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후보로 나선 유시민 예비후보(ⓒ폴리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당 창당을 만류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시민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그런 말씀 하신 적 없다”고 일축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 유시민 전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당을 따로 하지 말라며 신당 창당 계획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사실과 다름을 해명했다. 다만,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정치를 하지 말라”는 조언은 했었다는 점은 밝혔다.

유 전 장관 입장에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를 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지 당을 하지 말라는 조언은 아니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구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합당된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해서도 합류할 것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세를 따르면서 그 안에서 일을 도모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뜻이 지금의 민주당에서 정치를 하라고 주문했던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단지 당시의 대세가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이었던 것이고, 유 전 장관은 이에 순응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유 전 장관은 현재의 민주당 일각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들어와 정치를 하라고 했다’는 주장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에 출마 선언한 국민참여당 유시민 예비후보는 26일 <폴리뉴스> 및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과 가진 인터뷰에서 “김진표 의원이 ‘정치하려면 민주당 들어와서 하라고 하셨다’고 말씀하시는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거듭 부인했다.

'노 대통령, 2008년 말 은평을 출마 권유했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폴리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처음으로 노 전 대통령이 은평을 재보궐선거를 권유했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서거하시기 전년도 말쯤에(2008년 말) 노 대통령께서 다른 사람을 통해 ‘은평을 재선거에서 민주당 공천으로 재기하는 게 어떻겠느냐’했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고 전언하신 분에게 말했다. 폴리뉴스를 통해 처음으로 밝힌다”고 덧붙였다.

유시민 전 장관은 당시 은평을 재보궐선거에 뜻이 없었던 데 대해 “정치를 할 생각도 (당시)현재로서는 없지만, 하려면 새로운 당으로 하지 민주당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가 아닌, 국민참여당으로의 출마는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2009년 4월 20일쯤 노대통령 만났다
대통합민주신당 합류 당시 盧, “대세를 따르면서 그 안에서 일을 도모하라” 조언
유시민, “다음부터는 제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2009년 4월 19일(20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았을 때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는 "신당 문제에 대해서는 4월 19일에 직접 말씀도 드렸다. 정상문 비서관이 구속되고 ‘이제 나를 버리셔야 됩니다’라는 글을 그날 저녁에 올리셨고, 제가 무작정 봉하로 갔다. 그 전 주에 약속이 돼있었는데 완강히 오지말라고 해서 안갔지만, 4월19일 그 글이 올라온 것을 보고 큰일났다 싶어 기차를 타고 밀양에 내려 '무조건 간다'고 전화했다. 가서 3시간가량 식사도 하고 차도마시면서 이 문제(신당)를 얘기했다"고 당시 노 대통령과 만남 상황을 설명했다.

유 전 장관은 “노 대통령께서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하냐고 물어보며 정치하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제가 ‘정치 안 하면 정치 누가하냐’고 했더니 ‘정치야 이미 정치를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 사람들이 잘 하면 되고, 자네는 글도 잘 쓰니까 대학에서 강의하고 책 쓰고 신문에 글 쓰고 하는 게 오히려 사회진보를 실현하는 데 더 더움 되는 일일지 모른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사과나무, 감나무 키울 때 물길을 잘 만들어 주고 흙을 잘 관리해줘야 과일이 열리지, 솎아내는 것만으로는 과일농사가 잘 안 된다”며 “나무뿌리에 물주는 일이 길게 보면 사과농사를 잘 짓는 것”이라고 말했고, 이에 유 전 장관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구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합당 과정에서도 소위 ‘당사수파’의 입장에서 열린우리당 해체를 끝까지 반대했었다.

당시 상황과 관련해서는 “2007년 2월에 소위 대통합결의를 하는 전당대회 때 ‘제가 협조를 못한다’, ‘몇 명이 남더라도 열린우리당 창당해서 참여정부를 계승하는 정당으로 지키겠다’고 주장할 때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렇게 하지 마라’, ‘도와줘라’, ‘협조하라’고 불러서 말씀하셨다”며 “불려가서 의원들과 함께 대화를 한 끝에 ‘협조해 주라’고 하셔서 ‘못하겠다’고 하면서 끝까지 합의가 안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께서 ‘당신까지 내 말을 안 들어주면 얼마 남지 않은 내 임기를 누구를 믿고 대통령을 하겠느냐’고 하셔서 저희가 항복했다”며 “대통령이 그리 말씀하시면 저희가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다.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고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하게 된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게 ‘큰 흐름에서 소외되면 너무나 고통스럽다. 큰 흐름에서 소외되면, 대세를 놓치게 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너무나 고통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대세를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일을 도모하라’고 하셨다”며 “그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옳지 않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대세가 그리 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따라가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를 해야지, 아예 밖으로 나오면 절대 안 된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민주당에서 하라’는 말씀을 하셨다면 그런 맥락으로 저는 이해한다”며 “그 말씀을 제가 받아들이면서 ‘그렇게 하겠습니다. 다만 대통령님이 하셨던 정치, 그 시대의 환경과 우리가 앞으로 맞설 상황은 다르다. 우리는 우리의 길이 있다. 지금 이것은 우리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인데, 대통령께서 하라고 하시고 끝내 합의가 되지 않으니 지도자의 말을 따르는 것이 도리라 이번에는 그렇게 하겠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대통령과 저의 정치적 판단이 달라지면 제 하고 싶은 대로 할 테니 다음부터는 제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허락해 주셔야 합니다’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유 전 장관의 이 같은 의지 표현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유 전 장관은 전했다.

유 전 장관은 “다만 내가 이렇게 하면 정국적으로 열린우리당 없어지고,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국회의원 다 떨어지고, 퇴임하고 나서 지켜줄 수 있는 정치세력이 없어지고 다 망하게 된다고 했다”며 “그랬더니, ‘그것은 당신 판단이고, 내 판단은 다르니 그래도 하라’고 해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우리 지지하는 대의원들 모아서 전당대회 가서 대통합결의 하는 데 찬성해 줬다. 정말 눈물을 머금고 했다. 그때 그냥 남았으면 비례대표 포함해서 17명 정도 남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盧 마지막 조언...“자네 판단으로 움직이지 말고 국민이 판단할 때까지 기다리게”

지난해 노 전 대통령 서거 직전 유 전 장관은 다시 그 이야기를 꺼냈고, 당시 자리에서 그는 “4월 20일 가서 그 얘기를 다시 드렸다. 이렇게 됐지 않나, 이제는 제 판단대로 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신당창당에 대한 최후 결심을 밝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 입장에 대해 그는 “대통령께서는 3당합당 안 따라가고 통추 하면서 너무나 긴 세월동안 소외, 고립이라는 고통을 겪으셨기 때문에 ‘다시 생각해보라, 얼마나 힘든 일인지’라고 하셨다. 그것은 민주당이 옳기 때문에 하신 말씀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유 전 장관은 “저는 충분히 그 말씀을 이해한다. ‘대통령께서 정치를 시작했을 때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성격의 유권자집단이 존재하고 있고, 2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기술적 조건이 있다. 우리는 대통령께서 못하셨던 일을 해나갈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최종적인 말씀은 ‘자네 판단이 옳을 수도 있어. 그러나 자네 판단으로 움직이지 말고 국민이 판단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네’라며 저에게 신당과 관련해 마지막으로 주신 말씀이었다”고 밝혔다.

또, “참여당 당명도 없었고, 민주당으로 할 것이냐 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당에 대한 판단,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데에 대한 판단, 여기에 대해 저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으나 국민이 판단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 조언으로 저에게 주셨다”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자기 판단으로 움직이지 말고, 국민의 판단이 설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은 민주당으로 가는 것이 옳다는 말이 아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으로서도 회피할 수 없고 받아들지 않을 수 없는 처참한 현실이었기 때문에 2007, 2009년도에도 저에게 받아들이라고 하셨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민주당에서 참여당과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데 대해 “노무현 정신을 들어서 민주당에서 저를 공격하면 슬프다”며 “제가 반박할 수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유 전 장관은 “그것은 정말 대통령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그냥 노무현 정치는 각자 해석이 다를 수 있고, 방법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으니 서로가 계승하겠다고 하고 자기 방식으로 해보자. 다만 누군가를 비난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거론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노무현 정신’을 명분으로 한 공세 자제를 당부했다.

기사 원문 - 폴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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