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에는 '탓'이 있고 '덕'이 있다.
탓이란 뭔가 좋지않은 일의 원인제공을 의미하는 말이다. 덕이란 뭔가 좋은 일의 원인제공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누구를 탓하는 것은 뭔가 잘못된 것에 대하여 원인제공자를 원망하거나 책임추궁하는 것이고, 누구의 덕으로 돌린다는 것은 뭔가 잘된 일에 대하여 원인제공을 칭찬하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참여정부 집권기간동안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일들에 대하여 노무현 탓을 하고 있다. 사람들의 탓하는 요량을 보면 노무현이 마치 신이나 아니면 임금이라도 되는 양 느껴질 정도이다. 전혀 대통령과는 상관없이 되어지는 일까지 탓하는 일이 너무 흔할 뿐 아니라 마치 유행처럼 '노무현 탓'이 번지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의 후유증도 노무현 탓이고, 지난 정부의 실정도 노무현 탓이고, 정치판이 추악하게 돌아가는 것도 노무현 탓이며, 권력기관들이 전횡을 하는 것도 모두 노무현 탓이다. 민주당이 분당된 것도 노무현 탓이고, 한민공조로 탄핵을 한 것도 노무현 탓이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에 과반수를 빼앗긴 것도 노무현의 탓이다. 열린우리당이 국민의 지지를 상실한 것도 노무현 탓이며, 당을 스스로 망가뜨린 것도 모두 노무현 탓이다.
수출은 잘되는데 내수가 부진한 것도, 카드채 문제를 지난 정부에서 물려받은 것도, 부동산 정책수단을 모두 시장에 넘겨버린 국민의 정부의 문제도, 양극화가 외환위기 이후로 지속적으로 심화된 것도 노무현 탓이다. 환율이 시장에서 내려가도 노무현 탓이고,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도 노무현의 탓이다.
심지어 드라마 속에서 고구려가 망해도 노무현 탓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이다. 해가 떠서 온도가 올라가도, 해가 져서 기온이 낮아져도 노무현의 탓을 하지 않을까 여겨질 정도이다. 수구언론들이 독재자에게 알랑거리던 일도 이제는 모두 노무현의 탓이라 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가운데 서 있어도 양쪽에서 모두 삿대질을 하며 탓하기를 이게 모두 노무현 탓이란다.
국가의 최고권력자에게 국정의 모든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야 지당한 일이다. 누구에게 답답함을 호소할 것인가?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처지라면 대통령 욕이라도 한마디 하고 속을 달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살만한 처지에서 누릴 것을 누리면서 여전히 자신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대통령을 욕하는 일은 결코 유행해서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반면에 노무현 덕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집값이 잡혀가도 그저 당연한 일이다. 수출이 집권초에 비하여 2배를 넘어도 그것은 대통령하고는 상관이 없고, 국민이 현명할 뿐이다. 주가가 1800을 넘어도 그것은 유동성 때문이지 경제를 잘 관리한 정부 덕은 아니다. 북한이 2.13 합의를 이행하기 시작해도 남북관계와 대미관계를 잘 관리한 노무현의 덕은 아니고 그저 당연히 그렇게 될 일이었다.
권력기관이 대통령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아도 그것은 민주시민의 역량이지 대통령의 노력과는 상관이 없다.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비난하고 당을 떠나서 대통령의 권위가 과거와 달라도 그것은 그 정치인들의 덕이지 대통령의 당정분리 덕이 아니다.
모든 잘못된 것은 노무현 탓이고, 모든 잘된 것은 노무현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확실히 우리 사회의 여론몰이가 위험한 수준이라고 보여진다. 대통령의 정책적 잘못을 비판하는 일은 분명 합당한 일이다. 그러나, 논리적 인과가 없는 모든 일조차 무조건 잘못된 것은 대통령을 탓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에게 신이나 적어도 임금이 되기를 바라는 일이다. 잘된 일이 없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 하는 모든 일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는 방식의 비난은 확실히 과도하다.
그렇게 모든 잘못의 근원을 대통령과 청와대로 보는 경우 다른 부분에서 이루어지는 더 큰 잘못을 보지 못할 위험성이 있을 뿐 아니라 옳바른 정부평가를 못하여 결국 책임정치를 실종시킬 것이다. 감성적으로 무조건 좋다고 찬송가를 부르는 것도 꼴불견이지만,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잘못된 것이고, 모든 잘못된 일의 원인은 그에게서 나온다는 발상은 더더욱 우스운 일이다.
해가 뜨는 것은 자연의 섭리이며, 해가 지는 것도 또한 그렇다. 대통령이 시행해서 잘못하는 일도 있고, 적절히 옳은 방향을 찾아가는 일도 있다. 그렇다면 비판도 옳고 건전한 상식에 기반해야 하며 감성적이어서는 안되다는 것이다. 경제가 그저 그럴때는 항상 대통령 때문에 대한민국이 망할 것처럼 떠들어서 더더욱 침체하게 만들고, 경제가 좀 나아지니 이제는 아무 말도 안하는 언론들을 보며 참으로 암담한 생각이 든다.
뭐 될려고 그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