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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뮤니티 오디세이아
유시민 | 2010-05-09 14:15:10 | 조회 7646  |  추천 : 19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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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커뮤니티 오디세이아
(국민참여당 / 유시민 / 2010-05-09)

 


야권후보단일화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이 한창인 토요일, 5월 8일 어버이날. 대구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꽃바구니를 보냈다. 선거준비 때문에 갈 수가 없다. 경기도 전역에서 수많은 행사가 열리는 주말이다.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그런 행사는 참여경선 설명을 할 분위기가 아니라서 모두 포기하고 대신 온라인 커뮤니티를 답사하기로 했다. 체육관과 운동장에서 하는 오프라인 행사에 예비후보가 가는 것이 괜찮은 것처럼 온라인 커뮤니티를 방문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먼저 내가 가입하지 않은 대형 커뮤니티를 순례하려고 목록을 뽑았다. 야권후보 단일화 국민참여경선을 홍보하고 참여를 호소해야지. 야심만만하게 제일 먼저 저 유명한 ‘뷰티삼국카페’를 찾았다. 먼저 <소울 드레서>. 그런데 첫걸음부터 급좌절. 회원가입을 클릭했더니 몹시 상냥해 보이는 가입자격 안내가 뜬다. 헉, 여자만 가입할 수 있단다. 그렇다면 ‘화장~발’은 혹시?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쌍코 카페>로 달려갔다. 설마 했지만, 여기도 마찬가지 ‘넘사벽’. ‘뷰티 삼국’은 금남(禁男)의 성지(聖地)였던 것이다. 이런, 여기에 가라고 리스트를 준 실무자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것일까? 정치인에게 전인미답의 신천지로 남아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항해는 이렇게 해서 출발하자마자 좌초하고 말았다.

 

 

성(gender)의 장벽이 없는 커뮤니티로 기수를 돌렸다. 카메라와 사진을 다루는 전문 커뮤니티 slr클럽. 성공적으로 회원가입을 한 다음 글을 썼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입력이 안 된다. 신입은 사흘이 지나야 글을 올릴 수 있단다. 나와 같은 ‘불순한 방문자’들을 향해 점잖게 훈계하는 것이다. “우리 slr클럽을 우습게 보지 말라.” 귀 클럽을 띄엄띄엄 봐서 죄송하다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쓸쓸하게 발길을 돌렸다. 그래, 그렇다면 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커뮤니티로 가야지. 그렇다고 <서프라이즈>나 <시민광장>, <시미니즘>처럼 나를 잘 아는 네티즌들이 모인 곳으로 갈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오래전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활약을 보기 위해 드나들었던 MLBPark를 찾았다.

 

 

그런데 여기도 쉽지만은 않았다. 동아닷컴에 있는 이 커뮤니티에 접속하려 하자 안전한 정보만 받겠느냐고 묻는 창이 자꾸 뜬다. 당연히 ‘예’를 클릭했다. 그러자 기대와 달리 이전 페이지로 돌아가 버리는 게 아닌가. 몇 번 시도한 끝에 눈 딱 감고 ‘아니오’를 몇 번 계속해서 눌렀다. 마침내 엠팍이 떴다. 그런데 아뿔싸, 아뒤가 기억나지 않는다. 비번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혹시 내가 탈퇴를 했나 싶어 회원가입을 새로 하려고 이름과 주민번호를 넣자 이미 가입된 회원이라는 안내가 떴다. 아뒤찾기를 눌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런 이름과 주민번호를 가진 회원은 없다고 한다. 어쩌란 말이야! 몇 번 헤맨 끝에 드디어 아뒤와 비번을 찾는 데 성공했다. denkmal, 이 아뒤는 내가 10여년 전 <동아일보>에 매주 기명칼럼을 쓰던 시절 사용하던 것이다. 비번도 찾았다. 마침내 접속 성공. 감격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ㅜ.ㅜ

 

 

엠팍 불펜에 글을 썼다.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국민참여경선 신청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이었다. 내가 직접 썼다는 걸 믿지 않을 것 같아서 “니가 유시민이면 나는 오바마다”는 등의 댓글을 사양한다고 미리 부탁했는데도 곧바로 그런 댓글이 떴다. 다른 커뮤니티로 옮겨야 하는데 금방 댓글이 굴비처럼 주렁주렁 달리고 조회수가 급증하는 양상이라 불펜을 떠나지 못했다. 맞다고 해도 믿지 않으려는 불펜인이 많았다. 문체가 어떻다, 내용이 수상하다며, 즉석에서 ‘불펜CSI’의 조사가 들어왔다. 급히 인증샷을 찍어 트윗에 올려 겨우 상황을 수습했다. 그리고 양성평등을 지향하는 국민참여당의 강령을 준수하기 위해 마이클럽으로 넘어갔다. 마클은 2004년 국회의원 시절 ‘여의도 여론’이 아닌 ‘국민여론’ 청취를 목적으로 가입해 부지런히 눈팅하던 곳 가운데 하나이다.

 

마클 접속은 문제없이 성공했다. 역시 놀던 물이 좋아! 느긋한 마음으로 <나의 인생 나의 이야기> 게시판에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신청 안내 글을 올렸다. 일사천리, 마음이 흐뭇했다. 그런데 웬걸, 댓글이 주르륵 달리는데 분위기가 어째 좀 춥다. 몇 년 세월이 지난 탓인지 마클이 옛날 마클이 아닌 것 같다. 나를 좋아하던 선영님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선영님들이 후원금도 많이 쏴주었고 고비마다 격려글도 넉넉하게 올려주었는데… 당혹감에 얼른 키를 돌려 82cook으로 항로를 바꾸었다. 무사히 상륙해 회원가입 절차를 신속하게 마치고 글을 올렸다. 공기가 제법 뜨뜻하다. 휴, 다행이다.

 

오후 늦게 광명시 오리(조선시대 이원익 선생 아호)문화축제를 거쳐서 성공회대학교 고 노무현 대통령 1주기 추모공연에 참석해야 했다. 공연장 가는 길에 아이폰으로 엠팍 불펜에 들어가 보았다. 불펜 공기가 따끈했다. 내가 직접 올린 게 확인되어서 그런지 다들 방문을 환영해 주었다. 공연이 끝나고 선거캠프에서 전화가 왔다.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삭제요구를 해서 불펜 관리자가 어쩔 수 없이 삭제를 했는데 그 때문에 더 야단법석이 났다는 것이다. 이런, 불펜에 큰 민폐를 끼쳤군. 미안해서 어쩌나? 게다가 엠팍 불펜인들의 열화같은 인증요구에 응답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는 통에 야구 못지않은 국민스포츠 축구 커뮤니티에는 접속도 하지 못하고 하루가 다 지나버렸으니 어쩌면 좋아?

 

일요일 오전 파주 출판도시 책 잔치 행사에 갔다가 오후에야 다시 컴 앞에 앉았다. 아직 온라인 커뮤니티 순례가 끝나지 않았다. 다음카페 아이러브사커(WorldcupLove)에 회원가입을 했다. 그런데 여기도 역시 만만치 않게 자부심 센 커뮤니티였다. 신입은 매월 1일 하는 정회원 등업 전까지는 ‘새내기인사방’ 말고는 글을 쓸 수 없다. 게다가 ‘새내기인사방’은 3백자 넘는 글을 올리면 넘치는 만큼 피도 눈물도 없이 자동적으로 신속하게 삭제해 버렸다. 어쩔 수 없다. 결례를 무릅쓰고 3백자 미만으로 잘라서 ‘도배신공’이라는 무식한 초식을 펼칠 수밖에. 저녁 무렵에 다시 들어가 보았다. 무정한 알싸님들! 누구든 정회원이 나서서 재편집해 붐비는 게시판에 옮겨주면 좋으련만, 모두들 ‘새내기인사방’에 3백자 미만의 ‘환영사’를 올리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위에서 아래로 굴비처럼 매달리는 댓글은 무수히 보았지만, 제사상 굴비 산적처럼 위로 쌓이는 댓글 퍼레이드는 처음 보았다. 어쨌든, 성은이 하해와 같은, 감사하고 황공한 환영이었다.

 

네티즌들이 내 선거용 홈페이지(usimin.net) 게시판에 커뮤니티 목록을 올리고 방문을 권했다. 이종격투기 커뮤니티에서 한류열풍사랑 커뮤니티까지. 나는 새삼 깨달았다. “세상은 넓고 커뮤니티는 많다.” ‘아이폰 뽀개기’, ‘DVDprime’, ‘pgr21’,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 등등, 시간은 없는데 갈 곳은 너무나 많다. 그러니 어쩌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할 수밖에. 이제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은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 게다가 날이 밝으면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가서 김진표 후보와 단일화 토론을 해야 한다. 곧바로 수원에 가서 경기도지사 후보와 교육감 후보 매니페스토 정책공약 협약식을 한 다음 국민참여당 경기도당 정책공약 발표회에 참석한다. 그러니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몇 시간이라도 눈을 붙여야 한다. 선거철 후보는 오뉴월 메뚜기 신세라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거창했던 온라인 커뮤니티 항해 계획은 미완의 기획으로 끝나버렸다. 이틀 동안 겨우 네 군데 커뮤니티에 접속했을 뿐, 원래 참모들이 쥐여주었던 기다란 목록의 대부분은 접속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종료된 것이다. 많은 것을 배웠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넘사벽’도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품격 있는 커뮤니티들은 엉뚱한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자들을 경계하고 적응시키는 문화적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해 본선에 나가게 되면, 오늘 배운 교훈을 되새기면서 여기서 끊어진 커뮤니티 오디세이아를 계속 써 나가야지!

나의 커뮤니티 오디세이아를 맺으며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유명한 작품 <이타카>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연을 떠올렸다. 이타카는 페넬로페가 옷을 짰다 풀었다 하며 오디세우스를 기다렸던 곳. 이타카를 커뮤니티로 바꾸어 소리 내지 않고 읊조려 본다.


언제나 커뮤니티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커뮤니티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커뮤니티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커뮤니티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커뮤니티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커뮤니티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커뮤니티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유시민 /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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