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글을 쓰며 '우리'란 말을 즐겨 사용한다. 우리란 말이 좋기도 하려니와 '나'의 바람이 은근히 '우리'의 바람처럼 동화되길 바라는 음흉한 마음이 있어서임도 부정하진 않겠다.
그래서 누가 뭐라든 유시민을 얘기하면서 나의 의견을 '우리'의 생각인양 줄곧 복수어를 써왔다. 그 이면엔 그가 아직 시대의 중심에 서기엔 이른 감이 있다는 다른 쪽 의견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거부의사가 일정부분 있었음도 분명하다. 결코 이른 것이 아니다. 그는 지금 꼭 필요하다. 이런 단호한 의사표시라고 할까.
또한 그사람은 '나'나 '너'만이 아니라 '우리'가 꼭 챙겨야할 소중한 사람이고 소수가 아니라 '우리'에게 다가갈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구. 이런 간절한 바람이 이심전심 통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오늘 기자간담회에서 유시민 의원이 한 말을 살펴보자.
▲대의가 있어도 세력이 없으면 일이 어렵다고 (대통령이) 하셨는데 옳은 말씀이다. 아무리 대의명분이 뚜렷해도 세력을 얻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나의 평소 뜻이다.
▲나를 좋아하는 분들이 대선 얘기 하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 분들이 대선에 출마시키자고 모임도 만들고 하던데, 그건 그분들 의견이다.
어떤 말이든 듣는 사람의 관심방향에 따라 달리 들릴 수 있다. 어떤 언론은 이를 두고 대권 불출마 시사라고 하지만, 지지자인 나는 어떻게 '세력'을 만들 것인가 쪽에 더 관심이 간다.
유시민 의원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지지자들의 목표와 활동을 이해한다는게 내겐 더욱 크게 들린다. 최소한 미안한 맘을 버리자. 판을 완벽하게 만들어 '제발 올라만 주시오'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만.(ㅎㅎ)
누구나 알듯 판이 벌어져야 한다. 만들어질 기미가 안보이면 누구든 판을 만들어야 한다. 대의명분을 한번도 거스른 적이 없으니 세력화가 된다면 한번 해볼만한 게임이지 않겠는가. 그럼 누가 판을 만들어야 할까. 여기에서 유시민 의원과 지지자들 사이에 일정한 괴리감이 있다고 본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처럼 다시 화염병을 들고 바리게이트를 치는 심정으로 2002년 붓을 꺾었을 때도 그의 목표는 상식과 원칙이 살아있는 또는 민주적 절차를 지지하는 사회임을 확인해야겠다는 소박하고 간절한 일념 하나뿐이었다.
노무현 후보가 처했던 사면초가의 너무도 고립된 상황, 그 치열한 쿠데타(?)의 선봉에 서면서 가졌던 12.19승리에의 확신은 부끄럼 없는 소신과 바른 것을 행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성공할 것'이라는 하늘과의 낭만적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매 사회참여 때 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까봐'라고 간결하게 답함에서 보듯 유시민 의원은 부딪혀 오는 시대의 파고에 피하지 않고 다만 맞서 왔을 뿐이다. 거기에 유불리는 필요하지 않았고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는 지식인의 초상을 몸으로 보여줬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빠'들이 탄생했고 그러나 여전히 그 빠들의 일부는 '아직 일러'에 머물러 있는 것도 같다. 어쩌면 빠들 사이에서도 힘겨루기(^^)가 진행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국회의원에 장관, 그 다음엔 대권도전, 이런 수순은 애초의 그의 인생 계획에 없던 일이 맞을 것이다. 앞서 나가는 그를 지켜보고 지지하는 과정에서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목표가 높아졌다면 높아졌다고 할까. 그러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만일 이것이 시대를 위한 시대의 요청이라면 기꺼이 그도 몸을 던지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도전은 그 스스로 시대의 부름을 받들겠다고 선수를 칠 수가 없는 상황인 측면이 있다. 그러니 억울하게 얻어 맞으면서도 한번도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을, 여기쯤에서 포기할 수 없는 지지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에게 판을 만들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신명나게 우리가 판을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수정부님이 즐겨 쓰는 말처럼 강제로라도 끌어낼 궁리를 해야 한다. 더한 상처를 입든 다시한번 승리를 하든 그건 하늘의 뜻에 맡기고 지지자로서 최선을 다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유시민이란 사람은 소모품처럼 써 먹고 말기는 아깝다는 말을 해왔다. 그래서 그에게 출마를 권하기가 어렵고 미안하다는 말도 해왔다.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그들에게도 묻고 싶다.
여기에서 유시민 의원이 퇴장하면 역사는 4년후 그를 다시 부를 것인가. 그가 그 때를 도모할 사람으로 보이는가!.
시대는 다시 유시민을 필요로 할지 모르지만 그는 그때를 스스로 도모할 것 같진 않다. 지지자들에게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본다. 한시대를 풍미한 풍운아 혹은 이단아로 그를 보내고 싶지 않다. 이 간절한 바람이 바람을 타고 삼천리 방방곡곡 흘렀으면 좋겠다.
우리는 정말 판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최소한 밀알은 될 수 있지 않을까...지금부턴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지지자로서의 의무, 최소한 유시민 의원에게 미안해 하지 않기. 난 정말 '더 큰 우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