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로 지구촌이 시끌벅적 합니다. 그들의 주장처럼 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자국의 주권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국제법상의 어떤 문제도 없는 행위입니다. 대한민국처럼 미국과의 조약에 의하여 미사일의 사거리가 제한되어 있는 나라의 경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수 없지만 북한의 경우 그러한 조약이 없습니다. 구속받을 국제법적 요소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하니 그것을 저지하려는 강대국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전통적으로 북한과 우호적인 러시아와 중국까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막상 발사를 강행하고는 유엔의 안보리가 뭔가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해당 국가의 주권에 속한 문제라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정권의 경우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카드로 활용하여 미국과 대화의 물고를 트고 싶었을 것입니다. 바로 위폐문제로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어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을 타개하려 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였습니다. 물론 6자회담을 거부하는 것과 더불어 절박한 위기를 타개할 비장의 카드였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원하던 효과를 전혀 거둘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발사를 강행하면 미국내의 대북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국제적인 비난 여론에 직면할 것을 북한이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남한에서의 대북지원도 역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계산을 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그런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강행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이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지는 오래 되었습니다.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여 계속 봉쇄를 하고 있고,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은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북한은 벼랑끝 전술을 통한 미국과의 대화를 시도하였고, 클린턴 정권 말기에는 상당히 북미관계를 진전시켰습니다. 1994년 북핵위기를 통해서 나름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입니다. 경수로도 제공받기로 하고 완공전까지 중유도 제공받게 되었습니다. 더욱 발전시켜서 미국과 국교정상화까지 추진하려는 계획이 진행되다가 미국의 정권이 바뀌고 말았습니다.
부시정권이 집권하면서 그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수로 중단, 중유공급 중단, 테러지원국으로의 분류 계속, 미국이 북한 정권의 붕괴를 추진한다는 위기감등 급격히 위기감이 높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2차 핵개발 문제가 부각되고 북한은 점점 고립무원으로 빠졌습니다. 그것이 남북간의 대화를 급진전시킨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필요한 돌파구는 남북간의 대화와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미국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 밖에 없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6자회담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단 한가지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항상 의혹이 있었던 위폐문제를 교묘한 시기에 부각시켜서 강력한 금융봉쇄를 시작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그런 시기에 북한이 들고 나올 수 있는 미약하나마 유일한 카드였을 것입니다.
그 것이 약효를 전혀 기대할 수 없게 되니 실제로 발사를 강행하고 말았습니다. 어차피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처지이니 크게 더 잃을 것도 없다는 현실과 모험적 군사행동도 할 수 있는 위험한 존재임을 상기시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려는 의도일 것입니다. 이미 효력을 상실한 카드이니 거짓위협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도 의미부여가 가능할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의 온건파는 그나마 더욱 입지가 좁아질 것이고 한국의 지원도 아예 막히거나 대화자체가 단절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의 온건파의 입지가 북한과의 대화기조로 흐름을 바꿀만큼 존재하지도 않으며, 한국의 경제지원이나 개성공단의 성과도 북한의 경제에 큰 도움이 될만한 정도가 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양자대화를 고려할 정도의 온건파가 존재하지도 않고, 한국도 대북지원에 대한 퍼주기 논란등으로 지원의 규모가 기대할만한 수준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없으며, 개성공단도 미국등의 한국산 인정불가 기조가 변하거나 해서 빠르게 발전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하였을 것입니다. 발사를 하지 않아서 얻을 것이 그리 없었다는 상황인식이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그들이 그러한 계산도 없이 무모한 모험을 했다고 보는 것은 아주 단견입니다.
아뭏튼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이미 실행되고 말았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최대한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러시아와 중국도 적극적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입장은 아닐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등이 나온다면 동북아는 전운에 휩싸일지도 모릅니다. 그것이 최대한 군사적인 문제로 발전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상황이 급반전되어 북한이 6자회담에 응하는 일이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도 없습니다. 주의깊게 지켜보면서 국제사회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국내의 수구언론들과 보수정당들은 연일 강경한 어조의 비난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국제사회의 대세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그것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북한을 감싸고 나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우리는 입장이 다릅니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이나 고립에 처한 북한이 더욱 심각한 군사행동을 일으킨다면 우리민족의 생명이 경각에 달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감성적인 강경대응을 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민주노동당의 성명서에 주목할만한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남북간의 대화채널은 닫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국민여론이 대북강경조치를 요구하도록 일을 저지른 북한 정권이 밉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만 강경책은 대화의 단절을 의미하고 단절은 곧 사태의 악화를 막는데 우리가 아무런 역할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화의 채널을 닫아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민의 여론과 정서상 도저히 대북경제지원을 지속할 명분은 없습니다. 6자회담 복귀등의 특별한 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대북지원을 지속할 길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대화는 지속되어야 합니다. 예정된 장관급 회담등을 지속해야 합니다. 만날 때마다 미사일발사문제등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지만 대화자체는 계속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소한의 채널은 유지되어야 더욱 심각한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설득할 길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의 채널을 유지하여야 하며, 국민은 감정적 보복심리를 서로 부추겨서는 안될 것입니다. 북한이 도저히 살아나갈 길이 없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전쟁밖에 없습니다. 국제사회는 압박을 강화하더라도 우리는 그런 방향에 동조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바로 우리의 생명에 관계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희망사항이지만 북한이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으며 6자회담의 장으로 복귀해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6자회담이 결국 문제해결의 장은 되지 못할 테지만 동북아의 긴장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감정적 대응을 부추기는 일은 위험합니다. 반공궐기대회를 열고 북한을 비난하던 유신시절에 역설적으로 가장 한반도의 긴장은 높았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