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 제시
노 대통령, 제6차 ASEM 정상회의 선도발언
[2006-9-11]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오후 헬싱키 전시장(HFC)에서 열린 제 6차 ASEM 정상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아시아 조정국 자격으로 연설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ASEM 출범 1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지역간· 국가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ASEM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전시장 전체 회의실에서 열린 ASEM 제1차 정상회의(정치분야)에서 선도발언을 통해, 유럽의 신뢰구축과 통합의 경험을 동북아에 적용하는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에 관한 구상을 제시했다.

회원국 정상들은 ‘다자주의 강화 및 안보위협 대처’를 주제로 △UN의 역할 강화 △유엔 체제하의 보편적 인권 강화 △지역안보를 위한 대화 및 협력 △군축 및 WMD 비확산 △테러리즘 방지 등 최근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양극화 문제 해소 노력 촉구,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 지지도 요청

이날 회의는 노 대통령을 비롯한 7개국 정상들의 선도발언 후 회원국 정상들의 자유토론으로 진행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핀란드 대통령궁에서 열린 할로넨 대통령 주최 업무만찬에도 참석해, 최근 우리 정부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ASEM 회원국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열린 ASEM 아시아 정상회의를 수실로 밤방 유도유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공동으로 주재했다. 아시아 정상회의는 ASEM 전체 정상회의에 앞서 아시아 지역의 공동 입장을 채택하기 위한 회의이다.

아시아 정상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은 몽골, 인도, 파키스탄 및 아세안 사무국의 ASEM 아시아 회원국 신규 가입을 승인하고, 의장성명을 비롯한 이번 정상회의 3개 결과문서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 제6차 ASEM 정상회의 개회식 노무현 대통령 연설문 존경하는 의장, 각국 정상과 대표 여러분, 제6차 ASEM 정상회의의 개막을 축하하며, 핀란드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헬싱키 선언’을 통해 냉전시대 극복의 기초를 다졌던 역사적인 도시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의 성공을 확신합니다. ASEM이 출범한 지 1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ASEM은 유럽과 아시아의 상호 이해와 교류협력을 증진하는 연결고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이 회의를 통해 유럽이 이뤄낸 통합과 다자안보협력의 경험을 배우고 있습니다. 유럽의 경험은 아시아가 평화롭고 안정적인 안보질서를 구축하고 지역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두 지역은 경제에 있어서도 긴밀한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큰 시장을 바탕으로 역동적인 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아시아와 성숙한 경제의 유럽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면 두 지역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크게 공헌하게 될 것입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한국은 ASEM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 왔습니다. 2000년에는 제3차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여러 사업을 통해 두 지역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정보 실크로드’, 장학사업을 통한 ‘교육 실크로드’, 그리고 남북한 철도를 시발로 유럽까지 이어가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 바로 그것입니다. 유럽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또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지금 EU는 우리의 두 번째 수출시장이자 한국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파트너입니다. 지난해 EU와의 교역액은 527억 유로로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유럽에서 공부하는 우리 유학생도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각국 정상과 대표 여러분, ASEM은 이제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협력의 수준을 높여가야 합니다. ‘대화의 장’을 넘어 보다 실질적인 ‘협력의 매개체’로 거듭나야 합니다. 범세계적인 도전에 대한 공동대응도 그 좋은 방안이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으로 심화되고 있는 지역간, 국가간, 계층간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ASEM이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조와 같은 직접적인 도움도 중요하지만, 정보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을 통해 시대 변화에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은 더 중요할 것입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정보·교육 격차 해소를 비롯한 ASEM 차원의 양극화 문제 해결 노력에 적극 참여해 나갈 것입니다. 이번 회의가 ASEM의 새로운 10년을 열어가는 역사적인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ASEM 1차 정상회의(정치분야) 노무현 대통령 선도발언문 존경하는 의장, 그리고 각국 정상 여러분, 정상회의를 시작하는 첫 번째 세션에서 선도발언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0년 전, 유럽 다자안보협력의 기초가 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출범한 역사적 장소인 헬싱키에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구축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지역으로서 역내 국가 간의 교류협력과 상호의존이 급속히 증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에는 한반도 분단과 같은 냉전시대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고, 테러·대량살상무기·환경오염·보건 문제와 같은 새로운 안보위협이 대두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역내 주요 국가 간 세력 관계의 변화가 초래할 불확실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나는 냉전시대의 불신의 벽을 제거하고 유럽통합의 기초를 닦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성공적 협력사례가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귀중한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안보협력 경험이 동북아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현실적 여건이 같지 않으나, 유럽의 안보협력 경험에서 볼 때,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각국의 공동이해를 기초로 다자안보협력 구축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적 리더십과 실천의지라고 봅니다. 또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은 보편적인 역사인식의 토대 위에서 상호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동북아의 기존 역내 안보질서 및 여타 안보체제와 상호 보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에서의 다자안보협력은 ① 각 구성원의 안보 이익을 동시에 증진하는 협력안보(cooperative security), ② 정치·군사적 차원뿐만 아니라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포함하는 포괄안보(comprehensive security), ③ 민주주의, 인권 등 인류 보편의 가치에 기반한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틀이 만들어질 경우에는 테러·환경오염·재난·초국가적 범죄·보건 문제 등에 대한 협력과 공동대응 방안이 우선적인 관심사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이 진전되면 정치·경제·군사 등 여러 분야의 협력문제도 포괄적으로 논의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의 제도화는 동북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 앞으로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 나가는 과정에서 유럽 및 아시아 정상들의 건설적인 협력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