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진지
진지는 버스다.
목적지는 유시민이 꿈꾸는 정당개혁, 정치개혁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이다. 목적지는 있지만 정확한 위치나 확정된 경로에 대한 정보는 없다.
버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있다.
목적지가 다른 지를 모르고 탄 사람, 목적지를 바꾸어 보려고 탄 사람, 천천히 세상 구경하면서 가고 싶은 사람, 빨리 가고 싶은 사람,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 수다를 떨고 싶은 사람, 수다를 듣고 즐기는 사람,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는 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 처음부터 타고 가는 사람, 중간에 탄 사람, 중간에 내리려는 사람, 중간에 탈 것 같은 사람.
버스에는 운전사가 있다.
운전하는 사람은 목적지까지 가야 하기에 차량을 정비해야 하고, 기름값도 준비해야 하고, 갈 길이 넘 멀고 오래 걸리겠기에, 또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쓸 수도 있게 비록 좁은 차 안이라도 수다 떠는 방, 잠자는 방, 공부방도 만들어야 하고, 퍼즐처럼 조각나 흩어져 없어진 부분도 있는 지도도 챙겨야 하고, 길이 어두워 앞길을 밝힐 조명도 챙겨야 하고. 가는 길이 멀기에 지치면 교체할 운전사도 많이 필요하다.
모든 승객이 모여서 퍼즐을 맞춘다.
토론방이라는 데는 승객들이 별도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행하는 특정한 행위 이외의 모든 행위가 이루어지는 열려있는 다중의 공간이다. 토론방에서 이루어지는 행위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그려져 있는 지도의 퍼즐 맞추기이다.
모든 승객이 모여서 퍼즐을 맞춘다. 퍼즐판이 작아서 머리도 부딪히고, 퍼즐판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퍼즐을 맞추고, 지친 사람은 뒤로 물러나고 다른 일을 하던 사람이 이어서 퍼즐을 맞추고, 퍼즐을 다 맞추고 그 안에 있는 고속도로처럼 뻥 뚫린 길을 언제 찾을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퍼즐의 한 귀탱이를 맞춘 것이 맞냐 틀리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할 때도 있다.
구경을 하는 사람, 쉬는 사람, 소곤소곤 속삭이는 사람, 목적지가 틀리다고 떠드는 사람, 길을 잘못 가고 있다고 떠드는 사람, 떠들지 말라고 소리치는 사람, 떠들려면 구석방 가서 떠들라는 사람, 버스라는게 북적북적 해야 한다는 사람...
한 배를 탄 운명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진지가 버스냐 광장이냐를 논할 것은 못 된다고 봅니다. 제가 진지를 볼 때 쉽게 하려고 생각하는 도구로서의 개념이기 때문에...
한 배를 탄 운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싫든 좋든 어떤 목적지를 향해 함께 갈 수 밖에 없고 함께 행동해야 할 경우에 쓰는 말이지요. 진지에도 적용이 가능한 말이라고 생각했지요. 배에서는 운행 중에는 진짜로 타고 내리기가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승하차가 상대적으로 쉬운 버스라고 이야기한 겁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진짜로 타고 다니는 버스와 진지가 같다는 생각은 아닙니다. 님이 말씀하신대로 버스는 명확한 목적지(경유지, 종점)가 있고 진지도 그렇다면 좋겠지만 버스와는 다르게 진지의 목적지는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목적지가 있다는게 좀 다른 점입니다.
모두가 운전사가 되어 목적지와 경로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는 겁니다.
목적지가 추상적인 것이다 보니 명확한 경로가 없어서,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목적지와 경로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고 모두가 운전사가 되어 목적지와 경로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는 겁니다. 시기와 장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요.
진지라는 버스는 유시민이라는 모범운전자가 지나가는 길을 뒤따라 갈 수도 있고, 모범운전자도 못 가본 길을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모범운전자도 모든 길을 가 본 것은 아니니까요. 처음 가는 길이라도 보통운전사보다는 잘 가니까 모범이기는 하겠지만요.
예전에 다른 차가 지난 흔적이 어렴풋이나마 있는 길을 갈 수도 있고 아무도 지난 흔적이 없는 거친 길을 나침반이 가리키는대로 가야 할 때도 있습니다. 나침반이 고장 날 때도 있겠지요. 거친 길을 갈 때에는 덜컹거리고 기우뚱 기울기도 해서 어지럽고 멀미를 할 때도 있겠구요. 운전대를 잡고 있는 운전사는 그나마 좀 나을 수도 있겠지만, 승객들이나 대기운전자나 모두 죽을 맛일 겁니다.
또 가다가 에어컨이 안 되는 등 차량에 이상이 생기면 고쳐야하는데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그러면 운전사는 차량정비에 대한 지식이 일정 정도 있기에 자체적으로 수리를 하고 갈 수 밖에 없지만 혼자서는 안 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여럿이 도와서 고쳐보면 고쳐질 수도 있고 너무 낡고 문제가 많이 생기면 차량을 새로 만들거나 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거친 길을 갈 때나 차량고장으로 불편하고 힘 들 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다수가 아우성치며 운전사를 몰아붙인다면, 운전사와 승객이 싸우고 승객이 내려서 다른 차로 갈아타거나 운전사가 그만두거나 하여 같은 목적지를 가던 사람들이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겁니다.
보통의 경우에는 회사가 개입되고 운전사가 교체되어 운행은 계속 되겠지만 2기 진지라는 버스는 개입할 회사가 없으니 승객들 중에서 운전사가 나와야 운행을 계속할 수 있을 겁니다. 운전사가 나오지 않는다면 운행은 멈춰지겠지요.
여기서 왜 꼭 어디를 향해 가야되느냐? 안 가구 그냥 있으면 안되냐? 목적지가 한 군데여야 하느냐는 것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구요. 나는 왜 사나 하는 것처럼 좀 복잡해질 것 같아서요.
세상에는 진지라는 버스만 운행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버스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나마 진지라는 버스의 조건이 좋다고 생각되는 것은 목적지와 경로에 대한 정리된 정보를 승객과 공유하며 운행하던 모범운전자인 유시민님과 지속적인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1기라는 중간경로를 잘 지나왔다는 것입니다.
한배를 탄 운명이라는 얘기를 할 때의 선장은 회사와 손님이라기보다는 리더의 개념으로 쓰이는 것 같고 사랑시님은 진지라는 버스의 운전사를 회사와 손님의 관계로 정의하시고 답글을 주셨지만 저는 그리 쉽게 정의내리기가 어렵네요.
저는 진지에서의 운전사는 리더라는 개념도 계약관계에 있는 서비스맨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서 또 목적지에 이어 두 번째로 님과의 견해차이를 느끼며 제일 큰 차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지의 진짜 운전사인 유시민님은 사랑시님의 개념에 맞는 서비스맨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공공근로를 자청하고 공포했으니까요. 하지만 좀 더 큰 버스의 운전사가 돼서 가버린 유시민님이 없는 진지에서 운전사는 누굴까요?
진지에서는 어떤 운전사가 필요할까요? 현재의 운전사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진지에서는 진지의 유지발전의 필요성을 느낀 승객이 진지 2기를 제안하고, 그 뜻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권유로 봉사하는 직분을 수락한 사람들로 전혀 새로운 형태의 운전사가 탄생하지요. 리더도 아니고 서비스맨이지만 계약에 의한 것이 아닌 청원에 의한 한시적인 봉사자로서의 운전사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현재의 진지라고 보는 겁니다.
당연히 비전문가이고 비직업적이고 각자 따로 해야 할 일들이 있고 각자 챙겨야할 사람이 있는 승객과 똑 같은 사람들이죠. 운행에 필요한 기본적 차량구성 및 운행, 장거리 운행에 따른 휴게공간구성, 목적지 및 경로에 대한 정보취득 및 협의, 승객에 대한 안내멘트, 승객간의 대립의 조정, 등등 운전사가 해야 할 일들이 많고 그 일들의 질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일들에 투입된 노력의 양에 의해 결정되겠지요. 물론 운전사라고 일인칭을 사용했지만 일인은 아니지요. 일인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구요.
어떤 일을 할 때에 항상 아쉬움을 갖습니다.
좀 더 질 높은 결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서요. 사랑시님처럼 완벽에 가까운 결과치를 기대하는 경우에는 아쉬움을 넘어 화가 날 때도 있겠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투입한 노력의 양과 결과의 질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나름대로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구요.
제 생각에는 사랑시님은 님의 가이드라인을 진지에서 은연중에 강제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님께서 그렇게 진지에서 님의 가이드라인을 강제할 수 있는 배경이 되는 생각이, 제가 운전사라고 표현한 일꾼들을 차비 받고 운전을 해주기 때문에 완벽한 서비스를 해주어야 한다는 것인 것 같습니다. 실제 마음으로는 차비를 못 받았어도 이왕 하는 운전 완벽하게 해야 하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진지에서는 운전사와 승객이 투입한 노력의 양에 의해서 구분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구분의 결과도 조금 앞에 서 있느냐 뒤에 서 있느냐의 정도구요. 위 아래가 아니라요.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우리나라의 정서는 조직구성에 대해 아직도 강한 집행력이 담보되는 위 아래의 형식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강력한 집행력을 발휘해야 하는 영역에서는 유효한 것이기는 하지만요.
진지 내에서 부분적으로 어떤 일을 진행할 때는 한시적으로 위 아래가 형성되어야 하기도 하겠지만, 일상적으로는 진지에서는 어떤 사업을 시행하는 단위가 아니기 때문에 위 아래의 조직구성은 아니지만 앞뒤의 구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관점으로 본다면 사랑시님은 앞에 서 있는 분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아무 맡은 바 직분이 없기에 뒤에 있는 것 같지만, 님이 진지에 투입하는 노력의 양으로 볼 때는 그렇다는 말입니다.
앞서 가는 사람이 잘 하면 뒤에 가는 사람이 좋습니다.
하지만 앞서 간다는 것이 참 어려운 일이라서 앞서가는 사람에게는 명예도 생기지만 그에 따른 부담도 많이 안고 가야합니다. 명예라는 것은 또 쌓이면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정치영역에서는 공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이 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진지라는 버스에서 앞서가는 운전사는 명예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는 일이 밖에 드러나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니까요. 진지에서의 명예라면 글을 쓰는 분야일 텐데 진지의 운전사는 글을 쓰는 판을 만드는 것이 주요한 일이지요. 쓰는 것 보다는요.
진지라는 버스는 정치영역에서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기에 힘을 키워가야 합니다.
운전사나 승객이나 개인적인 영역에서는 생존의 힘을 비축해 가야하고 진지라는 버스에서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탑승이 가능하도록 해서 정치적인 영향력을 키워가야 합니다. 정치영역에서의 버스는 저마다 목적지와 경로에 대해서 자신하며 손님을 유치(?)합니다. 제가 진지에 온 것도 유시민님이 광고하던 목적지와 경로가 그럴듯해 보여서 거든요.
하지만 유시민이라는 모범운전자는 이제 진지에 있지 않습니다.
유시민님이 다시 돌아오더라도 언젠가는 떠나실 겁니다. 때 이른 고민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해산하나요? 고민은 고민대로 하고 당장은 할 일 찾아서 해야겠지요. 그러면 어떻게 영업(?)을 해야 하나요?
이제까지 해 왔던 대로 정치적 지향과 대안에 대한 고민과 토론, 살아가는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 현상유지는 될 것 같습니다. 좋기로는 유시민님이나 서프의 논객처럼 훌륭한 글쓰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더 좋겠지요. 자체적인 진화든 논객에 대한 호객행위를 통해서든...
진지 2기에서는 주로 글쓰기가 이루어지는 곳이 토론방이기에 정치적 지향과 대안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더 활성화되어야 하겠지만 억지로는 안 되기에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경우도 생긴다고 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토론방은 회원 비회원 테러범 흉악범 누구나 올 수 있는 공적 영역이기에 공감이 가능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넘어서는 사적 성격이 강한 글들은 별도의 영역을 설정하여 소통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온오프의 생활방처럼 식구들이 편하게 지내는 곳으로요.
머피도 아닌데 글 좀 쓸라니까 왜 이리 시간이 안 나는지 짬짬이 썼는데 하루 이틀 날이 지나가 버렸네요. 차분하게 복기를 못해봐서 혹 이상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질문하신 것에 대한 답글은 별도로 안 썼는데 이 글로 답이 될른지 모르겠네요. 부족하면 말씀하세요.^^
게으른 믿는 도끼가 사랑시님께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