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 내부혁신안
1. 제안에 앞서
“세상에는 두 가지 큰 저울이 있다. 하나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이라는 저울이며, 다른 하나는 이익과 손해라는 저울이다. 이 두개의 저울에서 네 가지 등급이 생겨난다. 제일 고급은 옳은 것을 지키면서 이익도 얻는 것이다. 다음은 옳은 것을 지키다가 해를 입는 것이고, 그 다음은 그른 것을 추구하여 이익을 얻는 것이다. 최하급은 그른 것을 추구하다 해를 입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큰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우리 국민참여당에 쩌렁쩌렁 울리는 글입니다. 국민들의 그 ‘시비(是非)와 이해(利害)의 저울’ 위에 놓인 우리는 스물아홉분이 선택받았습니다. ‘이익과 손해’ 부분에 대한 차별화전략이 거의 없었으므로 사실상 시비의 저울만 민주당 곁다리로 통과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시비의 실리를 챙긴 쪽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입니다. 민주노동당은 역대최다 142명을 당선시켰고 수도권 최초의 진보구청장도 배출해냈습니다. 막가파 정권에 대한 반사이익이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시비는 물론, 국민에게 어떤 이익을 어떻게 줄 것인지 고민해야하고, 현 정권으로부터 어떤 손해를 보고 있는지 적극 알려야합니다. 유권자의 심장에 와 닿는 정책을 개발하고, 아울러 정체성 확립과 내부시스템을 재정비하여 당이 아닌 국가에 기여하는 혁신이 이루어져야합니다. 늘 발전하려는 향상심(向上心)으로 국민참여당에 대한 사랑을 탕진해야합니다.
유토피아는 영영사전에선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곳’이란 뜻의 ‘no where’로 해석됩니다. 하지만 w 한 글자만 당겨 붙이면 ‘now here’가 됩니다.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겁니다. 우리도 마음 한 조각만 바꾸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만 제대로 고친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실망한 것이 아니라 만족이 늦춰진 것이라 생각합시다.
늘 맹수들에게 쫓기던 산토끼들이 견디다 못해 연못에 빠져 죽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연못에 도착하니 개구리들이 화들짝 놀라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우리보다 약한 놈도 있구나. 개구리에 비해 우리는 얼마나 강한가!’ 산토끼들은 산속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첫 번째 불행은 내가 태어난 것이고, 두 번째 불행은 결혼해 자식을 낳은 것”이라며 생활고를 한탄하던 어느 가장의 절규를 잊지 맙시다. 그리고 창당초기의 서릿발 같았던 결심을 되새겨봅시다.
‘혁신’이란 묵은 조직·습관 등을 바꾸거나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지금부터 우리 당이 바꿔야할 것, 버려야할 것, 새롭게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인지 나름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2. 차별화
㉠ 정체성
무릇 정당이라면 독자적인 이념노선과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이른바 ‘정체성’입니다. 하지만 우리 당과 기존 민주진보정당과의 차이를 분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노무현’을 앞세우면 민주당 내 친노파가 떠오르고, 진보개혁을 외치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연상됩니다. 그나마 내세울 수 있었던 당원중심의 상향식 참여마저 신통찮습니다. 막연히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고 하기보다 노무현 정신 중의 어떤 정신인지도 명확히 해야 하고, 어떤 방식의 차별화된 진보개혁인지도 구체화시켜야합니다. 그래야 국민참여당은 뭔가 다르다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심어줄 수 있습니다.
‘인물중심정당’이 아니라 ‘가치지향정당’이어야 합니다
성장과 부패, 시민과 지배권의 충돌은 복잡한 인연으로 얽혀있습니다. 정치는 그런 사회적 비용을 유지하려는 측과 그 비용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측의 끊임없는 싸움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를 비슷한 나라로 여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용광로 국가고, 캐나다는 모자이크 국가입니다. 미국은 다양한 구성원을 녹여 하나의 미국을 창조했지만, 캐나다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색깔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참여당의 가치지향은 용광로입니까, 모자이크입니까?
정체성이 모호한 정당은 차별 없는 노선과 정책에 의존하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결국 그저 그런 정치를 낳고, 정치적 무관심을 불러일으켜 시민들이 정치를 통해 자기 삶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잃게 만듭니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자면 다른 색깔과 가치지향으로 국민들이 ‘차이’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 선택기회의 확장은 국민참여당이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세력으로 존재할 때 보장됩니다. 가치지향이 올곧고 명확하면 사람은 자연히 모입니다.
정체성의 힘
당론이 모순으로 충돌하고, 상하조직이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나뉘고, 당원들의 이기성과 이타성이 교차하고 넘나든다면 ‘정체성 부재’가 원인입니다. 확고한 정체성은 이질성과 다채로움을 흡수합니다. 상대방 시각에 따라 다르게 보일 일도 없습니다. 우리 당의 정체성은 ‘노무현 정신 계승’과 ‘국민과 완전히 소통하는 개방형 정당’입니다. 전자는 민주당과 중첩되고 후자는 너무 밋밋합니다. 선뜻 와 닿지 않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재정비해야합니다. 노무현 정신은 ‘말로만’이 아닌 실천이 따라야 국민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고, 참여정치는 정책노선이 뚜렷해야 힘을 받습니다. 정체성은 차이를 넘어, 공통된 정신의 내재율이 흐르도록 하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제안합니다
당헌․당규 개정
당헌은 당의 질서를 유지하는 규율․규범입니다. 그러므로 시세에 맞지 않거나 주변의 객관적환경과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는 조항은 마땅히 수정되어야합니다. 실제로 한때 풍상을 겪으며 천식증을 느낀 기억도 있습니다. 당헌이 불안정하면 기존의 가치에 회의하며 새로운 목적의식에 불안해하고 매사에 공허해지기 쉽습니다. 심각한 논쟁은 심각한 문제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습니다. 쓰임새가 맞지 않는 것을 새로운 사물이나 상황에 적용하는 퇴행적 행위가 반복되면 계속하여 마포종점이 생겨날 겁니다. 관련부서에서는 당헌 개정 의견을 받는 게시판을 생성하고 비합리적 조항에 대한 의견을 꾸준히 청취해 주십시오.
정강 수정․보완
전조등이 자동차의 얼굴이듯 정강은 정당 감식안의 표식입니다. 저는 국민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져야한다는 의미에서 ‘카프와(kapwa)’ 개념을 도입했으면 합니다. 카프와는 타갈로그어로 ‘더불어 살기’의 의미입니다. 고통도 즐거움도 함께 나누자는 겁니다. 다수의견만 존중받는 민주주의는 보수입니다. 진보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추구해야합니다. 때문에 ‘서민과 약자를 대변하는 복지정당(또는 먹고살기 좋은 나라)’ ‘사회투자형 진보민주주의’를 표방했으면 싶습니다.
우리는 이상주의가 아닌, 투철한 현실인식이 반영된 현실주의적 진보노선을 추구해야합니다. ‘경제의 민주화’라는 단어가 헌법에 처음 들어간 것은 87년입니다.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이 제119조 2항에 삽입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 등을 근거로 헌법의 경제 질서가 사회적 시장경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자유 시장 경제의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적 규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입니다. 국민참여당은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 ‘사회투자형 진보민주주의’를 정립하여 차별화하고 촘촘한 사회보장망을 구축해 시장경제의 약점을 적극 보완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진보의 미래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정당에 ‘노무현’이 없습니다. 이제라도 ‘진보의 미래’ 게시판을 만들고 홈피메인에 배너로 걸어두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서거 직전까지 몰두했던 화두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고, 진보는 어떻게 나아가야하는가’였다고 합니다. 미완의 유업인 셈입니다. 물론 ‘진보의 미래’라는 책에 집약되어 있긴 합니다만, 우리는 정당차원에서 그 거대담론을 살피고 토론하여 계승․완성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토론내용들을 취합․정리하여 ‘국민참여당원들이 생각하는 진보의 미래’ ‘국민참여당원들이 생각하는 노무현’이라는 책으로 엮어낼 수도 있습니다. 우리 당의 정체성을 이어가면서 고인의 뜻을 승화시킬 수 있는, 노무현 정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 될 것입니다.
㉡ 정책 차별화
최고의 정책은 그것이 현실성과 경합할 때입니다. 현실과 정책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야합니다. 현실엔 현실의 움직임이 있고, 정책엔 정책의 논리가 있습니다. 둘은 떨어져있으면 외눈박이가 되고 맙니다. 현실과 따로 노는 정책은 논리수준에서 주저앉고, 정책화되지 않는 현실은 절망적입니다. 복잡 다변한 현실 속에 뛰어들어 의미 있는 정책을 건져 올려야 합니다. 현실성과 경합하는 정책엔, 현실에 근접하되 현실에 파묻히지 않겠다는 긴장감이 묻어있습니다. 그 긴장감이 최고조로 팽팽하면 최고의 정책이 나옵니다. 각박한 현실에서 각박한 마음을 발견하여, 타개해야할 진정한 현실을 제시해야합니다. 팍팍한 현실을 타개할 위대한 정책을 보고 싶습니다.
킬러 콘텐츠
국민참여당의 정책은 사회적 반향이 미미했습니다. 대중적 흡인력이 강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참여정부시절의 재탕이거나 이미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서 발표한 정책들이었습니다. 국민의 의식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 호소력 있는 논리와 세부 대안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야합니다. 개발과 성장에 대한 집착을 제어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서구의 실패 사례를 답습할 위험이 있습니다. 일사불란한 성장정책은 MB정부처럼 행정일변도의 관료국가를 탄생시킵니다. 일자리 제공이 최고의 복지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더불어 삶의 질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줘야 복지국가담론은 설득력을 얻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정책은 희망의 전염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해답은 ‘킬러 콘텐츠’에 있습니다.
■ 그래서 제안합니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를 배분하는 행위입니다. 그 가치가 적절하게, 그리고 모두가 수긍하도록 배분돼야 탈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가치배분의 수단이 정책입니다. 흘러간 옛 노래에 국민이 돌아설 리 없습니다. 새 레퍼토리가 필요합니다. 가장 좋은 정책은, 사람들이 병의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빛만 보고 장차 병에 걸릴 것을 알아내 미리 병의 원인을 제거해주는 정책입니다. 그야말로 선제적 치료정책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의 병세가 미미할 때 병을 알아채고 치료해주는 정책입니다. 가장 하수의 정책은 사람들의 병이 커지고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병을 알아보고 치료에 뛰어드는 정책입니다. 가장 좋은 정책실현을 위해선 비용을 높일 것인지, 편익을 낮출 것인지, 추운 건지 어두운 건지, 무더운 건지 밝은 건지부터 먼저 파악되어야합니다. ‘진보는 결국 국민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나아간다’는 불변의 이치도 명심해야합니다.
3-Start (Job Start, Fair Start, Sure Start)
▲ Job Start
지금 대한민국엔 인력과 일자리가 동시에 부족한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일자리 부족’의 내면엔 ‘고학력 인플레현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모순적 과잉팽창을 해소할 수 있어야합니다. 일자리전쟁을 극복하려하는 것은 벽에 비친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다양한 세척제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무의미하다는 말처럼 난해하고 힘든 것이 실업대책입니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지난번 제안 드린 ‘복지드림10’이 완성단계에 있으므로 조만간 다시 제안 올리겠습니다.
▲ Fair Start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보십시오. 이륙할 때는 머리 부분이 먼저 뜨고 꼬리 부분이 가장 나중에 뜹니다. 착륙할 때는 반대입니다. 꼬리가 밑으로 처지고 머리가 위로 향한 자세에서 하강합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좋아지는 곳이 있고 뒤늦게 좋아지는 곳이 있습니다. 경기가 나빠질 때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계층은 이래저래 유리합니다. 경기가 좋아질 때는 가장 먼저 좋아지고 나빠질 때는 가장 나중에 나빠집니다. 반면 꼬리 부분 계층은 괴롭습니다. 불황은 일찍 타면서도 호황의 혜택은 가장 늦게 받습니다. 그래서 공정한 룰이 필요하고 복지가 중요합니다. 연령, 계층에 구분 없이 가장 큰 관심사는 경제와 복지입니다. 이 부분도 ‘복지드림10’으로 제안 올리겠습니다.
▲ Sure Start
빈곤층 아이들에게 확실하고 안전한 인생의 출발을 보장하겠다는 교육정책과 확실한 노후를 책임지겠다는 노후정책을 포함한 의미입니다. 정부는 기회 균등한 엘리트교육을 추구한다며 포장했지만 실제로 기회균등과 엘리트는 ‘둥근 네모’처럼 형용모순입니다. 특히 우리 당은 노후정책이 빈약합니다. 국민이 중시하는 가치나 전통에 대한 고려가 없습니다. 지신(知新) 바람에 밀려 온고(溫故)는 뒷전에 팽개쳐진 듯합니다. 도덕의 문제를 외면하고 현실에만 집착하는 것은 진보의 필연적 패착입니다. 노후도 정책으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진정한 진보입니다. 일본은 ‘노인을 기피하는 사회’에서 ‘노인을 좋아하는 사회’로 바꾸려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도 고령국가로 진입한 지 오래입니다. 청년실업극복에만 매달릴 때가 아닙니다. 겉치레가 아닌 실효적 노인 일자리정책과 안정적 노후대책을 진지하게 강구해야합니다. 기초노령연금제도를 더욱 강화․보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습니다.
감시위원회(Watchtower) 운영
정부·여당·야당은 능력 부족으로 잘못된 정책을 만드는가 하면, 부패한 탓에 의도적으로 그릇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원들은 이것을 아르고스(Argos)는 눈으로 감시·견제해야합니다. 아르고스(Argos)는 눈이 1백 개 이상이나 되는 그리스신화의 괴물입니다. 잠잘 때도 항상 두 개 이상의 눈으로 감시했습니다. 하지만 아르고스는 신들의 사랑싸움에 연루되어 눈을 모두 감아버림으로써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습니다. 우리 당원들도 권력다툼에 이용되지 말고 항상 눈을 뜨고 권력과 사회의 감시자 역할에 충실해야합니다. 감시위원회 게시판은 정치, 경제, 교육 등으로 세분화하여 운영하고 당원들은 부조리한 사회현상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시·견제·고발해야합니다. 반드시 언론이 기웃거릴 겁니다. 관리자는 새로운 당원 가입 시부터 관심분야를 의무 작성토록하고 자동적으로 해당 위원회에 가입되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야하고, 장기적으로 각 시당에서도 반드시 운영되어야할 시스템입니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은 각 지방의회에서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소속되어 각종 의결권과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 청원심사 및 수리, 행정통제, 재정통제, 자치입법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도 당원님들의 역할이 보충되어야 합니다. 당선자들은 각종 권한행사 과정의 부족분을 감시위원회에 올려 당원들의 의견을 경청·취합할 수 있어야합니다. 조례초안을 당원과 함께 만들 수도 있고, 복잡한 행정사무를 당원과 함께 풀어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해당지역에 특화된 정책은 적극 이슈화하고, 일 잘하는 의원이라는 이미지를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규제대상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지방정부를 이용하려 할 때 아르고스의 눈이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고도의 전문분야에서 지방정부는 이익집단에 동조하거나 그들의 주장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이익집단은 뇌물이 아니라 전문성이나 정보를 통해 지방정부를 사로잡습니다. 그들은 공무원들의 머리 위에서 놉니다. 지방정부가 그러한 이익집단에 사로잡히면 선의에서 마련한 정책들도 결과적으론 공익을 해칠 위험이 있습니다. 특히 의료. 교통 등 경쟁보다 독점으로 흐르기 쉬운 분야가 이익집단들의 주요활동무대입니다.
세심청(洗心廳)
정당법 제38조1항엔 ‘정치자금법 제27조(보조금의 배분)의 규정에 의한 보조금 배분대상정당은 정책의 개발·연구 활동을 촉진하기 위하여 중앙당에 별도 법인으로 정책연구소를 설치·운영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물론 잘 진행되고 있겠지만, 저는 그 정책연구소 명칭을 세심청으로 정했으면 싶습니다. 하루하루 힘들게 사는 서민들의 답답한 마음을 씻어준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100만 명에게 각각 100원씩 손실을 주지만 100명에겐 50만원의 이익을 주는 법률이 있다고 치면, 그 법의 사회적 총비용은 1억 원, 총이익은 5000만원입니다. 당연히 폐지되는 게 합리적이지만 현실은 반대입니다. 관심이 적은 다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소수가 정치적으로 맞닥뜨릴 경우엔 후자가 승리하게 되어있습니다. 후자의 경우, 소수이지만 이익 관철을 위해 높은 정치적 보수를 지급할 의사와 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전자는 숫자만 많을 뿐 결속력이 약합니다. 개개인이 100원의 손실을 막기 위해 더 큰 비용을 들이면서까지 정치에 나서려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어느 나라에서나 법은 소수의 이해당사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정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다수 무관심층의 이익은 무참히 희생됩니다. 그러므로 세심청은 소수의 대의기구라는 자부심으로 그들의 손해를 막고 이익을 대변하는, 우리사회의 환부를 도려내는 정책개발에 매진해야합니다.
참여만평
만평은 불특정 다수인 대중에게 전달되므로 엄연히 매스미디어입니다. 어떤 미디어보다도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 전달능력을 지니고 있고, 정보통신 발달로 인한 파급성까지 겸비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참여당도 한 컷짜리 ‘참여만평’을 제작·배포했으면 합니다. 비용이 문제라면 공보실에서 대강의 스토리보드(플롯)만 구성하여 아마추어 만화가 또는 만화 지망생들에게 의뢰해도 됩니다. 네티즌들에게 정치적 혹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제에 대한 국민참여당의 입장을 특유의 가치관과 통찰력으로 때맞춰 군더더기 없이 알려줄 수 있으므로 훌륭한 정치적 선동무기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함축성과 개운함 때문에 네티즌들은 딱딱한 기사보다 더 간편한 만평을 찾습니다. 또한 권력과 언론의 밀월관계에서도 자유롭습니다.
여론조사
여우는 수프를 접시에 담아 내놓고 학은 호리병에 담아 내미는 방식의 기존 여론조사로는 민심을 정확히 읽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고객에게 물어보자’는 은행의 철칙처럼, 우리도 월1회 여론조사의 날을 정하여 각 지역당원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서면조사방식(조사내용은 사전에 정책위에서 작성 배포)의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면 합니다. 우리 참여당원들은 몸이 근질근질합니다. 당원들을 인터넷 게시판만 쳐다보게 해선 안 됩니다. 움직이게 합시다. 조사자체로 민심에 다가설 수 있고, 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언론에도 배포하고, 무엇보다 당원결집과 신규당원확보에도 그만입니다.
아무리 냉철한 분석을 한들 시간을 놓치면 현실정치에서는 쓸모없습니다. 샤워실의 바보가 되지 맙시다. 샤워꼭지를 틀었더니 찬 물이 나왔습니다. 조금 기다리면 될 텐데 가장 뜨거운 물이 나오도록 샤워꼭지를 휙 돌렸습니다. 뜨거운 물이 나오자 깜짝 놀라 다시 찬물이 나오도록 꼭지를 반대로 휙 틀었습니다. 바보는 그런 식으로 끊임없이 샤워꼭지를 돌렸습니다. 이것이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샤워실의 바보’ 우화입니다. 바보는 찬물과 더운물 사이의 시차를 무시한 채 순간의 수온에 따라 즉흥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경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하더라도 이를 지표로 확인하려면 시차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다 보니 경기가 살아나는 시점을 적절히 파악하지 못한 채 경기부양책을 써서 경기과열을 불러일으키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직접여론조사는 샤워실의 바보를 예방할 수 있고, 명품정당으로서의 브랜드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 전략 차별화
헤지펀드는 모든 경우에 대해 회피수단을 만들어 놓아 ‘어느 경우에든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입니다.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나중에 주식을 살 권리를 매입해 이익을 내는 식으로 다양한 투자기법을 동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헤지펀드당’이라고 단언합니다. 원칙과 상식에 맞다면 비록 손실을 보더라도 감내하는 국민참여당과의 차이점입니다.
‘갑’과 ‘을’
민주당은 국민참여당과의 관계를 갑과 을의 수직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사회에서도 힘 있는 쪽이 갑이고, 상대적으로 약세인 쪽이 을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용자와 피고용인, 집주인과 세입자, 직장에서의 상하 관계, 공무원과 일반인, 정부와 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이 갑을관계입니다. 갑은 을에 대한 배려 없이 모든 것을 차지하려 하고, 을은 울분을 토하며 갑의 위치에 올라서려합니다. 그러한 갑을관계에선 상생이 불가능합니다. ‘을’을 인정하지 않고 짓밟겠다는 ‘갑’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갑 못지않게 을이 존중받을 수 있어야 타협이 가능합니다.
Tit for Tat
‘Tit for Tat’은 맞대응전략을 말합니다.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것입니다. 현실인식을 냉정히 해야 합니다. 대화와 협상은 차이가 적대적일수록, 처한 현실이 위험할수록 발휘되는 인간성의 한 측면입니다. 그만큼 민주당과 우리는 적대적이고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당도 감시 대상에 넣고 제1야당으로서의 무능력에 대해 대안에 기초한 무관용의 비판을 가해야합니다. 민주당이 맞받아칠수록 우리 당의 차별성을 더더욱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그저 ‘스핀 닥터(Spin Doctor)’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됩니다. 사실을 유리한 쪽으로 윤색한다는 점에서 결코 긍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민주당이 선제공격을 하더라도 참지 말고 가혹하게 곧바로 되받아쳐야합니다. 그래야 언론이 기웃거리고 그래야 국민이 알 수 있습니다.
0의 선택
레이건 대통령은 서유럽을 겨냥해 배치한 미사일을 전부 철거한다면 미국도 나토 동맹국에 배치할 예정인 미사일의 배치를 취소하겠다는 일명 ‘제로 옵션’을 소련에 제안했습니다. 그것은 ‘이미 존재하는 소련의 미사일 위협’을 ‘앞으로 존재할 미국의 미사일 위협’과 바꿔치기하여 ‘위협을 0으로 줄이자’는 전략이었습니다. ‘미사일 위협을 0으로 만드는 선택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일명 ‘0의 선택’으로 불렸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조기숙’님의 제안에 찬성합니다. 지방선거는 공동정부구성이 가능하기에 쉽게 연대했지만 총선에서는 후보 개인의 승자독식구조이므로 연합공천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참여당은 민주당을 개혁하는 대안정당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민주당을 호남기득정당으로 고립시키고 국민참여당은 영남을 공략해야 전국정당의 명분이 서고 민주당 견제세력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참여당을 민주당만큼 비슷한 덩치로 키워 달라. 그러면 민주당 개혁하겠다’고 호소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맞습니다. 그래야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의 국민참여당 견제심리를 극복할 수 있고 ‘0의 선택’이 가능한 ‘진정한 연합’이 성사될 수 있습니다.
단풍에 비유해보겠습니다
겨울을 앞두고 밤이 길어져 광합성이 힘들어진 나뭇잎에선 엽록소가 사라지는 대신 붉고 노란 색소가 드러납니다. 단풍은 ‘일교차’라는 스트레스의 산물입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나무일수록 빛깔이 산뜻합니다. 청명한 낮과 쌀쌀한 밤이 반복될수록 잎은 선홍을 더합니다. 평지보다 산, 음지보다 양지 바른 곳의 단풍이 더 곱습니다. 먹구름과 비바람은 단풍의 적입니다. 흐린 날이 계속되면 당분이 잘 만들어지지 않고, 강한 비바람은 충분히 염색되기도 전에 잎을 떨어뜨립니다. 그리고 단풍이 곱지 못한 해는 보통 벼도 잘 자라지 않습니다. 민주당과 일교차가 크면 클수록 우리 당의 색깔은 선명해집니다.
■ 그래서 제안합니다
전략의 핵심은 3가지입니다. 중심세력을 만들고, 움직이게 하고, 가속을 붙여 세를 불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돛이 배를 움직이기 위해선 바람이 불어야합니다. 전략은 자동차에 비유하면 정당의 ‘연비’에 관한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연비효과를 창출해야하고, 싸울 수 있는 경우와 싸워서는 안 되는 경우를 잘 파악해야합니다.
우선 민주당을 살펴볼까요? 민주당과 서로 선린의 공존번영을 구축하기엔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즉 싸워야하는 상대인 것입니다. 신의를 지키는 것이 해롭거나 약속할 당시의 조건이 소멸했을 때는 지킬 필요가 없습니다. 국민참여당을 반드시 없애야겠다는 필살의 정신세계가 민주당을 지배하는 한 연합은 어렵습니다. 그러한 민주당이 제로섬의 관계라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얼마든지 파이를 키워서 나눠먹을 수 있는 관계입니다. 우리만 옳고 너희는 그르다는 확신범들만 설치지 않는다면 그들의 이상과 우리의 현실은 추하게 겉돌지 않고 얼마든지 아름답게 충돌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연합, 장기적으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창조한국당과 합당합시다. 상대가 갖고 있는 모든 속성을 부정함으로써 자기 존재를 확인받으려는 것은 정치현실에서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경쟁하는 가운데 닮아 버린 점이 많아져서 상대의 모든 속성을 부정하는 순간 우리도 함께 부정되는 딜레마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통합의 ‘진보비전’을 공유합시다. 진보가 뭉쳐야 민주당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 수 있고, 나아가 정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맙시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된통 당한 뒤에도 조선의 지식인들은 여전히 일본을 깔보았습니다.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 젖어있었기 때문입니다. 조선 통신사들이 일본에 파견될 때마다 많은 일본 지식인이 한 수 배우고자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통신사 중에는 일본인들이 고개 숙여 내민 종이에 글씨를 써주면서 문진(文鎭) 대신 발꿈치로 종이를 눌러 밟고 붓을 휘갈긴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이후의 역사는 과연 누가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입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과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상호확증파괴전략(MAD)에서는 핵무기를 쓰기 위해 만드는 게 아니라 쓰지 않기 위해 만든다고 합니다. 핵전을 벌이는 상대는 서로 절멸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치명적인 독사가 서로 물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서로의 독을 빼고 힘을 합칠 방안에 대해 장기적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무리하게 서두르기보다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보복한다는 인상도 없애고 정치적 반발도 안 나옵니다. 그리고 “국민이 새로워지면 대한민국도 새로워집니다”를 슬로건으로 하면 어떨까요?
3. 민주당과 통합?
㉠ 매몰비용
일단 일을 시작한 뒤엔 그만두려 해도 그때까지 들어간 비용이 아까워 망설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처럼 이미 써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된 비용이 ‘매몰비용’입니다. 남녀관계도 비슷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 ‘이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엔 ‘그놈의 정 때문에’ 결혼하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새 연애상대를 찾을 엄두가 나지 않거나 그럴 여력이 없다는 점이 더 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오랜 교제에 들인 시간과 정성, 즉 매몰비용이 ‘정’을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정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중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엔 매몰비용에 매달리지 말아야합니다. 매몰비용은 잘못된 결정을 합리화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매몰비용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비용인데도 투자로 오인되기도 합니다. 투자자는 계속 돈을 쏟아 부으면 언젠가 투자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잘못된 결정임에도 끝장을 보려 합니다. 개인보다 집단이 매몰비용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정당과 같은 합의체가 매몰비용에 더 휘둘리기 쉽다는 것입니다. 눈앞의 거짓 이익, 매몰비용에 홀려 상황의 참 면목을 놓침으로써 신세 망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 홉슨의 선택
주어진 것을 갖느냐 안 갖느냐의 선택입니다. 비빔밥이냐 된장찌개냐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비빔밥이냐 굶느냐를 골라야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입니다. 민주당은 지금 홉슨의 선택으로 몰아가려하고 있습니다. 싫으면 관두라는 배짱이고, 귤을 탱자로 만들겠다는 고약한 심보입니다. 여론을 명철히 분석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가능성의 의지조차 없습니다. 타협과 절충, 양보를 배제한 오만과 횡포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다양하고 영리하게 늘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빌어먹을 통합의 ‘통’자도 꺼내지 마십시오.
4. 바꿉시다!
㉠ 최고위원님들께
지도부(편의상 표현)와 당원의 의사소통 심리구조는 네 가지로 나뉩니다. 지도부도 알고 당원들도 아는 ‘열린 창’, 지도부는 알지만 당원들에게는 숨기고 있는 ‘숨겨진 창’, 정작 지도부는 모르지만 당원들은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창’, 모두 알지 못하는 ‘암흑의 창’이 그것입니다. 우리 당은 어디에 속해 있을까요? 만약 숨겨진 창이라면 지도부로서의 자격상실이고, 보이지 않는 창이라면 뼈아프게 각성해야합니다. 정당이 적절한 리더십을 갖추지 못할 경우엔 중우정치가 됩니다. 우린 이미 그 위험성을 경험했습니다. 우리 당 후보들이 수도권 각지에 출마하여 혈혈단신으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집중지원을 중앙당이 직접 진두지휘한 것은 둑이 터질 판에 수문만 틀어막자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격자에 갇힌 것처럼 답답했습니다.
우리 당의 근간은 ‘참여’입니다. 좁게는 당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넓게는 국민이 자연스레 참여할 수 있어야합니다. ‘창’의 개방성을 넓힙시다. 정당은 국민과 당원들이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권력이 아니라 길들일 수 있는 상대적 상품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자당(亭子黨)이 됩시다. 정자는 사람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갇힌 정원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열린 공간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자연을 가공한 정원이 아니라 날것의 공간입니다. 정자 주변엔 깨끗한 계곡 물소리가 끊이지 않고, 솔향기 짙은 바람이 그윽했습니다. 맑은 물로는 마음을 씻고, 소슬한 바람은 땀을 씻었습니다. 햇살은 물고기 비늘에 번득이고, 달빛은 맑은 물결에 흥청거렸습니다. 사방의 자연을 모두 안으려다 보니 정자는 활짝 트였습니다. 거기에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주련이 붙여진 기둥과 팔작지붕, 생각만 해도 눈물겹습니다.
정치는 얻느냐 잃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옳고 그름으로 판별되어야 생명력이 유지됩니다. 정치인보다 사람을 잘 만드는 정당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고구조의 편협성과 고질적 편견을 버리세요. 그러한 심리구조의 장벽이 그동안 얼마나 인간을 억압했는지, 또 자신들의 울타리에 갇혀 얼마나 세상흐름에 뒤처지는 기능을 했는지는 장구한 역사 속에서도 무수히 증명되었잖습니까. 제발 이명박처럼 절벽 귀로 담 쌓고 벽 치지 마시고 당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그러지 않으면 ‘새벽 호랑이’신세 하루아침입니다. 아무리 아우성쳐도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스스로의 벽’이야말로 시대와의 소통, 사람과 사람 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바보의 벽’입니다.
그런데도 상향소통구조가 막혀있다며 상당수의 당원들이 아우성치는 걸 보면 몇 사람이 지배권을 장악한 과두정당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실패와 혼선에 대한 자성은커녕 단단한 아집과 결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정의 없는 힘을 휘두르면 폭력이 됩니다. 아무 힘도 없는 집단을 절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집단은 잔혹해지며 그 행위를 즐기게 됩니다. 문제는 가학성에 취한 무감각증, 죄의식 상실, 오만입니다. 특히 오만은 위기에 둔감하고 게으릅니다. 시대상황은 광속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 통했다하여 자기 능력과 방법론을 스스로 우상화하는 과오 또한 오만입니다. 직위는 눈 위의 새발자국과도 같습니다. 눈이 조금 내리고 바람이 약간 불어도 사라지는 것, 그것이 공인의 삶입니다. 몸에 밴 구태를 벗으세요. 지난 참여정부시절의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국민참여당은 늙기 시작합니다.
최고위원직은 최고위원보다 높습니다. 최고위원직은 최고위원님들을 그 이상으로 돋보이게 합니다. 직위와 사람 사이의 긴장관계가 그만큼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직위 앞에서 사람은 늘 겸손해야합니다. 국민여론이 어떻게 생성되는지에 대한 예민한 감각, 대세를 결정하는 실질적이고 단순한 변수를 중시, 판단이 서면 직설적이고 반복적으로 국민을 설득, 이 3가지는 한 정당을 책임지는 분들의 필수요건입니다. 지켜보겠습니다.
㉡ 사무총장님 이하 각 위원장님, 국장님들께
업적과 성취에 너무 매몰되지 마십시오. 그러면 조급해지고 쉽게 흥분합니다. 현실을 무시한 당무로 이어지고 내부비판의식이 위축됩니다. 외부비판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그쯤 되면 자신들의 판단은 언제나 옳다는 환상에 빠지고 시야도 좁아집니다. 여론수렴도 거추장스럽게 여깁니다. 차근차근 따져보는 대신 새로운 일들을 게릴라식으로 만들어내게 됩니다. 심한 경우엔 목표가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스스로를 보신(保身)하지 마십시오. 새로운 상황에 접하고도 자기만의 생각 틀에 갇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는 ‘거울 이미지 현상’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중앙당 방문 곳곳을 열어보고, 혹시나 밀실과 칸막이는 없는지 점검하고, 허물 것은 허물어야합니다. 그래야 우리 당이 주창하는 참여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의무와 권한, 존경과 권위를 혼동하여 진지를 구축한 채 버티기만 한다면 당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합니다. 특히 정치적 정통성의 상실과 권위의 비민주적 결합이 이루어지면 극단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면 당원들은 중간관료들에 유배되어 위리안치를 당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만나고 돌아온 두 통신사의 엇갈린 보고와 선조의 잘못된 선택으로 20만 왜병이 조선천지를 유린한 임진왜란이 발발되었습니다. 당원과 지도부를 잇는 중간당직자(편의상 표현)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몇몇 회사가 카르텔을 형성해 가격을 담합하거나 로비집단을 만들어 그들에게 유리한 국가정책을 이끌어내긴 쉽습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고객이 한데 뭉쳐 회사에 맞서 싸우는 일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전체로선 크지만 각자에게 돌아올 이익은 미미하기 때문에 직접 나서길 꺼려하는 것입니다. 사회전체엔 해롭지만 소수 이해집단이 그들에겐 유리한 과실을 얻어내는 배경입니다. 마찬가지로 중간당직자들이 스스로 기득계층을 형성하여 상향식 소통을 가로막으면 직접 나서길 꺼려하는 당원들로선 속수무책입니다. 스스로 모사(謀事)하면서 특정 당원의 모사를 의심하는 일 또한 없어야겠습니다.
저는 중간당직자님들을 ‘지식근로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 풍부한 행정실무경험과 지식이 부럽기도 합니다. 조율하고 지휘하는 투박함에도 ‘세련’이 가미된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더불어 가치시스템으로써 바라는 게 있다면 ‘철저한 윤리의식’입니다. 흔히 윤리측정도구로 제시되는 것이 ‘거울테스트’입니다. ‘거울 속 내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보이길 원하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답이 나옵니다. 그렇게 측정된 정체성은 자신의 가치관과 조직 또는 상황의 요구가 충돌할 때 판단기준으로 유용합니다. 늘 수고해주시는 지식근로자님들의 자성과 분발, 권위의 망토를 벗은 건강한 앙가주망(Engagement)을 기대합니다.
㉢ 당원님들께
정당법 제42조에 보면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의하는 승낙 없이 정당가입 또는 탈당을 강요당하지 않는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게시판은 그 수위를 넘어 ‘탈당’이란 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서로 죽기 살기로 자기입장만 고집합니다. 남의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어느 틈에 집단사고(Group Think)가 조직의 정의로 둔갑해있고, 조직의 집단논리에 반하는 개인의 새로운 발견이나 해석을 부담스러운 것으로 여깁니다. 그 발견이나 해석을 표현하는 것조차 ‘해당행위’로 규정합니다. 상대를 굴복시키고야 말겠다는 결기를 흔전만전 남발합니다. 극한을 오가는 이 굴곡과 부침, 예각의 대립을 어찌 해소할 겁니까.
내부의 적은 외부의 적에 비해 식별이 어렵고 치명적입니다. 몸 밖에서 들어온 세균이나 바이러스보다 몸 안에서 발생하는 암세포가 더 무서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에이즈바이러스는 자기가 마치 병을 퇴치하는 면역세포들의 지휘세포인 양 신분을 위장해 침투한다고 합니다. 피아의 식별을 흐리게 하는 교묘한 접근법입니다. 면역세포들은 지휘세포로 위장한 이 바이러스의 지시에 따라 어느덧 인체 방위활동을 중단하고 맙니다. 자기 안에 독선과 오만의 암세포가 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초심으로 위장해 침투한 보상심리라는 바이러스는 없는지 되돌아볼 때가 됐습니다.
당원들은 조직이 관료화되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합니다. 권력에 알랑거리며 무턱대고 따르는 순간 ‘권력투기꾼’이 되고 맙니다. 그 권력투기꾼들이 하나둘 기생할수록 정당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경계하고 바로잡아야합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현시욕’이 있습니다. 남에게 인정받고 남보다 도드라져 보임으로써 존재감을 확인받으려합니다. 그래서 무시나 모욕을 당하면 극단의 분노를 표출합니다. 타인에게 대접받고 싶은 건 생래적 욕망입니다. 남보다 자기를 더 알리고 싶은 인정(認定)투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멋지고 고상해 보여도 한 꺼풀 벗기면 자기만 봐달라고 투정하고 앙탈하는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디 탐착과 아만을 경계하고 자경의식을 가집시다. 타인을 무시함으로써 자기만족을 얻는 망집의 인간이 되어서야 쓰겠습니까? 조율되지 못하고 덜컹거리는 이 가치충돌을 지도부는 방관만 하실 겁니까?
㉣ 유시민님께
1980년대 조직행동학계에서 정립된 ‘슈퍼리더(super leader)’는 비전형, 혁신주도형 리더를 말합니다. 따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욕구를 조직발전에서 찾도록 인도하고 자극하는 스타일입니다. 저는 유시민님이 국민참여당의 슈퍼리더가 되어주길 바랐습니다. 그러나 자기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은 측면에선 인정하지만, 비전을 제시하고 신뢰를 확보하는 측면에선 미흡했습니다.
MB stop?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MB가 국민에게 주는 해악․스트레스와 민주당이 국민에게 주는 해악․스트레스가 비등하다는 생각입니다. ‘MB stop’은 야권이 한목소리로 부르짖지 않아도 이미 진보개혁성향의 여론이 그리 형성되어 있습니다. 중첩된다는 겁니다. 슈퍼리더로서의 선동구호로도 폭이 좁고 차별성이 없습니다. 다분히 선동적 접근입니다. 반대급부의 반항심을 조장하고 더 똘똘 뭉치는 실마리만 제공할 뿐입니다. 그 반항심을 왜 혼자 뒤집어쓰려하십니까. 슈퍼리더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아야합니다. 더 넓게 살펴야합니다. MB 텃밭을 공략하지 못하면 대선도 없다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김두관 경남지사를 보십시오. 4대강사업을 저지하겠다고만 했지 MB stop을 외치진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정서가 그렇습니다. 정책이 나쁘다고 외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사람이 나쁘다고 외치면 발끈합니다. “그러는 너는 얼마나 잘났는데?”라고 되받아칩니다. MB stop의 수혜자는 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은 대안 없고, 변화 노력도 없는 지역기득정당에 불과합니다. 비민주적인 ‘민주’를 앞세워 숨통을 유지하고 있는 정당입니다. 이슈선점능력 없고 쇄신의 몸부림도 없는, 그저 제스처로 안주하는, 그들의 반대를 위한 반대 이미지에 적합한 구호가 MB stop입니다.
민주당은 대북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추구하는 가치가 현재에 존재하는, 사실상 보수정당입니다. 보수의 미래는 현재입니다. 한나라당독재와 양당독재가 무엇이 다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수는 분열로 망하고 진보는 부패로 망한다는 소릴 들을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우리 국민참여당은 달라야합니다. 달라져야합니다. 여당의 정책을 반대하기 급급한 전략으로는 어렵습니다. 더 나은 대안을 개발하여 제시하고 ‘어느 게 더 나은가?’라고 국민 앞에 당당히 제시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영남을 움직일 수 있고, 그래야 MB를 OUT시킬 수 있습니다.
무엇을 위한 야권연합입니까?
다수지역 밀어주고 소수지역 얻는 게 단일화입니까? 우리 당 군소후보자들을 등한시하고, 심지어 후보사퇴를 종용하면서까지 민주당 밀어주는 게 야권연합입니까? 혹시 연합과 야합을 착각하고 계신 건 아닙니까? 민주진보개혁세력을 위한 연합이었습니까, 민주당을 위한 연합이었습니까? 더구나 정책까지 연합하여 색깔을 맞춰놓으면 인물 없고 당세 약한 우리 당의 존재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특히 중앙당에서 진두지휘하여 경기도로 수도권 당력을 집중시킨 것은 중대한 반칙이었고 패착이었습니다. 로마인들은 주변국들을 폐허로 만들고 그것을 평화라고 불렀습니다. 독재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소속당 후보에게 기회를 접으라고 하는 것 또한 독재입니다. “경기도는 내가 맡을 테니 소속지역후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라”라고 저지했어야 ‘유시민’입니다. “우리 당 후보들을 사퇴시키면서까지 경기도지사가 되고 싶진 않다”라고 설득했어야 ‘유시민’입니다.
민주당이 군소정당들을 덩치로 굴복시키는 상황에서는 이상적 야권연합이 실현될 수 없습니다. 민주당은 그러한 문제의식조차 꺼려합니다. 그래서 저는 양당독재체제를 염려합니다. 한 번 맛들인 민주당은 7.28 재보선에서도 힘의 논리를 앞세운 단일화카드를 제시할 것이고, 우리는 또다시 희생을 강요당할 겁니다. 양당제는 기득권에 굴복해야 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위험합니다. ‘단일화만이 살 길이다’라는 프레임은 민주당을 위한 프레임입니다.
어쨌거나 민주당은 MB독주를 제어할 수 있는 거대야당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MB독주를 제어할 수 있을까요? 덩치만 잔뜩 불려놓고 무게중심조차 잡지 못해 기우뚱거리고, 그러다 넘어지면 누군가 일으켜 세워주어야 겨우 일어설 수 있는 과대비만정당이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계속 밥을 떠먹여주어야 합니까? 민주당의 승리는 ‘비판적지지’ 때문이었습니다.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겁니다. 비판적 지지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진배없습니다.
한때 일본 보수 세력이 자민당으로 집결했을 때 반대편에선 사회당이 통합야당으로 맞섰습니다. 당시 사회당 의석수는 자민당의 절반이었습니다. 이때부터 ‘1.5당’이란 말이 나왔습니다. 1.5당은 독자적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희박한 ‘패권정당 체제’와 자유로운 경쟁이 허용되는 ‘우위정당 체제’로 나뉩니다. 전자는 민주당, 후자는 일본의 자민당입니다. 그래도 민주당과 연합해야합니까?
동감(同感)의 리더십
지도자의 사고는 유연해야 합니다. 원리주의자처럼 경직되어선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완고하며 대립적이고 비타협적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셔야합니다. 한번 형성된 이미지와 별명을 바꾸려면 만드는 것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성은 지도자가 갖춰야할 기본자질이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사람들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끌어당기는 힘, 감성도 원하기 때문입니다. 부하의 감정까지 간파해 설득하고 동기부여를 할 줄 아는 동감(同感)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자기인식. 자기통제. 상황인식능력은 흠잡을 데 없으나 사회관계능력에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관념과 지식은 충만해 보이지만 조율하고 아우르는 지혜가 보이질 않아 걱정입니다. 부디 이성과 감성의 두 날개로 날아오르기 바랍니다.
정치도 산업입니다. 산업은 상품을 생산하지만, 정치는 정신을 만들어냅니다. 전통산업엔 자본과 기술과 노동력이 투입되는 반면, 정치 산업엔 인간성이 투입됩니다. 그래서 정치는 가치창조산업입니다. 그 속에서 국민들은 공동체의 목표라는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기도 하고 부끄러움과 절망, 무정부적 혼돈을 느끼기도 합니다. 권력은 묘한 측면이 있습니다. 가까이 하려면 멀어지고 잊어버리면 다가옵니다. 인간적 매력을 단련하고 성실함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권력은 운명처럼 찾아옵니다. 풀잎처럼 누워도 대세에 대한 팽팽한 감각은 놓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산이 높아지면 바람이 매서워지기 마련입니다.
안으로의 시선과 밖으로의 시선
유시민님의 연설이나 인터뷰, 강연 등에서 보면 90%이상이 ‘안으로의 시선’입니다. ‘MB’ ‘한나라당’ ‘독재’ ‘악법’ ‘언론’ ‘검찰’ ‘심판’ 등의 어휘들로 채워집니다. 다수의 서민들은 매서운 선동보다 ‘과연 이 사람이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 지도자인가’에 귀를 쫑긋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서민’ ‘실업’ ‘복지’ ‘일자리’ ‘교육’ 등의 어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안으로의 시선도 중요하지만 밖으로의 시선, 낮은 곳으로의 시선도 중요합니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이 가장 본질적이고, 가장 힘겨운 사람들의 요구가 가장 정치적입니다.
분노할 줄 안다는 측면에서 저는 유시민님을 존경합니다. 시대에 포박되지 않는 그 분노의 향취에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때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폭주의 아찔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언(多言)이면 삭궁(數窮)입니다. ‘가볍다’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어야합니다. 또한 유시민님을 추앙하는 사람보다 유시민님이 인정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합니다. 군림하면서 통치하지 않는 입헌군주가 되어서도 안 됩니다. 당의 요직을 맡아 지식기부활동에 매진해 주십시오. 진보개혁벨트의 보통명사가 되어주십시오. 유시민의 직업은 ‘유시민’입니다.
㉤ 시스템
무오류의 착각
어떤 조직이든 내부의 융화와 단합은 그 조직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지나치면 엉뚱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당 조직상층부의 결속력이 단단한 조직일수록 외부와 단절된 채 내부구성원끼리만 똘똘 뭉쳐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골몰하게 되는 경향이 농후합니다. 걸핏하면 당원들과 충돌하고, 심지어 정당의 목표에 어긋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매사에 정당의 이익만 앞세우다 보니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한 조직인지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마는 것입니다. 자기들끼리 합심해 한참 노를 저어가다 보니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격입니다. 여기서 조직운영의 방향이 잘못됐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왕따’ 되기 십상입니다. 코드 맞는 사람끼리 정책목표를 정하고, 자리를 돌려 앉는 현상까지 빚어집니다. 철저한 내부 지향적 조직운영의 결과입니다. 이런 조직에선 외부의 평가나 비판을 도외시하거나, 똘똘 뭉쳐 대항합니다.
비슷한 사고방식과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의사결정을 할 때엔 ‘우리’ 의식이 생겨납니다. 모두들 한마음이라는 생각에서 비판기능이 위축되며 만장일치의 환상으로도 이어집니다. 이때 구체적인 사실 확인이나 검증작업이 소홀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들의 결정이 반드시 옳다고 과신하는 ‘무오류의 착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동질적인 구성원들의 집단사고(Group-think)는 종종 실패와 오류에 빠지기도 합니다. 비효율이 일상화되었는데도 개선되기 어려운 조직은 가망 없습니다.
정보비대칭
어떤 사람은 국민참여당 내에 벽이 있다며 분개합니다. 과거 특정 당에서 인연을 맺었던 분들이 창당의 주축이 되어 당원들에게 벽을 치고 정보와 역할을 독점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당원들에게 소외감을 주고 활동의욕을 꺾어 도리어 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당의 지식근로자와 당원들 사이에 ‘정보 비대칭’ 현상이 빚어져선 안 됩니다. 중고차시장을 예로 들겠습니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차의 결함에 대한 정보에 밝지만 사려는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겉만 멀쩡한 중고차를 비싼 값에 속아 삽니다. 그런 위험 때문에 중고차 값은 점점 낮게 형성됩니다. 결국 좋은 중고차를 가진 사람은 중고차시장에 차를 내놓지 않고 아는 사람을 통해 팔려고 합니다. 역선택을 한 것입니다. 급기야 중고차시장에서 좋은 품질의 매물은 사라지고 질 낮은 매물만 남게 됩니다. 당원들의 역선택, 두렵지 않습니까?
갈등을 극복하고 지식근로자님들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 사회계약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기나 쇼크가 늘 청천벽력처럼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평소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이 쌓이고 쌓여 터져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미한 사건들을 도외시하면 그것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엔 크게 한 번 터집니다. 변화가 없으면 발전도 없습니다. 자고로 장수는 유능해야 하고 군주는 간섭하지 않아야 승리합니다. 또한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마음이 같아야 이깁니다.
5. 맺으며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범위를 ‘위험내성’이라고 합니다. 위험에 대한 맷집입니다. 과연 우리 당의 위험내성은 어느 정도일까요? 묵은 것에서 분리되어 새로운 것으로 넘어가는 전이과정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 버립니다. 오류와 갈등은 싹이 틀 때 제거해야합니다. 위대한 이상이 당원들에 의해 희생되고 있다는 자기연민도 경계해야합니다. 대신 원칙을 지켜내겠다는 자세와 당원들의 따뜻한 지원이 필요합니다. 원래 길이란 건 없었습니다. 사람이 가니까 길이 생긴 것입니다. 희망도 마찬가지입니다. 원래 희망은 실체가 없습니다. 사람이 믿으니까 생긴 것입니다. 희망의 씨는 뿌려졌습니다. 희망은 믿음의 땅에서 열매를 맺습니다. 땅은 국민입니다. 국민이 믿어주지 않으면 희망은 메말라 죽습니다. 어렵게 뿌려진 씨앗입니다. 소중하게 가꿔야합니다. 이제부터는 ‘나를 깨고 너를 안아 우리가 되는 꿈’을 꿉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