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미덕의 복지와 노무현의 그림

요즘 나눔에 대한 말들이 참 많다. 나눔봉사ㆍ나눔의 미덕ㆍ나눔사랑 등 ....

사회가 정감 있는 문화로 질서화 하는 데는 나눔의 역할이 클 것이다. 복지사회를 말하지만 풍요와 편의의 혜택만으로 복지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도 인간적인 느낌이 교감될 때 행복감이 있고 그 행복 속에서 삶의 질감이 보람스러워지며 민중 모두가 이 선상에서 공감할 때 복지문화가 될 것이다. 물론 물질의 풍요와 편의의 바탕을 전제한다.

따라서 나눔이라는 화두로 민중의지가 모아지는 것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징조라고 생각한다. 옛날 선조들의 삶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오랜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그 같은 정감을 교환하며 살아왔다. 그 교감 자체가 삶이었다. 그것을 미풍양속이라고 표현한다. 이보다 앞선 의미로서 또다른 미덕의 말들이 실천되었다. 양보ㆍ배려ㆍ존중이다. 이를 인간의 격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인간적이다’라고 한다. 또는 ‘인간답다’라고 표현한다. 사회성의 미덕을 이렇게 설정해 놓고, 그 같은 인격을 도야하는 목적으로 수양하는 것이 삶의 기본이었다.

이를 현상적으로 표현하면 ‘의리도덕문화’이고, 실천적으로 표현하면 ‘예절문화’이다. 단순히 주고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받는 입장에서 자존심에 상처받지 않는 명분과 절차를 신중히 했던 것이다.(왜정과 6.25환란을 겪은 뒤 생산력 자체가 전무한 상태인 시점에서 살았던 분들은 끼니때가 되면 먹거리가 없어도 가마솥에 맹물을 붓고 불을 지폈다. 이웃에게 심려가 되는 것을 조심하는 자존심 강한 민족성 때문이다)

여기에, 앞에서 밝힌 나눔 이전의 세 가지 뜻이 살아 있다.

첫째는 없음으로 인해 주위의 걱정을 끼칠까 조심하는 것은 배려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는 받는 사람의 그러한 자존심을 잘못 건드리지 않으려고 주는 쪽에서 명분과 절차를 신중히 한 것은 존중이고. 이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늘 사전에 생산의 기회와 참여의 여백을 남겨 놓으니 이것이 세 번째, 양보이다. 주고 받는 것을 이처럼 신중히 했다. 그러므로 주는 쪽도 명분과 절차에 신중히 했고 받는 쪽도 그 마음에 대해 감사와 은혜로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명절 때나 제사 때나 그 집안 어른 생신날과 같은 때는 도울 수 있는 좋은 명분의 기회였다.

오늘날, 가장 ‘仁慈’한 것 같은 화두가 이미 오랜 옛날 선조 때부터 실현된 것이다. 이는 『대학』책(사서삼경중 하나)에 사회구조에 대한 부분에 명시되어 있다. 고급자가용을 탈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 보다 못한 수입 분야를 침범하지 않으며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도 그 보다 못한 수입 분야를 넘보지 않는다. 자신이 처해있는 것 보다 작은 분야를 더 약한 계층의 몫으로 남겨놓으라는 것이다. (혹자는 말할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 나눔이라는 말은 어울리는지 생각해 봐야 하며 이 화두에 맞추려면 자본주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성문법이나 전통성 불문율, 어디를 통해 봐도 자본주의는 익숙하지 않는 신종어이다. 그 신종어의 관념에 매몰되어 더 좋은 미덕의 전통을 잃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나눔의 미덕, 좋은 말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위의 세 가지 자양분이 마음으로부터 성숙되지 않으면 실천에 이르기가 쉽지 않다.

기성사회는 성숙된 모든 역량을 실현하는 영역이다. 청소년기에 쌓은 자양분을 기성사회에 와서 분출하는 것이 곧 실천이다. 말이 나왔으니 좀 더 첨부하면 『대학』과 『중용』은 사회기초안전망을 수립하고 나아가 평화질서를 이룩하는 원리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짜는 것이다. 그 핵심은 투명ㆍ공정ㆍ친화ㆍ공경심으로 상호공유ㆍ공감대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존중ㆍ배려ㆍ양보는 공경의 자양이 바탕화 된데서 분출된다. 투명ㆍ 공정ㆍ신뢰ㆍ친화ㆍ공경ㆍ아낌(人愛), 이들은 평화와 안녕이 보장된 복지도덕사회를 만드는 문화의 자양분이다. 이러한 양분들을 섭렵하여 인격도야에 공들이지 않는 한 인정이 교감되는 복지는 어려울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사회구조적 폐단을 해소하는 것부터 이해시키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중학교 때 『대학』을, 고등학교 때 『중용』을 필독하기를 권유한다. 기성사회도 이 두 권의 책쯤은 필독해야 청소년과 통일된 감각을 함께 할 것이다. 통일된 감각이 세대 간에 소통감각이다. 세대 간에 인정감으로 소통할 때가 진정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 노공이산님이 그랬다고 생각한다. 귀의 극치점에서도 조건없이 민중을 사랑했다고 믿어진다. 그래서 투명공정을 외쳤고 앞장서서 그것을 실천했다. 그러면서 부를 탐욕으로 얻으려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에게 주어진 돈도 민중을 위해 썼다고 한다. 신선하지 않는가? 그 분의 뜻 또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유전되어 온 불문율의 맥락에서 기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썩은 것에 길들여진 늑대는 신선한 맛을 모른다. 그래서 투명과 공정을 싫어한다.

가장 귀한 위치에서 수평 수직으로 미덕을 실천한 분이 노무현 대통령님이시다. 그 분 만큼 기성 사회구조의 모순을 고민하며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에 민중이 통참할 때 사회기본안전망이 구축되어 진정한 미덕의 복지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양보ㆍ배려ㆍ존중, 이 자양분을 인정미라고도 표현한다. 그 인정미는 조건 없이 수평적으로 행해질 때 진맛이 난다. 서민층에서는 이 맛이 살아있다. 서민층의 인정미는 투명하고 공정하다. 부자나 귀한 계층에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이 맛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의 거래는 수직으로 이루어진다. 무조건이 아니다. 대가성이기 때문에 뇌물이 된다. 투명과 공정이 바탕이 된다면 수직거래도 선량하여 미덕으로 마감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