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모든 정치공학적판단과 현실성을 제쳐놓고 제 맘대로 최상의 시나리오를 쓴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이해찬 전 총리가 4년 동안 대통령하면서 개헌도 하고 노대통령께서 미처 못 정리한 쓰레기들 사르륵 분리수거한 다음에 유시민장관이 대통령 되서 8년 연임하는 겁니다. 물론 유장관은 이해찬 대통령 밑에서 재경부장관, 국무총리, 당의장까지 하는 걸 전제로 말이죠.
근데 말입니다. 정치공학적판단과 현실성을 개입시켜서 생각해보면 이런 시나리오가 얼마나 나이브한 생각인지 느끼게 됩니다. 사실 막말로 지금 이해찬과 유시민 두 후보는 어떤 때는 여론조사에 끼어있지도 않을뿐더러 여론조사에 끼워졌을 때도 우리가 무시하는 동태보다 더 낮은 위치에 있거든요. 지금.
물론 저는 두 분이 출마선언을 하신다면 동태랑 손학규쯤은 한큐에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지난 두 번의 대선을 생각해보면 지금 2007년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고 느끼게 됩니다.
97년 대선은 충청+호남의 지역연합에 이인제의 영남표갈라먹기, 상대후보의 병역비리의혹, 거기다가 IMF라는 사상 초유의 국가재앙사태발생이라는 여러 조건이 결합하고도 몇십만 표차이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2002년 대선 또한 몽과의 단일화, 행정수도이전을 통한 충청민심의 견인, 노무현의 존재로 인한 세대대결가속화(2, 30대투표율상승), 거기다 노무현후보자신의 미미했지만 의미 있는 영남득표력이 덧붙여져 역시 또 몇십만 표 차이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이 조건들 중 하나라도 빠졌으면 결코 이회창을 김대중도, 노무현도 이기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해찬과 유시민은 훌륭한 상호보완재이자 대체제입니다. 이해찬은 충청+호남을 묶을 수 있는 지역적 기반(지역맹주로서가 아닌 그간의 정치활동을 통한 자연스러운 결과)과 50대의 전총리라는 중후함과 경륜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시민은 노무현만큼의 영남득표력과 20, 30, 40대를 열광시킬 수 있는 40대의 새로운 정치인(정치입문한지 이제 5년 됐습니다)이라는 참신함과 캐릭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 또한 시대정신에 지역적 기반, 그리고 젊은 세대의 결집이 이루어져야 승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말이 민주당과의 합당이나 원칙 없는 통합을 의미하느냐, 그건 아닙니다. 민주당이 가지고 있는 전남지역기반은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만 효력을 발휘하고 대선 때는 헛방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민주당과의 통합은 대선에 있어서는 지역기반확충에서도 별 볼 일 없고 시대정신에는 거스르며 젊은 세대의 결집에는 오히려 큰 마이너스라고 보기 때문에 정치공학적으로 실익을 따지자면 제로를 넘어서 마이너스에 달합니다. 동태와의 연대도 마찬가지구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해찬이든 유시민이든 신기남이든 한명숙이든 김혁규든 진대제든 강금실이든 김두관이든 출마할 역량과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모두다 경선에 출마해야합니다. 노무현을 계승할만한, 아니 최소한 노무현과 참여정부를 사욕을 위해 부당하게 짓밟지 않을 분들은 모두 출마해서 각자 자기 영역을 개척해야합니다. 이해찬 총리는 충청과 구DJ지지세력을, 유시민장관은 젊은 세대들과 TK의 개혁세력을, 신기남전의장은 박력 있고 일관된 개혁성으로 호남의 개혁세력을, 한명숙총리는 경륜과 포용력으로, 김혁규 전 지사는 실용과 안정성, 그리고 PK의 중도세력, 진대제전장관은 CEO정신과 유능함으로, 강금실전장관은 여성표와 톡톡 튀는 감각과 진정성으로, 김두관전장관은 풀뿌리민주주의와 PK의 개혁세력을 각각 맡아 각개약진하여 천. 동. 태와 손학규 등 반노. 비노세력의 후보들과 맞서 싸워야합니다.
이번 경선은 오픈프라이머리입니다. 하나의 "미니 대선"으로 볼 수 있지요. 프라이머리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후보가 가진 시대정신과 능력, 그리고 본선경쟁력이 가려질 겁니다. 이해찬이 가진 충청과 DJ계승이 가장 큰 코어라고 판단이 된다면, 그 세력을 중심으로 나머지세력이 연합하면 됩니다. 유시민이 가진 젊은 세대들에 대한 어필력과 TK득표력, 또는 복지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이번 대선에서 최대의 가치다고 입증된다면 그를 중심으로 나머지가 연합하면 됩니다. 나머지 분들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한두 명의 후보로 압축시켜 내실을 다질 때가 아니라, 수많은 후보들이 각개약진하여 외연을 확대해야할 때입니다. 우리당이 삽질하는 사이 우리의 영역을 이명박과 박근혜, 손학규 등이 야금야금 침식해왔습니다. 모든 장수들을 각 전선에 파견해 수많은 국지전을 통한 실질적인 전면전을 펼쳐 이명박과 박근혜, 손학규에 잠식당한 지지기반을 회복하고, 회복한 지지기반을 다시 공고히 다지는 일은 오픈프라이머리 이후에 해도 됩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지지하는 후보를 세 명으로 압축하자면, 이해찬, 신기남, 유시민입니다. 성격 너무 좋아 보이는 분들, 또는 화끈하지 않아 보이는 분들은 왠지 제 맘에 딱 들지가 않는군요^^ 제가 최종적으로 지지할 한 명의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 김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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