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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 쌍용자동차 회생방안에 대하여
유시민 | 2010-05-06 11:09:16 | 조회 8424  |  추천 : 1 인쇄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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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회생방안에 대하여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2010. 5. 6

 

 

 

노동자 2,700명이 한꺼번에 해고되었습니다. 스무 명이 넘는 노조간부들이 불법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되어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3천여 명의 ‘살아남은 노동자’들은 연봉이 반 토막 났습니다. 그 연봉도 언제까지 받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습니다. 채권단은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를 매물로 내 놓았지만 마땅한 인수 희망자가 아직 없습니다. 수많은 협력업체들이 함께 파산 위기를 맞았고, 평택 지역 경제는 낭떠러지로 밀려가고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때는 많은 관심을 받았고 국민들도 안타깝게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회사는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평택 쌍용자동차 이야기입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이후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쌍용자동차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았지만 마땅한 해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공약도 할 수 없었습니다. 며칠 전 평택 쌍용자동차에 가서 노동조합 지도부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관련 전문가들 말도 들었습니다. 법정관리인과 회사에서 쫓겨난 금속노조 지부 조합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일정을 조정하는 중입니다. 아직 공약으로 하기는 어렵지만 쌍용자동차는 살려야 하고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그 동안 나름대로 생각해 온 것을 도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쌍용자동차, 희망의 증거

 

쌍용자동차는 살려낼 수 있습니다. 희망의 증거가 여럿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쌍용자동차는 SUV 분야를 중심으로 나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하이차가 기술개발투자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기술유출과 관련된 의혹도 있어서 옛날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독자생존을 도모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은 일반적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둘째,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회사가 살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희생하고 절제할 의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회사를 살려야 채권단은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노동조합도 회사를 살려야 조합원의 생존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하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습니다. 평택시와 경기도 역시 지역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최대한의 지원을 하려는 의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셋째, 정부와 국민들도 쌍용차의 회생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이 야기한 세계금융위기 여파와 갖가지 정책실패 때문에 국민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매우 큰 자동차 산업 부문의 대기업이 문을 닫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정부당국자나 국민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회사가 파산위기를 맞은 상황에서도 매월 수천 대씩 쌍용차를 구입하는 국민이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쌍용차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회생을 위한 대안

 

지금 쌍용자동차가 직면한 상황을 살펴보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비교적 명료하게 알 수 있습니다. 쌍용차는 '코란도C'로 명명한 신차를 개발 중입니다. 1천 3백억 원의 긴급 자금지원을 받아 기존 모델 생산라인은 재가동했지만, 이 신차 개발의 마지막 단계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1천 2백억 원의 자금이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회생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면서 신용거래가 원활하게 되지 않아 원자재와 부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회사가 매물로 시장에 나갔지만 시장의 신뢰를 단번에 되찾을 수 있을 만큼 확실하고 검증된 인수 희망자가 아직은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시간이 자꾸 흘러가면 신뢰는 더 저하되고 회생의 희망도 그만큼씩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회사의 시장가치도 더 떨어질 것입니다. 빠른 시일 안에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매듭을 지어야 할 것입니다.

 

몇 가지 이론적 대안이 제시되어 있지만 어느 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첫 번째 대안은 공적자금 투입입니다. 쌍용차를 일단 국유화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건설사 파산을 막으려고 몇 조원씩 투입해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하는 판국에 쌍용차에 대해서는 어째서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비판합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이 옳든 그르든 이명박 대통령은 세금을 쏟아 부어 건설회사를 살리려는 의지는 충만하지만 파산위기에 처한 자동차 회사를 살리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분양 아파트를 정부가 매입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이것이 잘못이라면 세금으로 자동차 회사를 살리는 것도 마찬가지 잘못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부가 자동차회사를 잘 경영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이 방법을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옛날 일이지만 프랑스 정부는 파산위기에 처한 르노를 그런 방법으로 살려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정부를 그 정도로 신뢰한다면 국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두 번째 대안은 국내외 자동차 회사 가운데 어느 곳에서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입니다. 외국 자동차 회사의 쌍용차 인수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만 경제위기를 겪었던 IMF사태 때와는 달리 지금은 세계경제가 통째로 위기국면을 맞고 있어서 GM이나 르노 등 외국기업들이 쌍용차를 인수할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하이차가 남긴 불쾌한 경험 때문에 요즘 거론되는 인도계 자본에 쌍용차를 매각하는 것은 이해관계자와 국민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입니다. 해외매각이 아니라면 인수주체가 될 국내기업은 현대자동차 하나뿐입니다. 도요타 자동차 리콜 사태를 맞아 현대/기아차는 잘 나가고 있습니다. 막대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서 인수자금 조달에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예전 같으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자동차시장 독점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대그룹은 고 정주영 회장의 아들이 여럿인 덕분에 저절로 계열분리가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현대자동차는 예전의 재벌과는 많이 다른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시장 독점 문제는 르노삼성도 있고 어차피 자동차시장 개방이 대세가 되어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어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현대자동차 쪽에 쌍용차 인수 의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현대차 경영진의 경영적 판단인 것으로 보입니다. 대기업과 친하다는 이명박 대통령이 정몽구 회장을 설득하고 인수의사를 불어넣을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 번째는 자동차회사가 아닌 자본의 쌍용차 인수입니다. 만약 국내외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통한 단기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쌍용차를 회생시킴으로써 장기적 수익창출을 겨냥하고 인수에 나서는 자본이 있다면 이것 역시 검토할만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시장가치는 예측 가능한 미래수익의 크기에 의해 결정됩니다. 누군가 쌍용차의 기술경쟁력과 브랜드 가치, 회사를 살리려는 노동자들의 의지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서 채권단이 원하는 수준의 가격을 지불하고 쌍용차를 인수한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이것도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와 경기도, 평택시는 국내외 자동차회사의 인수를 더 바람직하게 여기겠지만, 이 세 번째 대안에 대해서도 굳이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평택시를 이미 ‘고용개발특구’로 지정해 여러 가지 세제혜택과 지원책을 제안한 만큼 정부와 경기도는 쌍용차를 살리는 데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책임을 지고 풀어내겠습니다

 

이제 ‘선거공약 비슷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만약 도민들이 저에게 경기도정을 맡겨 주신다면 위에서 열거한 어떤 방법으로든 쌍용자동차의 회생을 이루어내겠습니다. 채권단이 어느 특정한 대안을 고집하기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회생방안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대안이든 최대한 신속하게 가능성을 타진하고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도출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정중하게 적극적인 관심과 협력을 요청하겠습니다.

 

국민의 정부는 르노의 삼성자동차 인수를 성사시켰습니다. 당시 노무현 의원은 2000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이던 시점에서 선거운동 일정을 취소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달려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삼성차를 1원에 팔자”고 건의하면서 정부에서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서 르노가 인수계획을 포기하기 직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후 김대중 대통령은 유럽순방길에 프랑스 총리를 만나 르노의 삼성차 인수 협조를 직접 요청해 결국 성사시켰습니다. 저는 이 일을 보면서 누군가 책임을 지고 뛰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제가 도정을 맡게 된다면 평택시장과 손잡고 책임 있게 쌍용차 회생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현대자동차가 쌍용차 인수에 더 큰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매력 있는 지원책을 강구하겠습니다. 자동차산업 밖의 자본이 쌍용차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겠습니다. 채권단과 법정관리인, 노동조합과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쌍용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와 협력업체, 금융기관의 신뢰를 다시 세우도록 힘껏 돕겠습니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업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회사가 있는 지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도 다른 어느 산업보다 강력합니다. 만에 하나 쌍용자동차가 문을 닫게 된다면 평택시를 넘어 오산, 화성 등 경기남부 지역 경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게 되는 만큼, 경기도로서는 쌍용차가 문을 닫는 사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경기도 차원에서 제공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해서 반드시 쌍용차를 살려내야 합니다.

 

한 가지 다시 강조해서 말씀드립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쌍용자동차 내부 구성원들의 굳은 회생 의지와 단합입니다. 이것 없이는 어떤 외부지원으로도 쌍용자동차를 회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난관이 있다 해도 쌍용차를 살려내겠다는 각오, SUV와 중형세단 부문에서 오랜 세월 쌓아온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겠다는 의지, 이 목표를 위해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협력하려는 자세, 이것이 명확하게 나타나야만 소비자와 협력업체와 투자자들이 쌍용자동차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쌍용자동차의 모든 임직원들이 이런 점을 잘 일고 있으며 또 그런 의지를 지니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쌍용자동차가 '코란도C' 신차개발을 제대로 추진해 흑자기업이 되고, 죽음과도 같은 정리해고의 고통을 받았던 노동자들을 회사로 ‘리콜’하는 날이 반드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수많은 협력업체 종사자들, 폐허처럼 변해버린 회사 주변 상가의 상인들이 웃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당한 노동자와 ‘살아남은 노동자’들이 서로를 껴안으면서 깨져버린 우애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쌍용자동차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끝)

     

유시민, 국민참여당, 경기도지사, 정책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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