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무상으로 치료받는 나라
임종인의 북유럽 탐방 (3)
임종인 (전 국회의원, 변호사)

일요일 저녁마다 KBS에서 방송하는 “사랑의 리퀘스트”라는 모금 프로를 자주 보곤 한다. 거기에는 희귀 질환이나 난치병에 걸려 힘들어 하는 우리 이웃이 있다. 그러나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접하며, 나도 모르게 전화기(ARS)를 든다.
과연 북유럽 국가에도 이런 모금 TV프로그램이 있을까? 확신하건데 없을 것이다.
이들 국가는 국민의 세금으로 의료비를 책정해서 국가가 대부분 무상으로 치료해 주기 때문에,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물론 국민건강보험제도라든지 민간 보험제도도 없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3%의 저소득층만 국가가 보장해주고, 97%는 소득에 따라 건강 보험료를 내면 국가가 해결해주는 제한적 복지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나마 급여 수급대상은 64%(선진국 85%~90%)에 불과해, 그만큼 국민 건강을 책임질 의료체계의 사각지대가 크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가 무료다. 큰 병에 걸려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에도 1년에 30만원 정도만 내면 그 이상의 약값은 무료이다. 결국 아파서 병원 이용 후 자기가 내는 돈(본인 부담)은 5%도 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본인 부담률이 38%나 된다. 이 정도 차이면 동네 병원을 이용할 경우 별 부담이 안 되겠지만, 큰 병에 걸려 치료비가 2억원 정도 든다고 가정 하면,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북유럽국가는 약 천만원 정도 밖에 안 드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최소 8천만원에서 비급여 대상일 경우 2억원 전액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민간보험이 없는 상태에서 식구 중 암환자가 발생하면, 집안 거들난다는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또한 북유럽 의료체계의 중요한 특징은 동네의 1차 진료 기관은 주치의 제도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주치의가 필요에 따라 병원에 입원하라고 했을 경우에만 입원이 가능하다. 그리고 1인실, 2인실, 6인실등의 병실이 정해지는 방법은 돈에 의해서가 아니라, 병 상태에 따른 주치의의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이 1인실 들어가고 싶다고 해도 들어갈 수가 없다.
이상의 북유럽 의료체계 사례에서 보았듯이, 자국의 아픈 국민을 치료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국가의 의무이다.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은 북유럽과 비교하여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이 64%로 낮고, 주치의 제도도 없고, 공공의료서비스 비중도 매우 낮다. 그러나 미흡하나마 건강보험제도라도 있어, 미국처럼 비싸지 않게 전국민이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니 의료 민영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미흡한 국가의 의무마저도 더욱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
끝으로 무상이면 다 좋은데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나의 견해와 대안은 기고의 제일 마지막 순서에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대신 이것만은 말하고 의료 분야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좀 더 많이 사회에 내고, 돈을 적게 버는 사람은 적게 벌면서도 무상으로 교육, 의료, 보육, 노후까지 보편적 복지체계가 보장만 된다면, 대부분의 국민은 세금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손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