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의 본질과 존재의 이유

‘전쟁이란 마초들이 여성을 억압하고도 남은 힘으로 일으켜 스스로 피 흘려 죄 값을 치르는 행위라고 한다. 또 전쟁이란 ‘광기에 의해서 치르는 미친 짓’이다. 그래서 군대는 ‘미친 짓을 대비하느라 미친 척을 하는 집단’이다.’

남성들이 걸어야 2~3년 남짓한 군대 생활을, 평생 우려먹는 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시절에 약간 미쳐 있었거나, 미친 척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듣기 싫은데도 한번 이야기를 꺼내면 기어이 끝장을 보고 만다.

이전에 나와 유시민님의 인연은 딱 두 가지다. 고양시 덕양구에 같이 산 것 말고, 강원도 오지의 7사단에서 비슷한 시기에 군대 생활을 했다. 그분은 82년에 제대하고 나는 그 해 초에 입대했다. 그분이 아침 마다 풍산리 고개에서 민간인 통제선까지 왕복 구보를 한, 그 통제선 안쪽 백암산 아래 밤나무골에 있었다. 만났었을 수도 있는데 얼굴을 모르니까 만났어야 소용없었다.

유시민님은 사십대 초반까지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꿈을 꾸고 식을 땀을 흘리곤 했단다. 이지적인 분의 군대에 대한 끔찍한 단상이 아닐 수 없다.

광기 충만한 전두환이 정권을 잡고, 한 외신 기자와 인터뷰에서 ‘가장 두려운 집단이 어디냐?’ 는 질문에 ‘군대’라고 했단다. 아는 놈이 무서움을 안다. 기성세대와 보수는 철저한 경험주의 형태를 띠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인 예다. “내가 ~ 해봐서 아는데” 늘 이런 식이다. 그런데 군대는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가 보다. 경험주의자의 심각함은 미래를 상상하지 못한다는데 있다.

군대는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 아니라 억제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어린 아이에 총을 맡기면 안 되는 이유는 쏴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애들이 총자루를 쥐고 있는 형태다. 그래서 불안하다.

왜 국민이 연평도 포격 훈련 상황을 실시간으로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주변 국가들이 하지 말라고 말리는데 굳이 해냐 고야 말겠다는 똥고집은 무엇이라는 말인가?

이명박과 그 정권이 생각하는 군대는 정복의 십자군인가 보다. 그런 짓을 하려거든 뉴라이트에서 용병을 구하든지, 직영하기 바란다. 국민의 군대는 정권의 자존심을 위해서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