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의 '민생포차'가 1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도 안산에서 '마지막' 영업을 시작한 민생포차는 많은 시민들의 호응속에 문을 닫았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가까이서 듣고 싶다며 시작한 포장마차. 일부는 정치적인 '쇼'라 했고, 일부는 '노력이 가상하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무수한 '정치쇼'를 보아 온 국민들로서는 쉽게 신뢰할 수 없다. '정치불신'이란 거대한 담벼락은 정치인 스스로 쌓아 놓은 것 아닌가.
천 의원은 17일 내내 그런 '쇼'라는 비판을 감내하며 포장마차를 끌었다. 어떤 이로부터는 '이렇게 돌아다닐 시간에 국회에서 열심히 일이나 하라'는 비난도 받았다. 이처럼 천안을 시작으로 광주, 부산, 대구, 속초 등 전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한쪽에서는 비판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어쩌면 그런 '불신'의 시선이 '격려'의 시선보다 많았는지도 모른다.
천정배 의원이 포장마차를 찾은 시민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photo by 한승호
그렇게 '비판'과 '격려' 속에 전국을 누빈 천 의원은 지난 17일간의 일정을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말했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이 역시 '정치인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천 의원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천 의원이 민생포차를 통해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앞으로 보다 더 국민과 가까워 질 필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또 하나의 결론은 현실적인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과 가까워지겠다는 말. 정치인들이 입버릇 처럼 달고 사는 말이다.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이를 알면서 '실천'하는 사람는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선거때나 돼야 시장에 얼굴 한 번 들이 밀까 그 이전에는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게 정치인 아닌가.
천 의원은 이런 시선들에 대해 "지켜 봐 달라"고 대답했다. 앞으로 정치 활동을 통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현장'을 자주 찾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천정배 의원이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사진 좌) 등과 함께 '국민통합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photo by 한승호
이번 '민생포차'로도 부족했다는 그. 앞으로 그가 국민들에게 보여줄 민생포차의 '결과물'은 무엇일까? 민생포차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정치인 천정배의 성공과 실패는 그 '결과물'로 판정받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실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끝으로 마지막 포장마차 영업으로 바쁜 천 의원에게 17일간의 일정에 대한 소회를 간단히 들어봤다. 다음은 천 의원과의 일문일답.
- 17일 동안 고생하셨는데 소감 한 말씀.
몸음 좀 고달팠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 정치를 시작한 이후 이렇게 행복했던 시간은 따로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와 함께 전국을 돌며 진짜 고생한 동지들께 감사드린다. 저야 그래도 그나마 편하게 지냈는데 우리 동지들은 포장마차 설치ㆍ이동하고, 음식 준비ㆍ조리하고, 서빙까지 하고 나면 보통 새벽 2~3시에 잠이든다. 그리고 또 아침 일찍 일어나 다음 일정을 준비해야 했다. 유격대를 끌고 다닌 심정이었다. 정말 도와주신 분들께 고맙고 저로서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전국에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스승이 됐다.
- '민생포차'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당연한 말 같이 들리겠지만 '우리 국민들이, 서민들이 참 힘들게 사시는구나'하는 것을 느꼈다. 어떤 분은 눈물로 호소하시기도 했는데 정치인으로서 뭐라고 답변도 못드리고 함께 눈물만 흘릴 수 밖에 없어 안타까웠다.
정치가 국민들하고 살을 맞대고 서로 함께 웃고, 울고 함께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런 과정에서 국민들, 특히 힘들게 사시는 보통분들의 애환, 이분들과 함께 호흡하고 대화하는 정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들께서 이런걸 정치인에게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또 하나는 정치가 어려운 국민들에게 확고한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민주당을 비롯한 민주개혁, 민생세력이 해야 할 일은 확고한 국가비전을 보여주는 일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어떻게하면 국민들이 안정된 직장 갖고 살아가게 할 것인지, 어떻게 사교육비 없고 입시 경쟁이 줄어든 교육제도를 만들 것인지, 어떻게해야 작은 집이나마 그래도 자기집을 가지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인지 더욱 고민해야 한다.
천정배 의원의 '민생포차' 마지막 날 많은 안산 시민들이 참석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photo by 한승호
- 정치가 국민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는 의미인데 그렇다면 혹시 민생포차 2탄을 준비하고 계시나. 이번에 민생포차 통해 기대 이상으로 국민들과 많이 이야기 하고 많이 배웠다. 꼭 민생포차가 아니더라도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 모색하겠다.
- 민생포차의 한계는 무엇이었나.
저로서는 전국을 돌아다니기 위해 포차를 끌고 나갔지만 어쨌거나 한 자리에 포차를 주둔시켜놓고 시민들 모시게 된다. 어쨌거나 국민들이 그 자리까지 나오셔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당원들이 많이 왔다. 진짜 평소에는 침묵하시고 말씀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분들을 모시는 데는 일종의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국민과 함께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고 민생을 살피는 일.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서가 아니라 국민들 살고 계신 현장에서부터 그런 활동 하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겠단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 마지막으로 민생포차에 참여해 주신 국민들께 한 말씀 해 달라.
민생포차에 참여해 주시고 말씀해 주신, 그리고 꼭 말씀이 아니더라도 눈으로, 표정으로 격려하고 질책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17일 동안은 제 정치 경력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러분들이 제게 큰 스승 돼 주셨기 때문에…. 정말 그런 격려와 질책에 힘입어 앞으로 심기일전해서 정치하도록 하겠다. 어떤 경우라도 이명박 정권의 탐욕과 불의의 시대를 끝장내고 모든 국민들이 정의롭게 보다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사회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더라도 절대 낙망하지 마시고 희망 가지시기 바란다. 미력이나마 제가 사력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겠다. 민생포차에 참여해 주신 모든 국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