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세력이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집권한지 10년이 되어 갑니다. 최근 민주화세력의 무능론을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고, 무능보다 부패가 차라리 낫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며 민주세력 무능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 잃어버린 10년의 의미
일본이 경제버블이 걷히면서 10년간의 극심한 침체를 경험하던 시기에 등장한 용어입니다. 세계경제의 중심에서 거침없이 달리던 일본이 성장과정에서 내재된 버블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일시에 버블이 붕괴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부동산 가격의 붕괴는 부동산의 담보대출을 확장하던 금융기관을 부실화시키고, 위기를 느낀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극심한 내수침체를 겪습니다.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수출도 침체기를 맞습니다. 총체적으로 위기를 겪은 후 일본경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합니다만 이 과정을 일본인들은 자조섞인 표현으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그것에 비견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앞으로 그러한 위기를 겪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일본이 겪은 일들과 우리는 많이 다릅니다. 부동산 버블이 일어난 것은 현상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일본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직 아닙니다. 또 사전에 부동산 담보비율의 조정등으로 대비해온 것이어서 똑같이 반복할 일은 아닙니다. 물론 앞으로도 위험요인을 철저히 대비하며 운영해야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제성장률, 수출신장률, 일인당 국민소득등 지표는 대단히 견실한 편입니다. 주가는 너무 걱정이 될 정도로 오르고 있습니다. 지표를 가지고 비판받을 일이 없습니다. 그러한 지표가 모두 정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졌다고 아전인수식 해석을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그것을 왜곡해서 비판을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실업률도 비교적 안정된 편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하면 좋다고 할 수 없지만 선진국들의 실업률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편입니다.
국가부채가 2배가 되었다며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떠맡게된 외채들과 정부의 보증채무등이 정부채무로 전환되어 나타난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대외채무에 비하여 채권이 훨씬 많이 늘었습니다. 채권은 빼고 채무의 증가만을 가지고 비판하는 것은 편향된 것이고 다른 의도가 담긴 비난에 불과합니다.
물론 각부문에 걸친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사실입니다. 실업률 자체보다 심각한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도 우리경제의 어두운 현실입니다. 사회안전망의 확충도 향상된 측면이 있지만 여전히 매우 낙후된 수준입니다. 한반도의 정세도 우리의 의지와는 달리 아직 안심할 정도로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정부의 과제이기 때문에 지난 10년을 불만족한 기간으로 표현하는 것은 가능한 일입니다만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폄훼하는 일은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2. 누가 잃어버린 10년인가?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에 비견될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겪으면서 우리의 서민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기업들이 부도나고, 직장을 잃고, 자그마한 재산을 날리고, 심지어 가정이 파탄나고, 목숨을 스스로 던져버린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바로 그 외환위기는 10년보다 훨씬 더한 것을 한꺼번에 상실한 것입니다. 경제적 식민통치를 감내하며 다시 경제를 재건해야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잠시의 노력으로 완전히 치유될 수는 없는 일이어서 여전히 우리는 그것의 후유증을 단단히 치뤄내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말미암은 본격적인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시장원리가 우리를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로 표현되는 그 거대한 물결을 우리는 피하지도 비켜서지도 못할 상황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기업들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손쉽게 사람을 해고하거나 값싼 비정규직을 패용합니다. 정규직이라도 결국 경험없는 청년들을 가르쳐서 쓸 생각은 하지 않고 당장 월급값을 할 수 있는 사람들만 채용합니다. 당연히 청년들은 취직하기가 어렵고, 실직자들은 각기 자영업러쉬에 동참합니다. 비정규직은 가처분 소득이 낮을 뿐 아니라 언제 짤릴지 모르니 당연히 소비할 돈도 없고, 있어도 불안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쓰지 않습니다. 소비안되고, 자영업자 비율은 높아 장사가 더욱 안되고, 그래서 기업은 더욱 인건비를 절감하고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파급효과를 따진다면 아마도 20년은 될 것입니다. 이런 엄청난 일을 누가 저지른 것일까요? 지금의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정권입니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것은 10년이 아니라 20년이고, 지난 10년간이 아니라 문민정부 말기의 잠깐동안에 이루어진 일입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물론 실정도 있고,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일도 있지만, 저들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고 다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우는데 노력하고 상당한 성과를 낸 10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완벽하게 대한민국이 부활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나라경제를 말아먹은 세력이 민주화세력의 10년 집권을 비하하면서 '잃어버린 10년'운운하고 있습니다. 사실도 아닐 뿐 아니라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그러한 주장을 할 자격이 1%도 없습니다. 국민의 응징은 10년정도로 그쳐서는 안되고 아직 한참더 지속되어야 합니다. 이것은 약간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불경기를 해소하지 못한 수준의 잘못이 아닙니다. 국민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는데 그들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민주화세력이 2번을 거푸 집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여전히 힘들고, 앞으로도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비판할 자격이 있습니다. 서민들과 몰락한 중산층은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했다며 민주화세력을 비판할 자격이 충분히 있습니다. 물론 외환위기의 주범들을 아직 용서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그들을 먼저 용서버리고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세월로 비하해서는 안될 일입니다. 그 전에 잃어버린 20년을 10년간 회복시키고 있는 세력에게 책임지울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3. 진정한 의미의 잃어버린 10년
한나라당은 외환위기의 주범인 신한국당의 후신입니다. 그 신한국당은 군사독재 세력과 변절한 민주화 세력일부가 연합하여 만들어진 민자당이 모체입니다. 민자당은 군사쿠데타세력의 민정당을 이어받은 정당입니다. 민정당은 주역들이 모두 박정희의 지원아래 성장한 하나회 소속의 정치군인들입니다. 박정희의 공화당을 승계한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5.16군사 쿠데타로 18년을 집권하고 수하의 총에 맞아서 종언을 고한 박정희 정권, 정치군인들이 내밀한 쿠데타와 노골적인 광주학살을 딛고 집권한 전두환과 노태우의 12년, 그리고 대내외적 실책을 연발하며 국가부도를 초래한 김영삼의 5년을 합해서 35년간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세력이 정권을 상실한지 10년이 되었다는 의미가 바로 '잃어버린 10년'일 뿐입니다.
또 정치, 언론, 법조계, 재계가 모두 한통속이 되어 서로의 이익을 지켜주고 확대재생산하며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만들었던 기득권 세력들이 높아진 투명성으로 좀 불편하게 지내던 10년이 바로 민주화세력의 집권기간 10년입니다. 그들이 마음놓고 반칙하고 협잡할 권리가 일부 침해된 10년이라면 서민들의 잃어버린 수십년은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중산층이 몰락하여 서민이 되고 서민이 다시 노숙자가되고 자살하는 일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까?
우리는 지난 10년을 열심히 회복하는데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서민중산층의 삶이 여전히 어려운 것은 10년동안 정권을 담당한 민주화세력의 책임도 일부 있지만 근원은 그 이전 35년간을 마음놓고 농단하던 세력에게서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서민중산층이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책임을 물을 권리는 있지만 한나라당과 수구언론들은 그럴 자격이 전혀 없습니다. 우리는 외환위기로 잃어버린 수십년을 이제 회복하고 있으며, 여전히 다 극복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그것을 초래한 사람들은 아직은 용서할 때가 아닙니다. 어쩌면 영원히 용서해선 안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