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우 고도성장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빈곤탈출을 경험함으로써 빈곤이 개인의
노력에 의해 탈출 가능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것은 Lindert(2004), Atkinson
(1999)이 지적한 것처럼 복지국가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게다가
사회안전망 체계를 함께 구축해 갈 사회적 파트너의 대표성도 약하고 계급 내 연대의식도
약하다. 노동시장의 양극화 및 높은 자영업자 비율로 인해 Boyer(2000)가 지적한 것처럼
노동자 집단 간의 지향점이 대립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안전망의 경제적 분석. 노동시장 효과를 중심으로'. 노동연구원. 2007.
한국에서 북유럽과 같은 '복지국가' 모델이 실현가능한가? 대다수의 글들은 그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위의 구절에 잘 함축되어 있다. 한국은 문화적, 제도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복지국가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진보주의는 대단히 불리한
조건을 감수하고 싸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이러한 조건들을 무시하고 그저 급진적인
구호를 외치는건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회복불가능한 수준까지 벌어져 기회의 평등조차
거의 박탈될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취직을 위해 대학졸업장은 그저 하나의 자격증에
불과하고, 수험생 시절보다 더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야 하고, 그럼에도 취직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현실이 지금보다 더 나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도 하기 싫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한국에서 복지국가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시장경쟁의
폐해는 갈수록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더 많은 불만이 쌓여 언젠가 폭발할 때가 올
것이다.
각국과의 동시다발적인 FTA 체결은 전 분야에 걸쳐 자와 패자를 극명히 나누게 될 것이다.
더욱이 제도적으로 잘 구성된 복지가 뒷받침되지 못 한다면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문제도
심각해질 것이다.
민간기업의 고용은 정부가 강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사회서비스 및 공공기관에서의 고용
확대는 청년실업의 질곡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는 진보세력이 여전히 승부를 걸어볼만한 주제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서민의
지지를 확보하는 일이며, 그 과정은 방어적으로 이루어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