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조심스럽군요.^^
노사모의 첫 순간부터 함께 했던 사람으로서 어제의 창립을 지켜보는 소회가 남달랐음을 고백합니다. 공통점과 다른점, 이렇게 쓰면 제 소회가 잘 드러날 것 같아 그렇게 쓰겠습니다. 시민광장 "유빠"들께 드리는 몇 가지 질문도 있습니다.^^
첫번째 - 내용의 측면
공통점 : 시대정신을 드러내는 상징에 대한 지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려 한다.
차이점 : 주목하는 시대정신의 컨텐츠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과 상식이라는, 다른 말로 하면 소통의 기초가 되는 기준을 수립하는 사명을 띠고 대통령이 되셨죠. 그렇게 많이 이야기하던 원칙과 상식이란, 단지 올바른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위한 수사가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의 의미가 일치하게 하는 것이 바로 원칙과 상식 바로세우기였습니다. 그러려면, 말이 그 실질적 의미대로 사용되어야 합니다.
경제파탄 경제파탄 하는데, 무엇이 경제파탄이냐 한 번 물어보자.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경제파탄이라 말하던 사람들은 대답하지 못합니다. 그들은 딱지붙여 말하면 온 국민이 숨죽이고 그런가 보다 해야 하던 시대의 의식을 여전히 지니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경제파탄이란 말의 사전적 시대적 의미를 그 말 자체에 그대로 적용시켜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선거법 위반이다, 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릅니다. 노대통령은 묻습니다. 선거법이 헌법상의 국민권리를 제대로 보장하느냐? 상식적 질문입니다. 그러나 이런 당연한 질문으로 문제가 드러납니다.
이것이 바로 상식과 원칙의 회복입니다. 시스템을 바로 잡고 법의 지배를 명확하게 하고 조직과 기구와 사람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권한과 의무 안에서 일하도록 하는 것, 평가와 보상의 기준을 정확히 하는 것, 갑이 해도 똑같이, 을이 해도 똑같이. 하나하나의 이름들이 다 제자리에 가게 되지요.
유시민도 당연히 이러한 원칙과 상식의 틀 안에서 사고하고 행동합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게 합니다. 일부 정치가와 기득권을 한껏 누리다 세상 달라졌다는 것을 모르거나 또는 세상 달라짐에 불만을 지니게 된 분들을 제외하고 모든 국민은, 원칙이 바로서고 상식이 회복되는 것을 편안해 하지요. 이것이 공정함의 토대니까요. 다음 정부가 어렵사리 회복되어가는 원칙과 상식에 입각한 정치를 거꾸로 되돌리지만 않아도 행복하다 싶습니다.
그렇다면 유시민을 통해 더 나아가고 싶은 한 단계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노빠가 곧 유빠다 이런 소리를 하지만,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발견하고 지지했던 사람들 가운데 포스트 노무현을 꿈꾸는 참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을 주목하는 것은 사실이겠지요마는, 어떤 정치인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무언가를 꾸려가는 대단한 결심을 하기에 유시민이 노무현을 잘 이어받을 것이니까, 로는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선거캠프의 지극히 소극적인 전략은 될 수 있어도 시민광장의 컨텐츠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 내용물은, 유시민 자신이 채워가는 것이 아니라 유시민을 기어이 끌어내어 십자가에 못박고 싶은 (우와^^!!!) 여러분이 채워넣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사모가 자체의 정당성을 노무현이 훌륭하니까에서 찾지는 않았듯이 말입니다.
두번째 인적 구성의 측면
공통점 : 각성한 개인들의 연대이다.
차이점 : 노사모는 팬클럽을 표방했다. 그러나 시민광장은 정치세력화해야 한다.
노사모는, 수동적 한 표이던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참여를 해야 한다는 점을 깨우친 일종의 시민운동이었습니다. 제가 노사모 초기에 잘 사용했던 비유를 가져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사모는 팬클럽 방식으로 모임을 꾸리기로 할 때 서태지 팬클럽이 아닌 에쵸티 팬클럽을 모방하기로 했습니다. 당시 일꾼들의 공통된 인식이었는데요, 두 팬클럽을 대비해놓고 보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2000년 당시 에쵸티 팬클럽은 이원적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공식팬클럽과 자발적 소모임이었죠. 공식팬클럽은 에쵸티 소속사인 SM이 운영하던 것으로, 회원수가 너무 방대한 나머지 회원들의 참여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죠. 그러자 주로 초등학생과 중학생이었던 인터넷 일세대인 그 팬들은 자체적으로 팬카페들을 만들어 지역별로 소모임을 꾸렸습니다. 당시 중요 포털이던 야후와 다음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팬클럽이 등록되었습니다. 노사모가 베껴보기로 한 것은 공식팬클럽의 방식이 아니라 바로 이 인터넷 소모임 팬클럽들의 작동방식이었답니다.
이 팬클럽들을 저는 거의 다 들어가 보았는데요.^^ 작동방식은 비슷했습니다. 평소엔 일상적인 소식을 주고받으며 팬이라는 공통점 하나로 느슨한 결합을 유지합니다. 그러다가 공식 홈페이지에 소식 하나가 뜨면, 그 전달속도는 그야말로 광속이었고, 움직일 일이 있을 땐 모든 팬들이 하나의 몸처럼 움직이더군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단지 정보만 정확하게 전달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는 바로 이 정확한 정보의 창구 역할을 하더군요. 다른 말로 하면 팬들의 욕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에쵸티 팬클럽들이었던 것입니다. 에쵸티 팬클럽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에쵸티가 아니라 소모임을 유지하는 팬들 자신이었죠. 그 놀라운 구조를 노사모는 그대로 베껴오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팬클럽이라도 서태지 팬클럽은 사못 달랐습니다. 연령도 높았지만, 서태지 팬클럽은 일종의 명품카페 비슷했습니다. 서태지의 음악에 대한 이해와 선호가 팬클럽의 주된 화제였습니다. 에쵸티 팬클럽의 아이들의 주된 사고가, 나 에쵸티 팬이야, 그래 반갑다 우리 친구가 되자, 그런데 너는 뭐 좋아해? 였다면, 서태지 팬클럽 어른들(?)의 주된 사고는 나는 서태지의 음악을 이런 차원에서 잘 이해해, 서태지의 음악은 다른 가수와 이런 점에서 달라, 등등 서태지 중심적 사고였죠. 게다가 단일강철대오라고나 할까^^
달리 말하면, 서태지 팬클럽은 그때까지 존재하던 많은 가수팬클럽 가운데 하나였고 약간 매니아적 성격을 지닌 좀 강하고 고급스런 형태였다면, 에쵸티 팬클럽이야말로 인터넷 세계가 가능하게 한 네티즌 커뮤니티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에쵸티 팬클럽은 에쵸티가 주인공이 아니라 팬들 자신이 주인공이었습니다. 이런 놀라운 발견을 하게 해 준건 그당시 초등학생이면서 에쵸티 팬클럽 운영자를 한 적이 있는 (정확히는 안티팬 운영자였습니다.^^) 제 딸이었는데요, 이 아이가 제게 말하기를, 에쵸티를 우리는 목숨처럼 좋아하지만 그건 에쵸티를 통해 우리가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에쵸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 중요한 거다 라더군요. 유시민의 광적 팬인 이 딸아이 바람에 저는 노사모도 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흘러왔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현상으로서의 팬덤 시대를 타고 노사모는 만들어졌습니다. 노사모는 선수들끼리만 하는 정치를 유권자와 함께 하는 정치로 바꾸었습니다.
노사모는, 정치운동이 아니라 시민운동이었습니다.
시민광장은 어떤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시민광장은 노사모와 달리 팬클럽을 표방할 수 없습니다. 시민광장은 그야말로 노사모의 정치적 응축입니다. 노사모는 개혁당을 낳고 개혁당은 우리당을 삼켰습니다. 유쾌한 정치반란이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정당을 낳고, 이 새로운 정당의 당원들이 고래를 삼킨 새우가 된 것입니다. 지금 우리당의 혼란 가운데 90%는 새우가 무서운 고래들의 혼란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시민광장은 유쾌한 정치반란과 새우들의 약진을 넘어 여기까지 온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노사모처럼 각성한 시민들의 '느슨한' 연대만으로도 그 가치와 명분이 충분했던 시대도 아닙니다. 이미 우리는 '내 안의 정치적 인간을 발견'한 사람들이며, 이미 '시스템의 정치'도 아는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출발하는 시민광장이, 노사모에서 이미 폐기해버린 서태지 팬클럽적 방식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모여야만 시대에 충격을 줄 수 있을까요?
질문으로 저의 소감과 첫글을 마감합니다.^^
여러분, 무궁무진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