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에서 눈길을 끌만한 칼럼을 하나 접하고 순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손석춘씨의 노사모에 대한 칼럼입니다. 간단히 그 내용을 정리하자면 2002년의 노사모는 우리정치사에 훌륭한 기여를 했으나 지금의 노사모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는 따끔한 지적을 담고 있었습니다.
1. 노사모는 무엇인가?
초창기 노사모와 현재의 노사모를 적절히 이해하고 비교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개념정리부터 필요할 것입니다. 노사모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입니다. 이 명칭을 해석하는데에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단지 한국의 정치현실에 비추어 나름 대의명분을 쥐고 있던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사랑하고 그를 신뢰하며 그를 기꺼이 지원하고 싶은 사람들의 모임으로 정의하는 것입니다. 지역주의에 정면으로 맞서며 정치적 손해는 물론 자신의 정치생명까지 내던지던 그를 믿고 신뢰하기에 그가 비교적 옳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그를 따르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 자연인 노무현을 추종하는 것으로 보여질 위험성도 좀 있다고 봅니다.
다른 하나는 자연인 노무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그가 노사모 태동기에 추구하던 그 지향점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하여 단지 노무현은 하나의 수단적 정치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일 것입니다. 자연인 노무현은 판단과 인식에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자연인 노무현을 추종하는 데에서 넘어서야 한다고 보는 것이죠.
그 외에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정의를 내릴 수도 있지만 위의 두가지가 가장 대별적인 노사모의 정의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두번째 정의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입장에 서 있음을 밝힙니다.
사실은 두번째 정의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중 상당수가 대통령이 되고, 탄핵의 위기를 넘기고,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을 하고, 각기 노사모를 떠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간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대통령이 알아서 잘 할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이제 더이상 머뭇거리면 자연인을 추종하는 일이 될까 경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습니다.
2.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노사모?
사실 노사모 내부에서도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일부 사람들의 협소한 사고에 대하여 비판이 제기되는 일이 있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태도로 인하여 노사모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 될까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초창기에 비하여 평균적으로 비판을 대하는 태도가 좀 공격적인 측면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노사모는 우리의 국민일반과 사고와 인식의 수준이 그리 다르지 않습니다. 비판에 대하여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노사모의 특이점이 아니고 우리국민 일반이 가지고 있는 토론문화의 부재에서 찾아야 옳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별히 노사모가 더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정치적 사안에 대한 관점이 많이 달라서가 아닐까요?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사례로 거론된 악플의 경우 매우 특이한 몇사람의 행동일 뿐이라고 봅니다. 그러한 사례를 일반화하여 노사모 전체를 비판할 근거로는 매우 부적절한 일입니다. 노사모내에서 대통령의 특정한 행위나 정책에 대하여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지는 않으나 존재합니다. 그런 예를 들면 전혀 반대되는 주장도 가능하게 됩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여겨집니다.
진보진영의 비판을 민노당원들의 주장쯤으로 몰아버리는 점은 잘못된 일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보편적인 노사모 맴버들의 방식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는 예라고 봅니다. 인터넷에서 어떤 주장을 하면 민노당원, 한나라당원, 민주당원등으로 몰아버리는 일또한 다반사인데 일부 노사모의 그런 행동만 특정하여 비판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6월항쟁 기념식에 박종철군 아버지와 이한열군 어머니가 불참하신 것은 대통령에 대한 반감의 표시일 수도 있고, 우리의 정치상황에 대한 거부감일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 분들의 아픔이 다시 되살아나지 않도록 우리사회가 질적인 민주주의로 잘 이행되지 못한 점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러나, 그분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노사모가 교훈을 얻을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것이 대통령의 잘못에 기인하거나, 노사모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정책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시각이 잘못된 경우도 있을 수 있을 테지만, 그러한 대통령을 노사모가 비판없이 추종하고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우리정치가 뒷걸음질 쳤다는 논리적 비약은 좀 과도하게 여겨집니다. 노사모는 여전히 우리사회의 국민일반중 아주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우리정치의 퇴행은 노사모와는 별반 관계가 없다고 봅니다.
3. 정치인, 언론인들의 책임
사실상 대통령은 집권기간동안 진보진영의 실망을 초래할만한 많은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물론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마땅한 부분도 있고, 비판이 합당하지 못한 진영논리일 때도 있습니다. 언제나 권력에 대한 비판은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그것이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일 경우 당연히 좀 과도한 비판도 받을 수는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비판이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익을 겨냥한 경우도 우리는 너무 자주 목격하고 있습니다. 수구세력과 보수정치인들이 그렇고, 소위 말하는 메이져 언론이 그렇습니다. 비판이 정도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대적으로 높은 명분을 가지게 되지만 자신들의 이익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을 겨냥한다면 순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그 정당성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이 됩니다. 우리의 정치인들과 언론인들에게서 그런 이익지향성 의도를 발견할 때마다 몸서리를 치는 일이 많습니다.
또 근거없는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그것을 정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비판은 적절하고 합리적인 이유와 논리적 모순이 없어야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없는 비난은 인터넷 악플과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더욱 해악이 크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치인들과 언론의 논리가 박약한 주장과 자기모순을 지적하는 비판 또한 자유롭게 허용되어야 할 일입니다.
먼저 정치인들의 문제를 지적해 봅니다. 한나라당의 여러가지 문제점은 과거와는 달라 보이지만 여전합니다. 차떼기, 폭행, 공천비리, 성추행등 주인공들이 여전히 정치의 중심에서서 활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다지 본질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들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걱정되는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소위 여권이라는 범주의 정치인들은 어떤가요? 한나라당과 정책적 차별성을 그리 보여주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약속했던 개혁과제를 거의 손놓고 있었습니다. 어떤 전략적 노력도 보여준 바가 없습니다. 과거의 지역구도와 정치인들의 동업자 정신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들이 만들고 이끌어온 정당에 침을 밷고 돌아서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잘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들에게 있다고 봅니다.
여권이 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과 등을 돌릴까요? 물론 국정수행을 잘하지 못하고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지 못한 대통령에게 일차적인 잘못이 있을 것입니다만 주류 정치권의 암묵적 카르텔이 작동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권력기관을 손에쥐고 있지 않은 대통령, 공천권도 없고, 정치자금도 나눠주지 않는 대통령, 권력기관은 국민에게 돌려줘버린 대통령에게 충성할 동기를 찾을 수 없어서는 아닐까요?
스스로 상향식 정당을 만든다며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더니 공천장사를 못하게 되버린 처지가 막막한 정치인들, 인기없는 대통령을 밟고 차별화를 시도하며 지역구도를 복원하여 정치적 파이를 키우려는 이기적인 정치인들의 잘못은 적을까요? 지역구도에 기대서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각기 무리지어 공천장사해서 나눠먹고, 정당의 지배구조를 당원이나 일반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헤게머니로 결정짓는 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그들만의 암묵적 카르텔은 심각하지 않은가요?
언론은 그동안 그들의 그러한 음험하고 더러운 카르텔을 비판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의 잘못은 부인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도 언론과 정치인들의 거대한 카르텔이 충분히 비판 아니 비난해주고 있습니다. 정말 심각하지 않아서 정치인들의 그러한 행태를 무시하고 있나요? 그들이 대통령보다 덜 잘못하고 있어서 눈을감고 비판을 안하는 것인가요? 그런데 사실은 그들의 행태가 더더욱 우리정치의 걸림돌이며, 민주주의의 질적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텔레비젼 토론회에서 대통령이 권력을 스스로 놓아버린 것이 단지 자랑거리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 권력을 활용해서 더욱 많은 개혁성과를 냈어야 한다고 비판하신 것을 기억합니다. 말이 좋아서 활용이지 대통령이 권력을 여전히 쥐고 있다면 그것은 악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언젠가는 그것을 풀어놓아야 진정한 국민의 권력기관이 될 수 있습니다.
당장은 권력기관들이 스스로의 권력을 향유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테지만 그것은 국민의 비판과 견제속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순리입니다. 정치와 언론, 권력기관과 국민,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견제하며 투명하게 숨김이 없는 상태로 경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첩경일 것입니다.
결국 노사모의 태도에서 대통령 비판을 막고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거악을 숨기고 자신의 이익에 복무하는 정치인들과 그들의 행태에 전혀 비판을 가하지 못하는 언론들의 태도도 스스로 돌아볼 일입니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협소한 태도는 노사모 고유의 것이 아니며, 노사모가 특별히 국민 일반보다 높은 지적 수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이유도 없고, 그러한 요구를 할 수도 없다고 봅니다. 비판은 자유롭게 하되 비약하거나, 모순적이거나,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성급하게 일반화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 정치와 언론들의 문제점은 결코 노사모의 태도보다 우월하지 못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