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On-air] 유시민, “대통령은 퇴임하는 날까지 공격 받을 것“

시민사랑 초청 강연회를 다녀오다.

편집부 기자, 2005-09-02 오전 9:47:

정치인과 팬클럽 문화 진단

판은 ‘정치인 팬클럽 초청 토론회‘ 기획의 후속으로 유시민 의원과 팬클럽의 만남을 취재했다. 정치인 팬덤 문화의 현주소 파악을 통해 앞으로 바람직한 팬문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다. 팬클럽이 유시민 의원을 초청해서 강연도 듣고 대화의 자리도 가진다는 소식에 토요일 오후 행사가 열리는 영등포 참여정치 실천연대 세미나실로 향했다. 강연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한 사람들은 여고생부터 60대 할머니, 결혼한지 얼마 안 되었다는 신혼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였고, 부산 대구 등지에서도 상경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들 중에는 2001년에 카페가 생길 때부터 회원이었다는 사람도 있었고 작년 탄핵을 계기로 정치에 관심 갖게 되면서 유시민 의원도 알게 되어 팬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나이뿐만 아니라 팬이 된 동기나 시기도 제각각이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유시민 의원의 팬클럽인 다음카페 ’시민사랑’(cafe.daum.net/siminyoo)은 노사모나 박사모 등과는 달리 유시민씨가 평론가 시절에 만들어진, 태생이 비정치적인 모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팬클럽의 정체성에 대해 회원들마다 다양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다. “지금도 가장 순수한 팬클럽다운 팬클럽으로 기억한다.” 는 유시민 의원 본인의 평가대로 평론가 유시민의 팬이라는 정체성을 그대로 간직한 회원도 있었고,  팬클럽 차원에서 좀 더 강력한 정치적 지지를 보내기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대상에 대해 각자 다양한 입장과 견해를 가진 회원들은 약간의 흥분과 설레임 속에서 유시민 의원을 기다렸고, 박수 속에 유시민 의원이 입장하자 행사는 막이 올랐다. “평론가로 돌아가고 싶다" ‘저항에서 참여로, 참여에서 연대로’ 라는 제하의 짤막한 강연에서 유시민 의원은 평론가 시절 허물없었던 만남을 회고하며 현재 겪고 있는 정치인으로서의 고뇌를 토로했다. 정치 할 마음이 없었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문에 현실정치에 발들인 지금 노대통령의 고난을 옆에서 지켜보고, 자기 자신도 언론 상에서 고초를 겪으면서 많은 후회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옳은 것과 그 옳은 것이 실현되는 것은 별개더라.”는 말에서 그의 심경이 단적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평론가의 문법과 정치인의 문법이 다른 데서 오는 괴리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말이다. 강연에 이은 질의 응답시간에서는 유시민 의원의 신변잡기에 관한 질문에서부터 심도 있는 정치적 현안에까지 폭 넓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그 중에서 “본프레레 감독 해임을 어떻게 평가하나?”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흥미로웠다. “감독이 모든 것을 도맡아 알아서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허황된 바람이다.” 라며 프로축구 보러 경기장 한 번 안 가면서 국가대표 팀의 선전을 기대하는 축구팬들의 문화를 꼬집었다. 실제로 히딩크의 성공에는 국민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K-리그 연기, 선수차출 적극 협조, 우수한 스태프 구성, 전지훈련 지원 등)이 있었다. “잘못은 축구협회도 크고, 축구협회가 자신들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본프레레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는 주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질타하는 보수 언론에 대한 항변을 읽는다면 지나친 걸까? 참여정부의 지지자들이 적극적으로 정당에 가입해서 비판도 하고 성원도 달라는 유의원 평소의 주장과 맥이 통하는 부분이었다. “나도 신문만 보면 노무현에 실망한다." 계속된 질의응답에서 유의원은 임기 절반을 넘긴 참여정부의 성과에 대한 비판적 평가와 함께 보수 언론에 강한 문제제기를 했다. 사회양극화가 심화된 부분에 대해선 냉정한 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가 집권했으면 지율 스님이 단식을 안 했겠는가? 사회갈등의 책임을 전부 참여정부에 묻는 것은 부당하다.” 며 보수 언론의 보도, 편집을 성토했다. 실제로 보수 언론과 노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갈등 구도였고, 유의원은 이 구도가 퇴임하는 시점까지 지속될 것이라 예견했다. “1000만 부 신문 중 900만부를 차지하는 보수 언론이 의도적으로 정부를 공격한다.” 며 국정의 성과를 국민에게 제대로, 혹은 정부의 의도대로 전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이러한 보수 언론과의 불화 때문에 결국 노대통령은 미디어를 통하지 않고 직접 국민과 대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말이다. “X-파일, 특별법으로 공개하고 특검으로 수사해야" 질의응답 말미에는 한창 논란을 빚었고, 정기국회의 시한폭탄 같은 존재인 X-파일의 처리 여부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다. “국민들이 모든 부분을 다 들어 봤으면 좋겠지만, 그럴 경우 법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을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 들어보고, 그러고 나서 공개할 부분 공개하고 수사할 부분은 수사해야 한다.” 고 유의원은 주장했다. 통신비밀보호법에 의해 파일의 공개가 불가능한 현실을 극복하려면 특별법이 필요하고, 일단은 검찰에 맡기자는 것이다. 그리고 유의원은 특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특검이네, 특별법이네 국회에서 정당간에 다투고 있는데 “둘 다 하면 된다.” 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면 국회에서 결정해서 특검으로 수사해서 필요하다면 형사처벌까지 하자는 것이다. 얼마 전 노회찬 의원이 X파일 녹취록을 근거로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한 이후 국민여론은 검찰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9월 정기국회를 예의 주시해야할 부분이다. 건강한 정치인 팬클럽 문화를 위하여 정치인 팬클럽 하면 ‘과열’, ‘적대감’ 이라는 이미지가 짙다. 노사모, 박사모 등으로 대변되는 정치인의 팬, 혹은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치열하다 못해 처절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때로는 정치집회에서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기도 하고 각자의 모임이나 게시판 상에서 다른 정치인, 팬클럽을 비하하며 매도하고 있다. 이러한 단면은 건강하고 생산적인 문화와 거리가 멀뿐 아니라 한국정치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이다. 드물지만 팬클럽 내부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과도한 숭배에 빠져 합리적인 비판마저 용납하지 않는 퇴행적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유시민 의원과 그의 팬클럽 회원 간에는 ‘팬클럽의 순수성’ 이라는 점에 대해 일단은 심정적 동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순수성을 잃고 권력화 된다면 정치인 팬클럽은 죽은 것이다.”, “모든 지지는 비판적 지지라고 생각한다.” 라는 그들의 신념이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판은 계속해서 정치인과 팬클럽 문화의 건강한 발전을 위하여 이목을 기울일 것이다.

2005-09-02 오전 9:47:32   © 정치웹진 PP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