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을 움직이고 주인노릇하던 사람들이 모두 당을 떠났습니다. 물론 여전히 그들을 추종하던 인사들이 적지않게 남아 있지만 사실상 구심점 노릇을 하며 당의 한없는 추락을 초래하던 주역들은 이제 없습니다. 정동영 전의장의 탈당은 탈당러쉬의 완결판입니다.
2003년 창당하며 열린우리당이 내걸었던 명분은 공감할만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룩하는 정당, 당원이 주인되는 상향식 정당, 정체성을 바로 세운 100년가는 정당,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깨끗한 정치를 구현하는 정당등 많은 국민의 바램을 담은 훌륭한 명분들이 있었습니다.
신생정당으로서 국민에게 어필하는 일이 매우 어렵고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당원들은 스스로 자신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야당들의 탄핵이라는 헛발질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결국 과반수 여당의 탄생이라는 찬란한 열매를 맺어낸 것입니다. 가슴이 벅차고 희망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질 한없는 추락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총선이 끝난 이후로 지금까지 쉬임없이 추락을 거듭한 끝에 드디어 당을 이끌며 정치적 영화를 누리던 사람들은 거의 다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관반수 의석을 획득하고도 이렇게 단명한 정당은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입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원칙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의 욕심의 발로에서 당이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연히 주인노릇을 하기위해서 참여한 당원들을 정치인들이 짖밟으며 위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존중되어야할 당헌당규를 자신들의 편의에 의하여 밀가루반죽처럼 주물러대는 정치인들이 당을 허물고 말았습니다. 총선이 끝나자 곧바로 실용주의를 주장하던 정동영의 입에서 지지자들의 이탈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을 개혁하는 것이 어렵다며 신당을 창당했던 사람들이 스스로 무너져가던 민주당을 그리워하고 그들을 정치의 주무대로 끌어올리면서 열린우리당의 몰락은 예견된 것입니다. 통합론의 효시인 염동연의 전당대회 출마에서 민주당의 부활과 열린우리당의 쇠락은 태동하고 있었습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줄줄이 당선이 최소되는 의원들, 그것의 책임은 또 다시 일부지역구에서 형식적인 후보경선에 참여했던 기간당원들에게 전가되었습니다. 당을 도와주고 당에서 욕먹는 당원들은 결국 유권자이며 국민입니다. 기간당원들의 권한을 축소하고 정치인들의 이익을 키우기위해 노력하던 정치인들이 점점 마각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일부 계파들의 지분늘리기 싸움이 점차 노골화되며 정부와도 불협화음을 자주 노출하였습니다.
정부가 낸 법안들이 당을 거치면 오히려 훨씬 개혁적 의미가 퇴색되거나 여당의 정부공격도 잦아지곤 했습니다. 국민들이 생각하기에 민주적으로 당론을 만들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잡탕으로 인식되기 시작합니다.
지역적 지지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정당으로 존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거구제도를 바꿨어야 합니다. 아니면 최소한 이슈화에 노력을 기울였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로지 민주당과 통합해서 지역구도를 복원하는데만 노력하였습니다. 선거법을 고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자신들의 한계를 인식하고도 손쉬운 방법을 찾고 싶었던 것입니다. 보다못한 대통령의 선거제도 개선을 전제한 대연정 제안은 당을 더더욱 나락으로 빠뜨리고 맙니다.
결국 그동안 당과 정부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좌우하고, 혜택을 누릴만큼 누린 사람들이 서서히 당을 떠나면서 당은 그 명을 제촉하게 됩니다. 신중식의원의 탈당과 민주당 입당, 염동연 의원의 대통합을 위한 탈당, 김한길의원등의 집단탈당, 천정배 의원등의 탈당, 임종인 의원의 탈당, 김근태 전의장의 탈당, 정동영 전의장의 탈당등으로 기간당원들을 내치고 싶어하던 정치인들은 대부분 당을 떠난 셈입니다. 전국구와 일부 계파의 수하들은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이제 창당 때의 정신과 그 때의 당헌당규를 상기해볼 때입니다.
그것이 비록 우리의 정치현실이나 시대흐름과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것은 민주주의의 질적 이행을 위해서 필수적인 것입니다. 이제야 창당때의 초심에 맞는 정당을 건설할 수 있는 시발점에 섰습니다. 그동안 창당의 명분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친 사람들이 당헌과 당규를 모두 누더기로 만들고 나가버렸지만, 이제야말로 진정한 정당개혁을 시작할 수 있는 때가 되었습니다.
옳은 것만이 결국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거짓없는 진실된 행보만이 큰 정치를 만들고 정치인을 성장시킵니다. 명분따로 행동따로 엇박자를 내는 정치인들은 결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 정당을 건설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