계란 넘버투와 넘버쓰리의 갈등관계에서 생성된 게임의 법칙과 규칙들에 다름아니다. 그리고 넘버원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그 이론의 내용상 논리적인 전개로 보자면 자율평론(다중지성정원)과 갈무리출판사 즉 조정환부류는 오히려 조선중앙일보가 키워줘야함에도 그 반대에 있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한겨레경향신문을 등에 업고 있다. 왜냐하면 단위생존을 위해서 그 집단이 이중논리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좌우논리가 본질적으로는 동일함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착시를 주기 위해서는 조선중앙일보가 아닌 한겨레경향신문의 후광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각각의 명칭들에 너무 집착하지는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간판은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정치적 세계에서는 그저 자금만 세탁하는 것이 아니라 인격도 함께 세탁한다. 촘스키가 무너지면 들뢰즈를 들뢰즈가 무너지면 고진을 고진이 무너지면 지젝을 지젝이 무너지면 또 다른 페르소나를 그렇게 정체를 숨긴채 무한한 횡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임에 참가한 자들은 아무도 누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가면무도회의 암묵적 규칙들은 그렇게 유지된다. 더 긴 생존기간과 더 나은 번영조건을 위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성적 영성적 존재는 어떤 길을 택할 수 밖에 없는가. 아마도 극단적으로 순수성을 지킴으로서 칸토어나 횔덜린과 같이 사회적으로 자살을 해버리거나 최소한의 타협을 통해 후세를 기약하며 힐베르트나 하이데거와 같이 정신적 세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려할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길 모두 강요된 선택이라는 점에서 볼 때 거기에는 어떤 자율성도 없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삶들의 희귀성과 고유성은 시간이 지나면 거꾸로 다시 높은 상품적 가치를 획득하여 시장에서 유통되며 누군가의 정치적 페르소나로 둔갑하게 된다.

하여 복음을 전파하는 것은 언제나 천사로 위장하고 있는 악마들이며 그것을 향유하는 자들 또한 천사로 행세하는 악마들로써 천사들의 시체에서 얼굴피부를 벗겨내어 첨단기술로 무한하게 복제한 뒤 인격판매시장에 유포된 페르소나들을 적당한 가격을 주고 구입하여 이미지교환체계에서 이익을 보기위해 적당한 때에 적당한 곳에서 적당한 그것을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미 코스프레라는 널리 알려진 포르노그라피형식을 통해 그 정체가 여지없이 폭로되고 있으나 악마들은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런 존재들이기에 그들은 악마들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악마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바로 이곳이다. 하여 이 세계에서 주체란 곧 악마를 뜻하며 악마가 아닌 주체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